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는 누군가에게는 길고, 누군가에게는 짧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기뻤겠지만 누군가에는 무척 슬펐습니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방바닥에 고인 물을 퍼내야 했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기왕 (이렇게) 된 거”라고 얘기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듣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를 쉽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광화문 물난리에 대해 “비가 너무 많이 와 어쩔 수 없었다”는 서울시의 해명에 대해 네티즌들은 즉각 반대 자료를 찾았습니다. 역대 강수량을 비교했고, 그때 광화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물론, 서울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알린 것도 트위터를 통한 네티즌들이었습니다. 방송이, 언론이 이를 알린 것은 이미 물난리가 난 뒤였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또 말합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여름에는 분수대, 겨울에는 얼음판 되는 광화문 광장을 ‘광화호’로 만들자는 얘기 나옵니다. 그 좋아하는 대운하를 아예 서울 한복판까지 뚫어서 배타고 다니자는 얘기 나옵니다. 촌철살인에 배꼽을 잡지만, 어쩐지 씁쓸합니다.
물 좋아하는 이번 정부다 보니 채소들이 물을 먹었습니다. 태풍에 물 먹고, 폭우에 물 먹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채소값이 금값이 됐습니다. 정부가 물을 좋아하는 것, 나머지 땅 금값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5000원으로 뛰어올랐습니다. 김치를 먹기 위해서는 1주일 동안 걸어다녀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와대 식단에, 국회 식당에 오르는 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여적]배추가 1만5000원! … 김치 담그다 죽을 판
이렇게 세상이 팍팍해도, 한가위가 도무지 한가위 같지 않더라도 희망은 있습니다.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팀은 멋진 합창을 선보였습니다. 그 핵심은 역시 박칼린 음악감독입니다. 네티즌들은 그녀의 카리스마와 열정, 리더십을 제발 현실 정치인들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참, 박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아오, 난 싱글인데”라고 밝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군 복무 18개월 공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합니다. 군 복무 기간은 21개월로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28일 당정이 현역 사병의 복무 기간을 21개월로 동결키로 한 데 대해 "천안함 사건 때 지하벙커에서 열린 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한 18명의 정부 핵심 각료들 가운데 15명이 병역미필자"라며 "자기들은 군대 안가고 국방 예산을 삭감하면서 복무기간을 연장하려 하는데 자기 자식들이라면 그러겠느냐"고 비난했다. [기사보기]
그래서 프로야구 롯데 팬 한 명이 ‘약속’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시즌 초반,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해 롯데가 4강가면 내가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롯데는 4강에 진출했습니다. 아이디 ‘마산갈매기’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마산갈매기는 고기를 구워먹었고, 친구는 “롯데가 4강 못간다고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야구는 교육적으로도 훌륭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리고 누군가가 자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친 과음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술이 자꾸 당길지도 모릅니다. 정말 열받았을 때 누군가는 이렇게 술을 마십니다. 소위 ‘도미노 주법’이랍니다. 하지만 유행은 금물이겠죠.
그리고 누군가 술을 마실 때, 어쩌면 누군가는 즐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열일곱살 이하 여자 축구 선수들이 냉대와 멸시, 무관심을 뚫고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장관이며 대통령이며가 모두들 그녀들의 우승을 함께 하고 싶어할 때, 네티즌들은 그녀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3년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친구 김지수양을 그녀의 미니홈피를 통해 추모했습니다. 16세 이하 청소년 대표였던 김 양은 2007년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던 도중 쇼크로 뇌사상태에 빠졌고,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김 양의 친구들은 우승으로 약속을 지켰습니다.
“하늘에 있는 지수야 우리 우승했다. 축하해주라”. [기사보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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