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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물 따라잡기

엄기영의 '변신'


지난 2일 4.27 재보선 강원지사직에 출마한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입당 및 강원지사직 출마배경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DB


엄기영 전 MBC사장은 3월 2일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4.27 재보선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엄기영 전 사장의 재보선 출마 이후 불법 선거운동의혹까지 재보선 행보가 궁금하다면 <뉴스라운드업>엄기영과 재보선

엄 전 사장은 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에서 MBC사장직을 내놨는데 왜 한나라당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팩트에서 오류가 있다. 스스로 사퇴했다. MBC 사장직을 물러난 것은 정부와 다소 언론에 관해 이견 있어서다. 분명히 얘기한다. 언론자유,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그것이 좌절돼서 사장직을 사퇴한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선 여당인 한나라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부와 언론에 대해 이견이 있어서 '스스로' 물러났을 뿐이고 강원도를 위해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필요하다? 그럼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하나요? 선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논리입니다.

그리고...그는 정말 '스스로 사퇴'한 것일까요?

## 국민앵커에서 MBC 사장으로 변신

그가 국민앵커에서 mbc 15대 사장으로 변신한 것은 2008년 3월 1일입니다. 
그해 2월 mbc 대주주인 한국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인 중 5인의 표를 얻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습니다. 임기는 3년. 기사보기 (2008.2.15) 

그는 사장 내정 뒤 “MBC의 공영성 수호와 강화가 당면 현안입니다. 소통의 리더십으로 화합을 이끌어내 콘텐츠의 공영성과 품질·품격을 높이겠습니다.”라며 “문화방송은 지금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이상적인 체제여서 민영화가 불필요하다. 신문·방송 겸영은 민주주의 원칙인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이명박정부가 계획 중인 주요 방송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의 배후로 광우병 보도를 했던 MBC PD수첩이 난타당하고 현정권에서 압박을 가하면서 그의 태도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과명령에 따라, 시청자사과방송을 하고 당시 pd수첩 조능희 책임프로듀서를 보직 해임하고, 진행자 송일준 프로듀서 역시 MC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인사조치를 취했습니다. 기사보기 (2008.8.14)

당시 사장으로서,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 "법원의 정정보도 판결도 무리한 부분이 많아 곧 항소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MBC 노조에서는 "경영진이 정권과 타협했다"며 반발했습니다. 기사보기 (2008.8.12) 

그러나 그는 2008년 9월에는 PD수첩 제작팀이 소속된 MBC 시사교양국장을 6개월만에 전격 교체합니다. (2008.9.5) 

 정권의 MBC 압박도 점점 더 거세집니다.

그해 12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문진 창립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지난 1년의 흐름 속에 MBC가 과연 사랑받는 방송으로 있어 왔는지, 방문진과 MBC 관리자는 소임을 충실히 했는지, 그 관리·감독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줬는지, 무엇을 심어줬다면 그것이 정당하고 합리적이었는지 비판받을 대목”이라며, “공영방송 또는 민영방송으로서 MBC가 오늘의 현실에서 어떤 정명(正名)이 필요한지, 미디어 개편시 MBC의 길과 위상에 대해 냉험한 자세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사보기 2008.12.19)

그러자 엄씨는 "야만적 방송을 막으려면 MBC 공영화가 유지되어야 한다"(2009.1.1)고 겉으로는 주장하면서 조금씩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2008년말~2009년초 지속된 MBC 파업에 대해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지키는 데는 노사(勞使)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이중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고, 2009년 신년사에서도 방송개혁에는 “충분한 토론을 거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mbc 노조가 파업을 접고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후 '피의 봄'이 시작됩니다. MBC PD  수첩 제작진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당시 광우병  보도를 담당했던 신보슬 PD는 체포되고, 엄사장 취임후 <뉴스데스크>진행을 맡던 신경민 앵커는 앵커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 또한 교체 요구에도 시달리는 등 본격적인 MBC 언론탄압이 시작됐지요.  이에 반발해 MBC 내부에서는 제작거부가 또 시작됐죠.

리더십을 문제 삼은 방문진 이사 중 일부는 엄기영 해임안을 제출하고 (2009.4.16) 당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나서서 퇴진을 촉구하지요. 그러자 엄기영 사장은 "부적절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합니다.

친이계 의원들이 덩달아 엄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그해 8월 방문진 이사진들이 친여보수 인사들로 바뀌면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집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언론탄압이라는 멍에를 피하고 싶었던 방문진은 '조건부 재신임'이라는 카드를 내밀며 엄기영 사장 유임으로 선회합니다. (2009.9.10)

방문진의 섭정이 계속되면서 엄사장의 리더십이 점점 문제시되기 시작합니다.  

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100분토론 진행을 맡던 손석희 교수도 교체하게 됐죠. 이후 엄기영 사장은 MBC 경영진 8명과 함께 2009년 12월 9일 사표를 냅니다.


2009년12월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사표를 내기 직전의 엄기영 전 mbc 사장/경향신문 DB



그러나 방문진은 선별적으로 사표를 수리하면서, 엄사장을 다시 유임을 시키기로 하죠. (2009.12.10)
mbc 노조에서는 이를 굴욕으로 보고 더 이상 엄사장을 인정하지 않기로 합니다.  

2010년 2월 8일 엄사장은 결국 사의를 표명합니다.
그러면서 엄기영 사장은 '언론탄압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비춰지게됩니다. 
지난 2년여간 그가 얼마나 방문진과 친여보수진영에 시달렸는지 알려지면서 동정표를 얻게 됐죠. 

## MBC 사장 퇴임 후

사장퇴임후 그의 거취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7·28 재·보선의 상징으로 은평을 재선거가 떠오르고 이재오의 대항마로 야권이 연대해야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입니다.  민주당에서 영입 후보로 조국 서울대 교수와 신경민 전 MBC앵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등과 함께 엄기영 영입설이 솔솔 나돌기 시작합니다. 

정권심판 완결무대로 떠오른 은평을 대전 (2010.7.2)

그러다 한나라당에서도 당시 직무정지중인 이광재 강원지사의 뒤를 이을 강원지사 후보로 엄 전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와중에 그는  7·28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 선거 캠프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갖가지 억측을 낳기 시작합니다.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기도 하고, 주소지도 춘천으로 옮겼습니다.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기 시작합니다.  다중인격설, 고향논란설도 이 무렵 등장합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친여권으로 돌아선 건 지난해 하반기 무렵으로보입니다. 그는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면서 만들어진 '미퍼스트국민운동본부' 에 친여보수 인사들과 함께 공동대표로 이름을 내밀더니 기사보기 (2010.12.16) 평창동계올림픽민간후훤회장을 맡으며 "심장이라도 빼서 지역에 봉사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하기시작합니다. 이어 올림픽유치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죠.

올해 4.27 재보선이 향후 정국의 주도권과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세를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여겨지면서, 특히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뒤를 이을 강원지사 후보로 본격 거론되기 시작합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출신으로 강원지사직에 재도전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민주당 쪽에서 그분을 원할지 우리 한나라당 쪽에서 원할지 그것도 사실은 지금 모르고 그분은 계산을 엄청하고 계신 걸로 그렇게 평가를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아직 어디 사람이다 하는 것도 평가가 안 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기사보기 (2011.1.28)

판 커진 4.27 재보선 인물찾기 경쟁 가속 (2011.1.30)

그러다가 지난달 24일 민주당 최문순의원이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합니다. 최의원은 "엄기영 전 mbc 사장이 민주당에 오면 후보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합니다.  기사보기 (2011.2.25)

드디어 2월 28일 엄기영씨가 한나라당에 입당하기로 입장을 밝히고 3월 2일 기자회견을 가졌지요. 
당내 경선이 남긴 했지만, 이로 인해 강원지사직은 MBC 전 사장들간의 매치가 아니냐며 회자되고 있지요. 



지난 1년여간 그의 행보를 지켜보니 참으로 가관입니다. 

정권의 압력으로 반강제로 사퇴하고서도 1년여가 지난 지금 '자발적 사퇴'라고 우기며, 자신에게 압력을 가했던 친여보수세력의 편에 서서 자리를 얻으려는 엄기영 전 사장의 행보를 지켜보니 참 씁쓸합니다.  

당내 경선이라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나, 그의 말이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는지는 올 4월 강원도민들이 판단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