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창조경제, 통일대박, 규제완화까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그 흐름에 기대 정책들도 순식간에 바뀝니다. 그게 과연 정답일까요. 규제완화에 관한 최근 뉴스들을 정리했습니다.
2014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쓸 데 없는 규제는 아주 우리의 원수, 우리 몸을 자꾸 죽여가는 암덩어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규제'를 '암덩어리'라고 비유하며, '없애야 할 악'처럼 표현했습니다.
박 대통령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의 원수, 암덩어리로 생각해야”3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미국계 합작사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이 제출한 ‘외국인전용 카지노업 사전 심사 청구’ 건에 대해 ‘적합’ 통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1967년 시작돼 16개 업체가 영업 중인 국내 카지노 시장이 사상 처음 외국 자본에 개방됐습니다.
이후 '규제 완화'에 관한 뉴스들이 쏟아집니다. 대통령의 관심사니까요.
국토부는 워크숍, 금융위는 TF, 농식품부는 공모… 공무원들 규제개혁 ‘불똥’
2014-03-19 22:13:52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자 정부 부처 공무원들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규제를 ‘암’ ‘원수’ 등에 비유하는 등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워크숍도 열기로 했다. 그러나 ‘풀고 보자’는 식의 규제 완화 경쟁은 난개발과 대형 금융사고 등 추후 상당한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감사관들을 동원해 각 부처의 규제 완화를 독려하기로 했다. 19일 열린 감사관 회의에서 감사관들에게 “규제를 개선하지 않는 소극적 행정을 중점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정홍원 총리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상공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 ‘이번이 아니면 안된다’는 혁명적 발상을 갖고 반드시 (규제를)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2일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하는 규제개혁워크숍을 개최한다. 박 대통령이 20일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큰 틀의 규제개혁 방향을 밝히면 이에 따른 세부계획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부처 내 규제개혁을 위한 별도 조직을 만드는 구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청와대에 파견한 고위 관료를 복귀시켜 규제개혁 총괄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각종 금융규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 등 업권 및 연구기관별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상시적으로 운영해 규제개선 과제를 찾아내기로 했다. 부위원장을 팀장으로 하는 ‘금융서비스업 발전 민관합동 TF’도 매달 개최된다. 금융위는 행정지도, 가이드라인, 지침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숨어 있는 규제’들도 점검해 이 가운데 10%를 일괄 폐지·완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양수산부는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규제심의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업계 관계자를 많이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주영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해수부도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각오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부터 농업인 단체와 협회를 대상으로 규제개혁 관련 공모를 실시한다. 홈페이지에는 국민제안코너를 만들어 의견을 접수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한 규제 완화 정책의 강도를 더 높이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전용 웹사이트 ‘규제개선고’를 통해 현장 요구를 적극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박병률·이지선·이주영·송진식 기자 mypark@kyunghyang.com>
다들 기억나시죠? 3월 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열립니다. 지상파 방송국을 비롯해 뉴스전문보도채널 등이 생중계를 했던 토론입니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규제 개혁 의제 하나만 갖고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느닷없이 규모를 키우고, 방송 생중계 등 보여주기식 행사의 의도에는 눈을 감는다 해도 걱정과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예상대로 이날 회의는 규제 완화 합창대회였다. 대기업들은 작심한 듯 규제의 폐해를 얘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규제만 풀어주면 일자리 창출은 문제없다고 호언했다. 소상공인들은 규제로 인한 시간·비용 낭비를 꼬집었다. 해당 부처 장관들은 제도 개선 등을 약속했고, 대통령은 중간중간 의견을 표명하는 등 만기친람식 통치 행태를 보여줬다."
발빠른 움직일까요. 3월 20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법령을 제정할 때 산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잠깐, 역대 정부는 '규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요?
역대 정부의 규제 완화… 출총제 등 정권 초반 강화했다 후반엔 풀어줘
"손톱 밑 가시"
“할 수 없는 것이면 ‘손톱 밑 가시’ 선정 왜 했나… 어떻게든 되게, 창의적으로 규제 풀라”
박근혜 대통령은 “사람의 물건을 뺏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규제 개혁을 안 함으로써 청년들이 길거리를 헤맨다(거나),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뺏는 것은 죄악이다. 국민들이 자나 깨나 일자리를 갈구하는 소망을 짓밟는 죄악”이라고 말했습니다.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의 강도가 세죠.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기세 속에서 국회의 의원입법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엊그제 ‘규제개혁회의’에서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양산을 막아야 한다”며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 심의장치 도입 마련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제도 도입 방침을 밝혔고, 어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구체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지난 2월 신년 업무보고에서 ‘국회 문턱을 넘은 모든 의원입법에 대해 사후 규제 영향 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한마디로 규제 심사를 이유로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미국과는 달리 행정부가 법안 제출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입법 심사까지 하겠다는 것은 3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의원들이 법안을 낼 때마다 규제 평가를 이유로 개입할 경우, 입법권에 대한 심대한 제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3월 21일
끝장토론 후속조치들이 속속 이어졌습니다.
‘규제 뿌리뽑기’ 후속 작업 착수 ...당, 정, 청 실무회동
대한상공회의소는 규제 끝장토론 후속조치로 전국규제지도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피규제자인 기업 시각에서 평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벌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규제 개혁'이라고 불리는 이번 조치들은, 과연 불필요한 규제들을 없애는 것에 국한될까요? 경향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 바람 속에 기업의 입장만 대변한 규제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학교 옆 관광호텔 금지·게임 셧다운제·항만 친수공간… ‘착한 규제’도 대거 없애나
규제 완화, 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환경규제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환경규제가 풀린다]‘녹색 발전’ 명분에 ‘산림 보호’ 뒷전… 파헤칠 진입로만 151㎞
이어 3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연말까지 경제적 규제를 15% 줄이고 정부 부처 중에서는 처음으로 ‘규제 청문회’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2017년까지 전체 규제의 4분의 1을 줄이기로 한 것입니다.
'끝장토론'이라는 형식을 빌려 전국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한 규제 완화의 흐름은 크고도 빨랐습니다.
3월 27일
정부는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건의된 52건 중 78.8%인 41건을 수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풀고 보자’ 정부, 건의 80% 수용 노동·환경·세금 등 ‘전방위 완화’
정부, 면세한도 상향 등 규제 완화 일정 앞당겨… “졸속” 걱정도
경향신문은 규제 완화가 이뤄진 산업단지에 다녀와 르포 형식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규제완화’ 산업단지 르포]규제 풀고 개발 부담금 탕감에도 기업 “땅 확보 안돼 투자는 아직”
또한 규제완화의 부작용도 짚어봤습니다.
[규제완화의 역습]금융 규제완화가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도 더 키웠다
[규제완화의 역습]‘끝장토론’서 언급된 인천내항 가보니… 주민들은 “소음·먼지 심해 수년째 창문도 못 열어”
[규제완화의 역습]농가 옆 주물공장 등 5000여개 밀집… 유해물질 배출, 생존권 위협
지금도 '규제 완화'의 바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연 규제는 암덩어리이고, 무조건 없애야 하는 걸까요. 이봉수 세명대저널리즘스쿨 원장의 칼럼을 보며, 언론과 시민들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봉수 시민편집인 시각]규제, 훨씬 더 강화해야 옳다
이건희 회장이 “한국에 공장 지으려면 도장이 1000개나 필요할 정도로 규제가 많다”면서 영국에 지은 공장에 그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삼성은 “인건비가 동유럽에 비해 5~6배 이상 들어가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영국 언론은 삼성이 영국의 기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영국은 보조금까지 주면서 기업을 유치하지만, 노사·환경·회계·공정거래 관련 기업 규제는 상당히 까다롭다. 선진국은 대부분 그럴 뿐 아니라 불법행위를 엄단한다. 법은 노사 쌍방에 엄격해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활동을 탄압하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윈야드 공장의 인건비 상승 역시 삼성은 노조 탓으로 돌리고 싶었을 터이다. 청와대 규제개혁회의에 초청된 영국대사가 영국을 규제개혁의 모델로만 얘기한 것은 유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암 덩어리’로 매도하면서 규제 완화 광풍이 불고 있다. 광풍의 특징은 필요한 것까지 날려버린다는 점이다. 규제개혁회의는 그동안 규제 철폐에 목을 매왔던 시장지상주의 논객과 민원인 등이 집결해 규제를 ‘악의 축’으로 단죄한 대국민 쇼였다. 물론 불필요한 규제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정부가 그냥 없애면 되는 일이었다. 회의에서 거론된 ‘액티브 엑스’도 여야 합의로 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고 업계도 개편을 추진 중이었다.
요란한 쇼를 벌이는 와중에 아무런 견제 없이 슬쩍 부활한 것이 바로 보수의 ‘줄푸세’ 본능이었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사회 양극화와 무소불위 경제권력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박근혜 후보도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역시 본능은 감추지 못하는 걸까?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푸’는 쪽으로 일대 전환을 해버린 것이다. ‘공약 사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판에 오히려 남을 질책하고 나선 셈이다.
논란의 귀결은 대개 누가 이슈를 선점하느냐에 좌우된다. ‘도장 1000개’나 ‘암 덩어리’처럼 무리한 표현일수록 한번 규정되고 나면 이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대통령이 ‘규제는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단정하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 아래 ‘착한 규제’ 논리가 먹혀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정감사 대상인 산업연구원장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황사’라고 비난했다. 한국 사회에 규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성찰이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은 ‘회의(會議)’는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규제 성토대회’였고 ‘보수 부흥회’였다.
▲ ‘규제 성토대회’인가 ‘보수 부흥회’인가
망가지는 국토, 황폐해지는 지방, 규칙 작동 않는 시장
방치된 안전 양극화한 사회
규제 완화보다는 규제 강화가 더 급하다
경향신문은 규제개혁회의 이후 일관되게 제동 없는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특히 회의에서 거론된 곳에 기자들이 직접 나가 보고 쓴 현장기사들은 진보언론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관광호텔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 지역(3월28일자), 녹지를 공장용지로 바꾸려는 여수산업단지(3월28일자), 농가 옆에 공장이 밀집한 김포 대곶면(4월1일자), 공원을 만들기 위해 이전되는 공장들이 ‘민원’을 제기한 인천내항 지역(4월1일자) 등의 실태를 르포 형태로 보도함으로써 기업만이 아니라 주민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했다.
아쉬웠던 점은 ‘줄푸세’로 정책기조를 전면 수정하기 위한 대대적 선전활동인 규제개혁회의의 성격을 처음부터 제대로 짚어주지 못한 것이다. 첫 회의를 보도한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 “할 수 없는 것이면 ‘손톱 밑 가시’ 선정 왜 했나, 어떻게든 되게, 창의적으로 규제 풀라”(3월21일자)는 거였는데, 얼핏 ‘국정홍보신문’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 비판은 해설이나 사설에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의의 진짜 의도를 간파하고 그것을 폭로하는 일도 ‘사실’ 보도에 해당하는 거 아닐까? 영국 ‘가디언’이나 ‘인디펜던트’ 등 ‘의견(opinion)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유럽 권위지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7시간 동안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YTN 등 케이블방송까지 총동원해 선전전을 편 것은 크게 문제 삼을 일이었는데 적절한 지적이 없었다. 정부가 섭외한 중소상공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대기업 규제 완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보였다. 민원인의 준비된 질의에 장관의 준비된 답변이 반복되는 ‘역할극’을 국민이 7시간이나 본 셈이다.
이 국면에서 진보언론의 임무는 불필요한 규제로 지목된 것에 대한 ‘진상규명’을 넘어 우리 사회에 왜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분야에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세적으로 의제설정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은 어떤 사회인가?
‘가디언’은 신문 맨 안쪽에 연결된 두 면을 펼쳐 ‘이번주의 그래픽’이라는 이름 아래 각종 통계치를 보여줌으로써 힘 있게 의제설정을 한다. 기가 막힌 것은 한국이 너무나 자주 1·2등 아니면 꼴찌에서 1·2등을 한다는 사실이다. ‘가디언’ 모니터링 결과와 최근 통계들을 합한 거여서 통계연도가 다르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1등을 한 것은 너무나 많다. 인터넷 분야 1위 등 좋은 것도 꽤 있지만 나쁜 게 대부분이다. 저출산율, 자살률, 40대 암사망률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1인당 증류주 소비량, 곧 위스키·소주 등 독주 소비량이 제일 많은 데가 우리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10만명당 산재사망자, 연간 노동시간, 남녀 임금격차, 저임금 노동자 비율, 노인 빈곤율이 1위인데도, 사회복지 지출은 꼴찌 수준이다. ‘선진국 클럽’에 들었다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하면서도 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암에 걸리거나 아니면 독주라도 마시면서 버텨야 하는 게 우리의 노동현실이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역동적이라는 증거도 되지만, 너무 경쟁적이고 과로하고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고, 양극화한 사회임을 말해준다. 정부에 맡겨진 책무는 이런 불안한 노동 현장에 안전을 도모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고 양극화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상당 부분 규제를 통해 달성할 수밖에 없는 정책 목표들이다.
박 대통령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투자를 늘리는 방법은 규제 완화뿐”이라고 말했는데, 규제 완화는 개인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대신 사회에 비용을 전가하는 게 많다. 환경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환경영향평가제가 형식적으로 운용돼 산허리를 허물고 하천에 콘크리트를 싸바르는 공사가 전국에서 계속 진행되고, 학교 근처에까지 러브호텔이 들어서려 한다. 우리나라 호텔 중에는 숙박업보다는 이상한 용도로 밤낮없이 돈을 버는 데가 많다. 호텔 주차장에 번호판 가려주는 천막을 드리운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도시의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간판과 전광판 등 빛공해와 국도변에 난립한 음식점 간판공해 역시 세계 1위일 것이다. 정부가 매사를 사적 이익 추구에 맡겨두고 공적 책무를 소홀히 한 결과다. 그린벨트와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마저 대폭 완화할 태세인데 안 그래도 심각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황폐화를 더 부추기겠다는 건가?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강화해야 할 규제가 완화해야 할 규제보다 훨씬 많다. 환경 규제뿐 아니라, 시장 규칙을 확립하는 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 규제, 골목상권을 넘보는 대기업 등에 대한 독과점 규제, 금융 규제, 안전 규제, 사회적 약자 보호 규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진보언론은 규제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는 공세를 펼 때다.
<이봉수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hibongs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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