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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확확 라운드업

<라운드업>18대 국회, 날치기의 역사


한나라당이 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직권상정하더니, 22일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직권상정과 날치기로 처리했습니다.

<라이브 업데이트>한.미FTA 비준안 처리 전과정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직권상정된 것은 2008년 12월에 이어 이번이 2번째입니다. 재협상 후 수정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다시 제출되면서 3년 전 필름이 그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네요.  
만약 이번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본회의까지 밀어붙여 강행처리한다면 18대 국회 들어 5번째 날치기가 됩니다.  2009년도, 2010년도, 2011년도 예산안 모두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했고 미디어법도 날치기됐지요.18대 국회의 주요 날치기 과거사를 정리했습니다. 


2008년 12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직권상정


2008년12월18일 국회에서 망치와 전기톱 소리가 울려퍼지고 소화기 분말이 난사됐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FTA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전날 밤을 꼴딱 지새고 문을 걸어잠갔고, 회의장 안으로 야당 의원들이 진입하려고 하면서 사단이 난 것이죠. 

한나라당 독선이 빚어낸 ‘6시간의 난투극’ (2008.12.18)



이때는 18대 국회 출범 후 처음으로 맞는 정기국회였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자칭 'MB개혁법안'(야당은 'MB악법'이라고 불렀죠)을 야심차게 밀어붙이려 할 때입니다. 이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사이 기싸움이 팽팽했고, 그 문턱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있었던 거죠. 

2008년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외통위 회의장 앞에서 서로를 노려보는 모습.



여 강공뒤엔 ‘靑의 그림자’…홍준표 “오늘은 워밍업” (2008.12.18)

한나라당은 당시 우리가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던 시기였죠. 

여권의 어설픈 ‘先비준 압박論’ (2008.11.02)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이날 외통위에서 회의 개회 1분만에 상정되고 회의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야당이 크리스마스날 본회의장을 점거해버리면서 한나라당은 이듬해 1월 민주당과 쟁점법안을 놓고 상당부분을 양보한 협상안에 사인해야 했습니다. 

외통위 폭력사태로 시작된 그해 겨울 날치기의 뒷맛은 아주 씁쓸했습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이정희 의원, 민주당 문학진, 강기정 의원,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 5명이 무더기로 기소됐습니다. 국회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진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현직 의원들이 재판까지 가게 된 것은 처음이었죠.
 
이들 의원을 포함해 여야 의원을 상대로 10여건의 무더기 고소가 이뤄졌지만, 야당이 법안심의권을 침해했다고 고발했던 박진 당시 외통위원장과 외통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10명,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날치기


날치기는 거듭될수록 진화합니다. 2009년 7월22일 강행처리된 미디어법은 그 날치기 과정에서 여야 동거농성이라는 진귀한 풍경과 '사전투표(입도선매 투표)' '재투표' '대리투표(메뚜기 투표)' '방해투표' 등 각종 신종수법을 낳았습니다. 

1주일 전인 7월15일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전운이 감돌던 국회는 레바논 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잠시 국회를 열었습니다.

[뉴스분석]한나라, 왜 미디어법에 목매나 (209.07.19)

여야 모두 마음은 딴 데 가 있었죠. 어느 한쪽이 본회의장을 점거할까봐 누구도 엉덩이를 떼지 못하다가 적과 어색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본회의장 사수”… 미디어법 치열한 쟁탈전, 어색한 동거 (2009.07.15)
‘일촉즉발의 국회’ 한나라, 한때 본회의장 기습 진입 (2009.7.19)
 ‘반대표·단식’으로 변수… 숨고르기속 ‘험난한 협상’ (2009.07.20)

여야 간 협상에 실패하자, 22일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에워싼 채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법안 3가지를 날치기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안’ 한나라, 날치기 처리… ‘불법 투표’ 논란 (2009.07.22)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의결정족수가 부족하자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하고 다시 투표를 하게 했다는 '재투표 논란', 다른 의원을 대신해 찬성 버튼을 눌러주는 '대리투표 논란'등으로 미디어법은 무효 논란에 휩싸입니다.

미디어법 무효논란 쟁점별 정리 (2009. 08.03)
이윤성 “투표를 종료합니다” 與의원들 “종료하면 안돼요” (2009.07.24)

민주당이 공개했던 대리투표 증거 동영상.



결국 무효논란은 헌법재판소로 넘겨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석달 뒤인 10월 29일 "처리과정은 위법하지만, 미디어법은 유효하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려 더 논란을 부르기도 했죠. 

신문·방송법 무효청구 기각 “표결과정 문제 있으나 법안은 유효” (2009.10.29)
“미디어법, 과정은 위법이나 법은 유효” 패러디 봇물 (2009.10.30)



이때 통과된 미디어법이 길을 터주면서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얻은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연합 등 언론사가 올 연말 연초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두고 있습니다. 

예산안 3년 연속 날치기 기록


18대 국회 들어 예산안은 단 한번도 날치기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법안을 놓고 몸싸움이 벌이다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예산안은 가급적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국회의 관행이었습니다. 이 관행도 18대 들어 모두 깨졌지요. 

2009년 말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때는 회의장을 바꾸는 신종 날치기 수법이 등장했습니다.

회의장소를 맘대로 옮겨서 법안을 날치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법에 '의장이 표결결과를 의장석에서 발표하도록' 해 놨는데, 회의장을 국회 내 제3의 장소로 옮긴 것이지요. 



예결위 회의장 변경 ‘신종 날치기’…산회 후 심사기일 지정도 무효 논란 (2009.12.31)

1년 뒤 2010년 12월 8일에는 '예산안 혈투'가 벌어졌습니다.

한나라당의 명분은 예산안 법정기일(12월2일)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지난 10년간 이 법정기일이 지켜진 적은 없었죠. 
 
그날 한나라당 의원들을 진두지휘한 김무성 원내대표의 한마디는 이랬습니다. "다 밀어!"



고함·욕설·발길질… 군사작전하듯 ‘예산 날치기’ (2010.12.08)
민주절차 깡그리 뭉갠 ‘돌격대’… 입법부는 없었다 (2010.12.08)

날치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육사출신 유단자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주먹질'을 자랑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죠.  

한나라 김성회 의원 ‘주먹자랑’ (2010.12.08)
주먹 쓴 김성회 의원에게 MB “애썼다” 격려전화 논란 (2010.12.15)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예산안을 날치기 하는 김에 한나라당은 야당이 반대해 골치아팠던 법안도 한입에 털어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날치기로 가기 위해 법안 심사기일 지정과 직권상정이 남발됐지요. 

4대강 지원 친수법·UAE 파병안 등 반대 거센 ‘문제 법안’ 대놓고 끼워넣기 (2010.12.08)



하지만, 한나라당이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예산안은 그 속도만큼 심사도 졸속이어서 감당치 못할 후폭풍을 몰고왔습니다. '친서민'을 그리 부르짖었는데 정작 예산안에서 대학장학금 지원예산, 어린이 예방접종 및 양육수당 지원 예산 등 서민 복지나 일자리에 관련된 예산이 빠지거나 깎여나갔기 때문입니다. 

날치기 당한 서민·복지예산 (2010.12.12)


템플스테이 지원예산도 빠뜨려 가뜩이나 사이가 안 좋은 불교계의 원성은 더 높아졌죠.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국 사찰출입을 거부당하는 '굴욕'도 당했습니다. 

조계종 “MB정부·여당, 전국 사찰출입 금지” (2010.12.09)

거기다 '형님예산'으로 대표되는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은 꼼꼼하게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공분을 샀지요. 


 
‘영남의, 실세에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이었다 (2010.12.12)
형님예산 3년 동안 1조 넘어 (2010.12.11)

2011년 11월22일 한.미 FTA비준동의안 강행처리 


한나라당이 22일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2시간여만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이행법안 14개를 뚝딱 해치웠습니다. 이제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의안을 처리하면서 비공개로 회의를 한 적이 없는데요.(국회에서는 국가 기밀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모든 회의는 공개가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유례없는 비공개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날치기는 복지와 예산에 관련한 의원총회를 소집한 뒤 본회의장 맞은편으로 회의장을 직전에 바꾸고 의총을 시작하자마자, 한나라당 의원 130여명이 본회의장으로 몰려가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날 날치기 과정에서 본회의장 안에서 최루탄을 터지는 사상 초유의 상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잠시 회의가 중단되는 듯 했으나 한나라당은 비준동의안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한미FTA비준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는 데 걸린 시간은 4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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