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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세상 엿보기

SNS 검열 피하는 법!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만들어 7일부터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SNS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광고를 비롯해 요즘 가장 인기있는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같은 팟캐스트까지 모두 심의대상이라고 합니다.

방통심의위는 “법적으로 음란정보와 범죄, 청소년 유해정보만 심의할 수 있고 정치적 표현에 관한 부분은 심의대상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언론노조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6일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 앞에서 뉴미디어 정보심의팀 신설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경향신문DB



하지만 비판여론을 잠재우려는 ‘검열’이 아니냐는 의심은 쉽게 거둬질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간 이명박 정부가 온라인 여론에 과민반응을 하는 걸 보아왔기 때문일 겁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블로그에 경제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기소됐고, 연평도·천안함 사태 때도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을 하는 시민들이 기소됐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자 대검찰청 공안부가 ‘SNS 허위사실 유포를 단속하겠다’며 구속수사가 원칙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가 번복한 적도 있지요.
 
SNS 사용자들은 ‘자구책’을 찾아나섰습니다. 검열을 피하는 각종 방법을 찾아내 공유하고 있죠.

트위터사용자 @Nice Guy는 트위터 본사에 e메일을 보내 한국정부의 SNS심의 방침을 알리고 “정부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SNS메시지를 삭제해달라고 해당 사용자에게 요청하고 이를 거부하면 계정을 삭제할 수도 있는지” 물었습니다.



트위터 사용자 @we99korea는 “SNS검열을 피하는 요령! 어떤 글이라도 끝에 느낌표(!), 물음표(?)를 붙여주면 단정적인 표현이 아니므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재치있는 방법을 귀띔합니다.


 
블로거 ‘Boan’은 블로그 <컴맹의 IT세상>에서 “일단 트위터 보안접속을 하라”고 권하고 있네요.

트위터에 접속할 때 월드와이드웹(WWW) 통신프로토콜인 HTTP의 보안을 강화한 HTTPS로 접속하라는 겁니다. HTTPS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주고받기 때문에 해킹이나 계정도용을 당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지난 3월부터 트위터가 마련한 보안대책이죠. ‘Boan’은 “트위터에 로그인한 뒤 ‘HTTPS로만 접속하겠다’고 설정해두면 된다”고 일러줍니다.


 
하지만 블로거 ‘2proo’는 “이같은 트위터 보안설정은 트위터 검열을 피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방통위 뉴미디어 심사팀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검열하고 규제할 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검색된 결과를 보는 것이지, 사용자들이 트위터·페이스북 서버와 주고받는 데이터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공개되는 정보를 스스로 제한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 설정(privacy)’으로 바꾸면 친구 맺은 사용자들끼리만 내용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친구의 친구가 나의 트윗을 인용(RT)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트위터는 구조상 완전한 비공개가 불가능하죠.



페이스북은 글의 공개범위를 상세하게 나눠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지요. ‘2proo’는 또 ‘과거 게시물의 공개대상 제한’을 소개합니다. 전에는 전체에 공개했던 글을 게시글별로 친구만 보도록 제한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모두 스스로 정보를 제한하는 것인만큼, 교류의 폭도 좁아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검열을 피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셈이죠. 

중동의 민주화 혁명에서 독재정부가 언로를 차단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가 언론 역할을 했습니다. 이집트 시위 당시 정부는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접속을 차단하고 인터넷망과 휴대전화망까지 막아버렸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는 구글과 손 잡고 인터넷 없이 전화번호와 음성메시지를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제공해 차단을 뚫었습니다.

통신의 ‘원조’였던 모스부호도 동원됐습니다. 모스부호를 인터넷활동가모임에 전달하면, 이를 문자화해 웹사이트에 띄워주기도 했습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가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복제사이트’인 미러사이트(같은 정보를 다른 사이트에 복사해 놓은 것) 수백개가 운영되고 있지요. 

중국 등 인터넷 검열이 심한 국가에서는 누리꾼들이 개인용컴퓨터(PC)의 인터넷프로토콜(IP)주소 대신 대리자(프록시)를 통해 접속하거나, 정보를 암호화해 규제와 검열을 피하는 가설사설망(VPN)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검열 없는 SNS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방통심의위 심의팀이 가동된 날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는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SNS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심의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라고 일갈했습니다.

막으면 흘러넘치고, 넘치면 뚫리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