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 기자
2011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세계는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각종 이슈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 유통되고 증폭되는가 하면, SNS 스스로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기존 미디어가 해내지 못한 역할을 해내며, 소셜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톡톡히 인정받았습니다.
올해 1월,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을 세상에 알린 것은 기성언론이 아니었죠.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그들의 아름다운 연대를 세상에 알린 것은 SNS였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홍대 농성장을 직접 찾아가 음식과 이불 등을 전달했고, 노동자들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웠습니다. 기성언론들은 화제가 되자 뒤늦게 기사를 따라 썼죠. 시민들의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일까요. 마침내 농성 49일 만에 노사협상이 타결됐습니다.
홍익대 투쟁을 필두로, 시민들은 올 한 해 참 많이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봄을 앞둔 늦겨울, 많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지난여름 시민들은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김진숙씨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응원했습니다. 늦가을이 되자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반대하기 위해 국민들이 거리로,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의 한 가운데에 SNS가 있었습니다. SNS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거미줄처럼 이어 주었습니다. 함께 고민할 문제, 함께 분노할 만한 문제가 있으면 순식간에 트위터로 RT(리트윗)되면서 들불처럼 퍼졌습니다.
소셜테이너의 역할도 컸습니다. 배우 김여진·방송인 김제동·가수 박혜경씨 등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정치적 신념을 표출하는 연예인들은 온라인 세계에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빅 마우스’가 되었습니다.
김여진씨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홍익대 청소 노동자 해고 사태 등 올 한 해 최고 이슈의 한가운데에 섰고, 김제동씨도 반값 등록금 등 현실 문제에 대한 발언을 많이 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수 이효리씨는 유기견 보호운동과 투표 독려 활동을 통해 기성 미디어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주목받는 엔터테이너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올 한 해 있었던 투표에서 SNS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선거의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지난 4·27 재·보궐선거, 6·2 지방선거는 명실상부한 ‘소셜 선거’였습니다. 네티즌들은 투표를 마친 뒤 ‘투표 인증샷’을 SNS에 올렸고, 이는 자발적인 투표 독려 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8월24일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는 SNS 여론이 정확하게 투표 결과로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오세훈’ 등의 키워드와 관련한 SNS 메시지를 분석해보니 부정적 표현이 70~8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죠. SNS가 단순히 선거 분위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겁니다. 트위터 여론이 그만큼 민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반면 기존 미디어, 특히 보수 종이매체들의 여론조사는 표심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SNS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이 퍼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SNS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나 후보 측은 트위터에 이른바 ‘자뻑트윗’을 올려 망신당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전후해 친한나라당 멘션을 날리는 ‘달걀귀신(초보 트위터사용자)’들이 우르르 나타나 ‘알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SNS가 민심을 반영해주는 창이라기보다는 ‘여론 조작의 도구’인 걸로 잘못 해석했던 듯합니다.
정부는 SNS를 통제하려는 잇단 시도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달 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심의하기 위한 기구인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여론 통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법조계에서까지 정부의 SNS 통제 움직임에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한 판사는 “나치와 비슷한, 반인권적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지요.
SNS를 둘러싼 음모론에, 괴담에, 보수언론과 당국의 ‘흠집내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웃지 못할 소동도 많았습니다. MBC <100분토론> ‘신촌냉면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전화를 건 시청자가 “트위터 악성 멘션 때문에 냉면집이 망했다”고 주장했는데 알고 보니 냉면집을 운영한 적조차 없는 사람으로 판명됐죠. 말장난에서 비롯된 ‘숨쉰 채 발견’ 놀이에 기성 언론이 비난을 퍼부은 것도 빼놓을 수 없네요. 이런 비난에 대해 트위터 사용자들은 “SNS를 탄압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맞섰습니다.
올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의 사용자 증가 속도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하죠. 2012년에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두 차례나 있습니다. 올해보다도 SNS의 활약이 더 커지고, 더욱 다사다난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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