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그림만 그려가도 잡혀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흉흉한 세상에, 권력을 마구마구 휘두르는 특정 ‘쥐’를 그려내는 만화가가 있습니다.
이 만화가는 쥐는 물론,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빌붙는 떡개, 5세 훈이와 대권 브이까지…. 성역없이 만화를 그립니다. 그리고 그 위정자들의 위선들을 ‘삽질’로 칭하며 소름끼치도록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바로 불안불안~하면서도 통쾌한 촌철살인이 있는 <삽질의 시대>를 연재하는 박건웅 작가입니다.
박 작가님과 저 크로스지기의 인연은 과거 ‘노근리 사건’을 취재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바로 2006년, 노근리 양민학살 문제가 다시 언론에 오르내리던 때였습니다. 당시 노근리 관련 취재를 해왔던 저는 이 사건을 만화로 그려내 <노근리 이야기, 그 여름날의 기억>을 출간한 박 작가님을 취재했더랬습니다.
만화라기보다는 다소 충격적인 ‘그림 다큐멘터리’와도 같아보였던 이 작품을 그린 박 작가님의 첫 인상은 뭐랄까, ‘단단’해 보였습니다. 역사적인 사건 속의 미국의 만행을 고발하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눈빛이 아주 강렬했던 기억입니다.
박 작가님은 비전향 장기수의 인생역정을 그린 작품을 낸 뒤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기도 했네요.
▶ [책과 삶]비전향 장기수 인생역정 통해 ‘분단의 아픔’ 조명
아래는 필진소를 앞두고 드린 허접한 질문에 대한 박 작가님의 성실한 답변입니다.^^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부천에서 만화그리는 만화가 박건웅입니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잊혀진 근현대사이야기를 소재로 만화작업을 하고 있어요.
태어난 곳은 양화대교 다리 밑이라고 해요.
어르신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나 해야 할까요.
어린시절에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한때는 화가가 되고 싶어 미대도 진학하였으나
결국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게 오직 만화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화가가 되었지요. 개를 좋아하며 독신 작가생활을 청산한지는 얼마 안되었습니다.
평소 세상에 대한 풍자만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소중한 인연으로 경향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는 처음인지? 이전에 쓰던 개인 블로그들과는 어떻게 다르고 또 비슷한가요?
블로그는 네이버와 다음을 주로 써 왔는데 이번에 접한 경향블로그 안에는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 달라 보입니다.
이전 블로그가 가졌던 사적이고 폐쇄적인 영역을 벗어나서 경향블로그는 불특정다수의 독자를 만난다는 면에서 매우 즐겁고 한편으로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블로그의 이름/주소에는 담긴 뜻은?
만화라는 매체는 서로 다른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연상작용을 일으켜 내용를 이해한다고 해요.
바로 <칸과 칸사이>라는 말의 뜻은 서로 다른 그림... 만화의 칸과 칸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유로운 상상력의 공간과 시간을 말합니다.
-블로그를 만들고, 지난 몇달을 돌이켜본다면?
지난시절 만화가이면서도 시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장편만화를 그려오며 특별히 마감이란 생활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이번 경향블로그 만화를 매주 연재하다보니 비로소 마감이란 순간을 느끼며 새삼 만화가가 되었다는 실감을 종종 하게 됩니다.
매회 제가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에 대해 매우 흥미로웠고 창작에 대한 끊임없는 자극이 되었던 몇 개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삽질의 시대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에 임하는 자세라면?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블로그를 채워갈 예정인지?
특별히 블로그에 대한 자세라기보다는 앞으로 평소의 제가 생각하는 세계관과 철학을 만화에 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리하여 저의 작업이 늘 가까이에서 일어나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상의 부조리함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G20 때 쥐그림 그린다고 잡아가는 세상인데, 정치 풍자가 ‘쎈’ 것 같습니다. 걱정스럽지는 않으신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요즘 주위 분들이 많이 걱정을 하시는데 그만큼 우리사회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자기검열의 시대로 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작업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니까요.
만화를 이념적으로 선동한다고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야말로 정작 만화적 상황을 만드는 것인데. 그분들 표현대로 국격에 맞지가 않습니다.
쥐 그림 그린다고 잡아가는 모습이 세계적으로 권력의 유치한 수준을 드러내는 일이겠지요.
아이디어 구상은 작품스타일에 따라 다른데요. 주로 이전에 했던 장편만화의 경우 잠자기 전에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잠자기 전 30분가량은 낙서를 하는 습관이 있어요.)
<삽질의 시대>의 경우는 주로 지하철로 이동시에 사람들의 말과 행동, 일상적인 대화를 듣고 아이디어를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본인의 사이트 이외에 다른 사이트 구경도 좀 해보신 담에) 개인적으로 경향의 다른 블로그 중 관심이 가는 블로그, 혹은 가장 재밌게 읽었던 포스팅과 그 이유는??
글쎄요. 지콜론의 팝디자인을 종종 방문합니다. 디자인의 대한 새로운 시선과 이야기에 관심이 가고 영감도 많이 받습니다.
-경향블로그들을 둘러본 감상은? 그리고 개선할 점은?
다소 딱딱 할 수 있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개인들의 자유로운 시선으로 해석하고 소통을 나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내용과 소재가 머무르지 않고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만화로 그려내는 박 작가님은 대학 시절 소위 ‘운동권’이었다고 하네요. 내년이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그 열정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대단합니다.
시대를 그려내는 작가, 박건웅.
그의 <삽질의 시대>는 ‘시대’의 삽질이 멈출 때까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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