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크로스지기 막내인 이고은 기자입니다~.
이제껏 필진소를 진행해 오던 윤민용 기자가 요즘 ‘알파레이디 리더십’ 준비에 느무느무 바쁘셔서…. 덜 바쁜 제가 ‘필진소’를 맡게 되었답니다. 크로스 독자 여러분께서 궁금해하시는 ‘문제의 필진’들, 앞으로 그 정체를 낱낱이 밝혀드리겠습니다. ㅋ 앞으로 잘 부탁드려용.
요리 중인 서민 교수님
각설하고, 이번 ‘필진소’ 여섯번째 그 주인공은….
두둥.
바로바로바로~ 촌철살인에 살인미소까지 겸비한 완소남!
국내 유일 기생충학 전공의 출신 진보 칼럼니스트!
나 요리하는 남자야, ‘서민’ 교수님!이십니다. 네네. 워워~.
서민 교수님은 그 의미심장한 이름 때문에 “가명 아니냐?”라는 오해를 많이 듣고 계신데요. 실명 맞으시고요. 이명박 정부가 ‘친 서민’을 내세우면서 실상 뒤통수를 치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일찌감치 간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빵’을 날리고 계시는 혜안의 소유자이십니다. 이 정부의 낯간지러운 면모들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계십니다.
그동안의 히트작은 뭐 수도 없습니다.
보온상수님을 1박2일의 새 멤버로 영입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한 주장을 펼쳤던 ‘1박2일의 새 멤버는?’(2010/11/17), 국격돋는 G20를 둘러싸고 선진일류국가의 국민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자괴감을 담담하게 풀어낸 ‘난 오늘 비겁했다’(2010/11/10),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칼럼의 소재로 승화시켜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비판한 ‘외모도 챙겨주세요’(2010/12/17) 등이 있겠습니다.
그럼 간단하고 허접한 질문지에 성실하고 면밀히 답변하신 서민 교수님의 답변을 볼까요?
제 이름은 서민입니다. 가끔 ‘임신중’ 같은 이름을 지으신 부모님들은 왜 그러셨는지 궁금한데요. 제 이름은 좀 유명한 작명가가 지으신 겁니다. 그 작명가가 누나(현)와 제 이름을 짓고 돌아가셨고, 그 아래 동생들은 그냥 평범한 작명가가 지었습니다(영, 희). 이름 때문인지 메이커 옷만 입고 다녀도 ‘노숙자 같다’는 말을 듣고, 얼마 전에는 택배기사로 오인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기생충학을 전공합니다. 주로 하는 일은 실험을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쓰는 것이고, 강의도 하는데요 비율을 따지면 연구 80: 강의 20 정도 됩니다. 강의가 없는 방학 때는 밀린 논문도 쓰고 연구비 신청도 하는 등 나름 분주하게 보내는지라 “방학 때는 뭐하냐?”는 말을 들으면 서운하기도 합니다.
제가 기생충학을 선택한 이유는 연구가 적성에 맞을 것 같아서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연구라는 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아직까지 대단한 업적을 못남긴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크게 기대할 건 아닌 듯 싶습니다. 그래도 기생충학을 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 것이, 환자는 기다려주지 않지만 기생충은 얼마든지 저를 기다려 주기에 응급을 다투는 일이 드물다는 점입니다. 다른 임상 선생님들을 보면 얼마나 바쁘게 사시는지, 기생충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처음인지? 이전에 쓰던 개인 블로그들과는 어떻게 다르고 또 비슷한지?
블로그 활동은 2001년부터 했습니다. 하루 열명 내외가 찾는 조그만 홈페이지를 만들어 썼는데 ‘최소한 하루에 한편의 글은 남기자’는 소박한 목표를 가졌습니다만, 실제로는 하루에 세편 이상씩 쓴 것 같습니다.
아무 글이나 그런 식으로 꾸준히 썼던 게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백일장 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다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에 블로그가 생겼고, “여기서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블로그질을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정상을 차지하면 어릴 적에 책을 안읽은 콤플렉스를 좀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거든요. 댓글도 하나 안달리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석달이나 글을 열심히 써댔습니다.
정상에 오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태우스‘라는 필명을 알라딘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 알 정도는 됐고, 그 덕분에 경향신문에 칼럼도 쓰게 됐으니 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경향에서 만들어준 티스토리 블로그가 기타 블로그와 틀린 것이 일단 방문객이 많다는 겁니다. 제 외모에 바탕을 둔 ‘안 예쁜 여자들’이라는 글을 썼을 때 하루 5천명이 넘는 방문객이 제 블로그를 찾았지요. 홈페이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알라딘에서도 하루에 300명이 제일 많은 수준이었거든요.
좀 무서웠습니다. 저렇게나 많은 분들에게 제 글이 읽힌다는 게 말입니다. 뭐랄까, 좀 더 열심히 써야 한다는 그런 중압감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알라딘에서 활동할 때처럼 아무 글이나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거 올리면 욕먹을 거야’라는 자기검열 같은 게 생긴다니깐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했습니다만, 문제는 제가 작년 말에 닌텐도 위를 사버렸습니다. 틈나는대로 아내랑 마리오카트를 하다보니 아내와 친밀감은 짙어지지만 블로그에 글을 많이 못올린다는 안좋은 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다른 점은, 아무래도 방문객의 층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다보니 글쓴이와 방문객간에 형성되는 친밀감 같은 게 덜한 것 같습니다.
아, 로그인을 안하고 댓글을 달 수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심플맨님, 고교교사님처럼 같은 닉네임으로 댓글을 다시는 분이 여럿 계시니, 몇 달 더 지나면 이곳 블로그에서도 친구가 많이 생기겠지요.
교수님 블로그의 빅재미. 재미난 사진들. 대체 어디서 구하는 것일까!
블로그의 이름/주소에는 담긴 뜻은?
‘서민의 기생충같은 이야기’는 제가 기생충을 전공해서 그런지 기생충같은 분들이 가끔 눈에 띄거든요. 그래서 그분들 이야기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주소는 뒤에 bbbenji가 붙는데요. 제 가장 좋은 친구였던 마르치스 강아지 이름이 벤지였거든요. 18년을 저와 함께 있다가 저 세상으로 갔는데 그 친구를 기리는 마음에서 그렇게 붙였습니다.
참, 위에서는 말 안했지만 전 개를 참 좋아합니다. 결혼도 개 좋아하는 면에서 상위 1% 안에 드는 미녀 분과 했고, 지금은 페키니즈라는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르며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벤지한테 미안해서 다시는 안키우려고 했는데요 합리화를 하자면 저만큼 개를 이뻐하는 사람이 안키우면 누가 키우겠어요? 지금 페키니즈들도 어찌나 예쁜지, 가정에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블로그를 만들고, 지난 몇달을 돌이켜본다면?
사실 전 좌파라고 할 수도 없는 사람이어요. 오른쪽으로 너무 많이 가 있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조금만 왼쪽으로 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가 제가 바라는 수준인데요, 그런 제가 주변 분들로부터 좌파 소리를 듣고 사니 기가 막히죠.
그래서 그냥 정치 이야기는 거의 안하고 숨을 죽인 채 지내는데요,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진 분들끼리 이렇게 모이니까 즐겁더라고요. 집에서도 잘 못하는 정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일종의 탈출구라고 할까요.
“조선일보가 어때서?” “노무현이 받아먹은 돈만 갖고도 무상급식 충분히 한다” 같은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에 임하는 자세라면?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블로그를 채워갈 예정인지?
제가 이런 정도의 글실력으로 칼럼 집필을 맡게 된 게 과분한 대접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다니다보면 글 잘쓰는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럼에도 저한테 지면이 돌아간 것이 교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도 작용한 것 같은데요, 사실 좀 말이 안되죠.
제가 기생충만 잘 알지 정치나 사회에 대해 다른 분들보다 뭘 얼마나 알겠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너무 바보같은 소리는 하지 말자’는 걸 모토로 삼는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제게 글을 쓰라고 권해주신 경향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어머니한테 회 한접시 사드린 거 말고는 효도를 거의 안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제가 신문에 글을 쓴다는 게 큰 자랑이거든요. 제 글이 나올 때마다 신문을 여러 부 사셔서-가판대에 예약을 해놓으셨대요- 친구 분들에게 자랑하면서 한부씩 나눠주신답니다. 경향 덕분에 효도를 하는 셈이죠.
앞으로 경향에서 시키면 뭐든지, 예를 들어 허드렛일 같은 것도 할 겁니다. 이게 제가 블로그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본인의 사이트 이외에 다른 사이트 구경도 좀 해보신 담에) 개인적으로 경향의 다른 블로그 중 관심이 가는 블로그, 혹은 가장 재밌게 읽었던 포스팅과 그 이유는??
신율 교수님 블로그를 갈 때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많이 배웁니다. 보온병에 관한 글도 그렇지만, 가독성 면에서 아주 뛰어나더라고요. 글을 쉽게 쓰면서도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을 쓰자는 결심을 하게 만들죠. 참, 신율교수님 존함이 두글자라는 것도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구정은님 블로그도 많은 것을 배우는 곳이죠. 사실 우리나라 신문들이 해외 동향에 약했잖아요? 그런데 그 블로그에 가면 신기한 것도 많이 듣고, 제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는 걸 느낍니다.
경향 '크로스블로그'들을 둘러본 감상은? 그리고 개선할 점은?
아무래도 저를 개선해야겠지요. 제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블로그 관리와 관련해서 크로스지기에게 바라는 점은??
저라는 놈은 당근보다는 채찍이 필요한 놈입니다. 저를 좀 더 몰아쳐서 경향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그게 크로스지기님이 하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미소 짓고 계신 서민 교수님~.
‘필진소’에 실을 테니 설문에 협조해달라는 크로스지기의 부탁에 “네. 경향신문이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우선으로 하겠습니다”라며 ‘경향사랑 나라사랑’을 외치고 계신 서민 교수님.
모든 대화의 80% 이상이 유머로 점철된, 음울한 시대를 한줄기 웃음으로 극복하는 여유를 가진 준비된 개그 달인이자 이 시대 진정한 지식인이십니다.
그리고 참고로…,
평소에는 숫기 없는 태도로 늘 땅바닥을 보고 이야기하시는 청순남이지만, 사실은 한번도 여자에게 대시해본 적이 없고 늘 고백만 받았다는 진정한 ‘옴므 파탈’이라고 합니다!
그럼, 서민 교수님의 유쾌한 칼럼을 오늘도 내일도 기대하겠습니다!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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