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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답한다

[전문]기자가 답한다- 출판담당 백승찬

경향신문 기자와 독자와의 SNS 만남, ‘기자가 답한다’ 5탄. 

경향신문의 알찬 북섹션을 꾸리고 있는 출판담당 백승찬 기자가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앞서  프로야구 질문자판기 이용균 기자 ,  사진부의 나이스가이 강윤중 기자   외유내강의 대명사인 정치부 임지선 기자, K-POP 전문 강수진 기 를 만나셨죠. 

백승찬 기자도 이날 떨리는 마음으로 자판 위에 사뿐히 손을 얹었다는 후문인데요. 

그럼 이날 독자들과 오간 대화 전문을 북섹션과 출판시장, 글쓰기와 책읽기, 좋은 책 추천 등의 순으로 나눠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백기자가 추천하는 책 목록이 궁금하신 분들은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책 목록을 참고하셔도 될 거에요. 


그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문화부 백승찬 기자입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있을지) 궁금하네요. 이 기회를 통해 무지가 탄로날까 떨고 있습니다. 그럼 질문을 받겠습니다." 



*북섹션 관련 


Q)박소현: 기자님~ 경향 북섹션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차고 넘치는 신간들 중 알짜들을 골라내는 노하우가 궁금했어요. 좋은 신간을 고르는 방법이란?

A)소재와 주제의 독창성, 보편성을 함께 봅니다. 독창성이란 책이 얼마나 눈에 띄는지 여부이고, 보편성이란 그럼에도 두루 호소할만큼 잘 만들어졌는지의 여부와 관련이 있겠지요. 솔직히 매우 짧은 시간에 도착하는 수많은 책들 중에 골라야 하기 때문에 기자의 ‘감’도 중요합니다.



Q)정지은: 보통일주일에몇권의새책을받아보시나요? 그리고 그 중에서 기사로소개되는책의선정기준은요? ^ㅅ^

A)매주마다 다르지만, 아마 100~150권의 새 책이 옵니다. 일단 소재와 주제의 독창성과 보편성, 책의 만듦새 등을 두루 봅니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짧게라도 소개되는 책들은 20% 미만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Q)최민영 : 안녕하세요. 매주 신간이 적지 않을텐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떻게 ‘프론트’감이 될 책을 골라내시나요? 가끔 다른 매체들에서 같은 책을 ‘프론트’로 꼽는 일도 있어서 신기했어요.

A) 그러게요. 저도 토요일자 타지 북섹션을 보고 놀랄 때가 많아요. 같은 책을 고르면 “내 취향이 평범했나?” 다른 책을 고르면 “내가 너무 튀었나?”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책에 대한 공감대는 많은 기자들이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저의 경우 프론트감은 소재와 주제의 독창성과 보편성, 본지의 편집방향, 책 전체의 만듦새 등을 두루 고려합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우연’도 크게 작용하지요.



*출판시장 관련 


Q)박효재: 백 기자님 요즘 힐링 관련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니면 관련 추천도서가 있다면 그걸 말씀해주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A)힐링 서적이 넘쳐난지는 좀 되었지요.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그 유행이 이제 지나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책들이 결국 쓰디쓴 현실에 당의정을 입히는 것에 불과하다고도 하지만, 피곤할 때 초콜릿을 먹는게 굳이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초콜릿 중독이 될 정도면 문제겠지만요.



Q)최민영: 한국 출판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고들 하는데, 신간 추세에서도 그런 흐름이 나타나나요?

A)네. 소개할만한 책이 없어서 회의 시간에 무용한 난상토론을 거듭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큰 출판사에서는 그래도 좋은 책들이 나오는데, 소규모 출판사에서 좋은 책이 나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아예 책을 안내는 것 같아요.



Q)Danbi Cho: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디자인/번역/라인업으로 세계문학전집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어떤 책을 봐야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울러 앞으로의 신간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A)저도 얼마전에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서 중간에 다른 판본으로 바꿔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 본 책이 나쁘다기 보다는 새로 입수한 책이 더 마음에 들어서였습니다. 번역이 굉장히 어려운 책이 아닌 다음에야, 대체로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관건은 디자인 같이 ‘글자 이외’의 요소에도 달려 있을 듯 합니다.

아울러 ‘신간 트렌드’는 많은 출판사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도 목 마르게 찾아 헤매는 것입니다. 저는 그 트렌드를 뒤늦게 알아보려고 애쓰는 사람 정도인데, 힐링 시적의 유행이 조금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트렌드 없음’이 트렌드일 것 같습니다. 아마 조만간 출판사가 결정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얼마동안은 화제가 될 것 같고요.



Q)Eun Sil Ok: 우리나라는 왜 일본이나 영국, 미국같이 휴대하기 편한 작고, 가벼운 책을 잘 만들지 않는걸까요? 그리고 책 값은 왜 이렇게 터무니 없이 비싼 걸까요?

A)저도 독자로서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8000원에 페이퍼백으로 만들면 될 책을 12000원에 하드커버로 만드는 이유는? 출판사에 물어보니, 그래야 더 잘 팔린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독자들은 책 커버의 ‘때깔’을 중시하는 성격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책값은, 제가 알기론 서구나 일본에 비해서 그리 비싼 편은 아닙니다. 다만 말씀드린대로 페이퍼백 시장이 없기 때문에 염가 도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서 비싸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Q)황혜현: 얼마 전 홍익 출판사에서 나오는 동양고전 슬기바다세트를 샀는데요. 터무니없이 싸게 샀어요. 13권에 3만 원도 안 줬어요...이 책은 어떻게 해서 싸게 나오는 거에요? 13권에 26900원!!!!!!!!싸도 너무 싸요. 읽으면서 찜찜하더라고요...

A) 동양고전의 경우 따로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싸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익 출판사의 책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저는 너무 싼 책은 의심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전 <레미제라블>의 여러 번역본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어느 출판사의 가격이 다른 책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뒷모습에서도 지성미가 느껴지는 백승찬 기자가 열심히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역시 지성미가 물씬한 백기자의 자리에서 진행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네요. 책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돼있거든요.




*책읽기와 글쓰기



Q)차준호: 책을 덮고나서 막상 나중에 글을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감상을 말해주려 할 때 버벅거렸던 기억이 많은 것 같아요ㅠㅠ 리뷰나 책에 관련된 글을 많이 쓰시려면, 책에 대한 기억들을 기록해 두셔야 할 거 같은데 따로 정리해두시는 노하우 같은게 있으신가요?ㅎㅎ

A)리뷰를 위해 책을 읽을 때는 연필로 줄을 긋고 또 메모도 합니다. 그리고 리뷰를 쓰기 전에 줄을 친 문장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곤 합니다.




Q)김지현: 저는 시집을 좋아합니다. 박노해,이해인,정호승,도종환 등..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집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우리나라에서 시집이 사랑받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기자님 좋아하는 시인은?

A)김지현님. 저희 문화부는 출판 담당과 문학 담당이 구분돼 있습니다. 그래서 시에 대해 말할 만큼 제가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두보, 네루다의 시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인이 사랑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대중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지나치다면 시어의 독창성과 특수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저는 그냥 그 자리를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Q)Hijung M Choi: 안녕하세요? 전 중1,초3을 둔 아이엄마입니다. 아이들의 책읽기 참 중요한데요~개인적인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자님은 어릴적 책읽기 어떻게 하셨는지 ... 글쓰기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A)글쎄요. 저도 어릴 적 책읽기는 기억하지 못하지요. (^^) 이럴 때는 통상 부모들이 책읽기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는 하는데, 편집자들의 아이도 책읽기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일반적인 답을 하기는 힘들겠죠. 다만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독서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읽도록 해주는 것도 좋겠죠.




Q)OH GU: 필력을 인정받으셨다는뎅~~~어떤 종류의 글이든 순간의 감정과 주제를 어떻게 길게 풀어나가시는지~~~

A)순간의 감정과 전체의 주제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인문과학, 사회과학 서적을 리뷰하는 편이기 때문에 감정 보다는 주제에 집중하는 편이긴 합니다.



*추천하는 책 



Q)김한박달 20대 중반 이후 기자님을 제일 고양시킨 책은 뭔지 궁금합니다. 요즘 읽는 책들은 거진 필요에 의해 읽는 느낌이 들어서 좀 시시하게 느껴지네요. 제 스스로. ㅎ

A)김한박달님. 솔직히 한 권을 꼽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만, 전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후>나 <마음> 같은 소설들의 모던함과 ‘아무일없음’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Q) 조준연: 정치, 사회 관련 추천해주실 책 없나요?ㅎㅎ(신간 위주)

A) 좀 광범위한 질문이긴 한데요, 왜냐하면 사람들마다 추천할만한 책이 다르기 때문이죠. 최근 책 중에서는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가 괜찮았습니다. 




Q)이동렬: 사회과학과 관련된 좋은 책 추천해주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A)이동렬님.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추천 도서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 http://myungworry.tistory.com/ 의 ‘서재’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은 대체로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할만합니다.



Q)유도영: 남미를배경으로한 소설을추천해주세요 염소의축제재밋게읽엇는데 지금 이책의작가이름은생각이안나네요;ㅠㅠ이런류의소설또읽고싶어여...

A)저도 읽은지는 좀 오래 되었지만 <거미 여인의 키스>가 재미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지요.


Q)Hyewon Jeon: 모든일에 지쳐 무기력해질때 힘이되는 책이 있으셨나요? 그책에서 가장 힘이되는 구절은요?

A)글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어떤 사람은 사탕을 먹으면 힘이 나고, 어떤 사람은 설렁탕을 먹으면 힘이 나잖아요.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무기력할 때 책을 손에 들고 싶은 생각이 나지는 않더군요. 다만 최근엔 강상중 교수의 책들을 권할만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장재훈: 책과 관련된 팟케스트중 들어보신것이 있나요? 혹시 추천을 해주신다면요?

A)팟캐스트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부동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실제로 여기 소개된 책들이 잘 팔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최근엔 창비에서 김두식-황정은 진행의 ‘책다방’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Q)Hijung M Choi: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해요^^*또하나 질문있어요~ 제가 심리학을 시작했습니다 . 전공서적이라 어려워요~ 심리학을 전공답지않게 풀어낸 책이 뭐가 있을까요? 추천해주세요~

A)심리학 책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소개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어딘지 비슷비슷해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요. 제가 추천하는 것보다는 오프라인 서점에 직접 가셔서 몇 권 들춰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아마 매대에 관련 서적을 한꺼번에 모아두었을 것입니다.


오늘도 역시 한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백승찬 기자는 목요일 오후까지 마감인 북섹션을 만들기 위해 문화부로 다시 향했죠. 다음과 같은 마무리 인사말을 즐거운 표정으로 남겼습니다. 



좋은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질문을 들으니 저도 더 열심히 책을 읽고 또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경향신문 북섹션 많이 봐주시고, 또 부족한 점 있으면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더운 날씨에 이렇게 뜨거운 질문을 던져주셔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