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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눈

민주당 새 지도부 "이 정부는 명뚜와네트"

박래용 디지털뉴스 편집장 leon@kyunghyang.com



10월 첫째 주라고 해야 하나요, 둘째 주라고 해야 하나요. 여하튼 새 달을 시작하는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한 주입니다.

어제 휴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죠.

제1야당의 대표로 손학규 후보가 선출됐는데요. 손 신임 대표는 “개혁과 진보에 더해 중도가 힘을 합해야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는 이른바 ‘삼합 필승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빅3간 득표율 차가 1% 이내여서 향후 민주당은 지도부간 권력 분점이 이뤄지는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굴러갈 것 같습니다.
새 대표의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라는데요. 그동안 ‘손학규호(號)’가 순항할지, 권력 투쟁에 흔들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4일 아침 민주당 새 지도부가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정부는 ‘명뚜와네트’”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가 굶주린 백성들이 빵 달라고 하니까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지”라고 했다는 말을 인용해서 한 얘기인데요. 

민주당 전대가 열리고 있던 시각, 부산에선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습니다.

뚝심의 두산 베어스가 롯데 자이언츠를 적지에서 이틀 연속 울리고 승부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롯데는 3차례 만루 기회를 무산시키며 잔루 17개로 포스트시즌 잔루 최고 기록(종전 16개)을 세우는 불명예를 안았다고 합니다.



사진 스포츠칸 이석우 기자(http://photop1.khan.kr/)



양 팀은 하루 쉬고 5일 오후 6시 장소를 잠실구장으로 옮겨 최종 5차전을 치릅니다. 승자가 누가 됐든 삼성 라이온즈과의 다음 플레이오프전은 7일 목요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헉, 헉 숨이 찰 것 같은데, 야구는 잘 모르지만 3, 4위간 박 터지게 싸우는 것을 보며 삼성은 웃고 있지 않을까요.

여담이지만, 어제 저녁 민주당 전대 결과 발표가 당초 예정된 오후 5시에서 10분 뒤, 10분 뒤 하다가 결국 1시간 정도 늦게 발표됐는데요.
때마침 TV에선 프로야구 두산-롯데전 9회 초 경기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신문사에선 “시청자들이 프로야구에 관심이 쏠려 있어 (야구) 끝난 뒤에 발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드디어 이번 주 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23일까지 꼬박 3주 간의 일정입니다.

첫 날인 오늘만 12개 상임위가 열리는데요. 와우, 국감장이 용광로처럼 달궈질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네요. 얼핏 보더라도 외교부는 장관 딸 등 고위 간부 특채 문제로 혼 좀 날 것 같고요. 총리실은 민간인 사찰 이슈가 있죠. 국방부는 천안함 사고, 농식품부는 금(金)배추 사태, 국토해양부는 4대강 이슈로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국감 시즌에는 국회의원들이 정부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각종 자료가 홍수처럼 쏟아집니다. 국감 자료의 바다 속에서 어느 자료는 버리고 어느 것은 쓰는지, 똑같은 자료를 놓고서도 어떻게 보도가 다른지, 언론들 사이 그 차이를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금주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줄줄이 발표됩니다. 오늘 맨 처음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가 예고돼 있습니다.

http://nobelprize.org/

우리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문학상과 평화상입니다. 문학상은 벌써 몇 년째 한국의 고은 시인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어 발표 때마다 문화부 문학담당 기자들이 고은 시인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세계 문단은 1996년 이후 노벨 문학상에 시인이 배출되지 않아 수 년 전부터 ‘시인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왔는데요. 해가 갈수록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셈이죠.

 
AFP통신은 알제리의 여류 시인 아시아 제바르가 문학상 수상권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보면서 한국의 고은, 스웨덴의 토머스 트란스트로메르, 시리아의 아도니스 시인 등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온라인 베팅사이트 래드브록스는 트란스트로메르와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 아도니스, 고은 시인을 수상 가능성이 큰 4명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발표 시각이 한국은 한 밤중이라 올해도 문화부 기자의 밤샘은 계속되겠네요.

노벨 평화상도 관심입니다. 지난해에는 이라크 전쟁을 수행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으면서 논란이 많았죠. 노벨위원회는 다른 부문과 달리 평화상은 미리 후보군을 선정해놓고 있어 공공연히 그 면면이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 짐바브웨의 모건 창기라이 총리,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운동가 시마 사마르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이중에 ‘인터넷’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이 평화상을 수상하게 되면 인물이나 단체가 아닌, 사물이 상을 받는 첫 사례가 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세계적인 IT·인터넷 잡지 와이어드(Wired)가 주최한 ‘평화를 위한 인터넷 콘테스트’에서 우리 미국 유학생 모임(미유모)이 제작한 동영상이 우승작으로 선정됐는데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축구 대표팀 정대세의 눈물을 계기로 세계의 젊은이들이 동북아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만들고 티셔츠를 나눠주는 모습을 담은 내용이죠. 만약 ‘인터넷’이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될 경우 한인 유학생들이 시상대에 올라가 평화상을 받게 될거라고 하는데요. 실제 수상 장면을 볼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됩니다.

사족이지만, 1901년 시작된 노벨상은 올해로 꼭 100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학문 분류가 달랐던 100년 전 영역만을 고수하며 환경과학, 생태학 같은 ‘신학문’ 분야에선 아무리 중요한 성과를 내도 노벨상에서 배제하고 있으니 스스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봐야 되나요.

비 그치고 쌀쌀해진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 체감 온도는 더 떨어질거라는데요. 가을은 맛 만 뵈고 바로 겨울로 가는 건가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