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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품격(?) 발언’ 10위 안에 4개 포함

이인숙 기자


“우리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경향신문이 지난 2주간 ‘올해의 품격(?)발언’을 뽑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압도적 1위에 오른 것이 이 발언입니다. 20개 후보를 내고 10개를 복수로 고르도록 했는데 전체 응답 2283건 중 2168표를 받았습니다. 설문에 응한 사람은 거의 모두 이 발언을 뽑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9월30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형님’ 이상득 의원의 전 보좌관이 SLS그룹으로부터 회사 구명을 부탁받고 6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수억원이 든 차명계좌가 발견돼 의혹은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의 처사촌오빠는 제일저축은행 구명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구속됐고, 손위 동서는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죠. 누리꾼들은 “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비꼽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10위 안에 4개나 포함됐습니다. “4대강 사업은 정치하는 사람의 소수만 빼고 국민은 절대 환영” “일단 한·미 FTA 비준해 주면 3개월 안에 미국과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재협상하겠다” “내가 대통령일 때 경제위기 두 번 맞아 다행”이 그것입니다. 모두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전 의원은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다가 물의를 빚었죠.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뒤늦게 논란이 되자 “내용을 모른 채 갔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행사 당시 “무슨 행사인지 아세요”라는 질문에 나 전 의원이 “자위대…무슨…”이라고 답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거짓해명’이라는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그 해명 발언이 2위를 차지했네요.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아전인수’ 선거 해석도 사람들 뇌리에 깊이 남았나 봅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25.7%에 그쳐 투표함이 개봉되지도 못했는데 홍 전 대표는 “사실상 오세훈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진중권도 싱크로율로 따지면 ‘사실상’ 장동건”(문화평론가 진중권), “파리도 ‘사실상’ 새”(의사 박경철씨) 등 패러디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5위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의 발언이 차지했습니다. “병 걸리셨어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 참여가 뜨거운 관심사가 됐을 때 기자들이 ‘안철수 현상’에 대해 묻자, 박 비대위원장은 저런 짜증섞인 답변을 했습니다.

송영선 의원은 9월15일 대규모 정전사태를 두고 트위터에 “북한의 사이버테러일 가능성이 99.9%”라는 글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송 의원은 2시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하면서 “성급한 분석이 만든 실수”라고 사과했습니다.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방 가서 외로워서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죠. 사회 갈등과 분열을 보듬어야 할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습니다. 이동관 전 대통령 언론특보의 “주어가 빠졌다” 발언이 10위입니다. 이 전 특보는 저축은행 로비 의혹에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박지원 의원에게 ‘그 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인지 몰랐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논란이 되자 “ ‘제가’라는 주어가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과거 동영상에서 “BBK를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내가’라는 주어가 없었죠. 앞으로 곤란한 얘기를 할 때는 주어를 꼭 빼는 것,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