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야구가 끝난 가을의 날씨는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스산합니다.
가을은 본래 연애의 계절이었습니다. 산이 제 허리를 붉은 옷으로 물들여가기 시작할 무렵, 연인의 허리는 서로의 손으로 감싸 안아 단풍보다 더 붉은 색 사랑을 틔워나가는 계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턴가, 사랑이, 연애가 사라졌습니다. ‘쿨’하게 헤어지는 얘기는 많아도, ‘뜨겁게’ 사랑하는 얘기가 사라졌습니다.
패션지 에디터 김경은 경향신문에 실은 글을 통해 ‘이 가을, 만사 제치고 연애를 합시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2010년 10월의 극장가에 한때 세상 모든 남자들의 ‘첫사랑’이었던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1968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개봉한다면? 굶주린 키스를 퍼붓기 위해 발코니로 몸을 던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위태로운 모습을 상상하니 팝콘을 먹으며 낄낄거리는 젊은이들의 오그라드는 손발이 떠오른다. 심지어 서로 사랑하는 두 젊은 연인들이 죽음으로써 상대방의 죽음을 애도하는 영화를 신자유주의 시대의 젊은이들이 좋아할 리가 없지 않은가? 얼어죽을 ‘쿨’ 세대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올 가을이 더욱 을씨년스러운 것은 연애가 사라진 세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은 솔로들의 천국입니다. 모태솔로들의 가을은 더욱 스산합니다.
모태솔로들은 자신이 언제 결혼할 수 있을지 계산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지금 계산해 본 분들은 ‘솔로 인정’ 입니다.
물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절대, 안생깁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발악을 합니다.
“이 차 타고 강남 가면, 여자들이 줄을 선다니깐?”이라는 말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해 봅니다.
그러나, 절대 안 생깁니다.
좋은 대학? 소용없습니다.
KAIST 학생들이 만든 밴드 ‘다윗의 막장’이 부릅니다. “세상에 너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
거짓말이라구요? 연애가 사라진 가을이 ‘무뇌’의 소산이라구요?
소송들어갑니다. 도와주실 변호사분 안 계십니까? ^^ 농담입니다.
이 가을, 만사 제치고 연애를 하는 게 어떨까요. 진짜 연애는, 사랑은, ‘쿨’이 아니라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연애가,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향신문 유인경 선임기자님이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행복전도사’ 부부를 위해 글을 썼습니다.
행복디자이너 최윤희선생이 나를 깨우치게 하다
최윤희 선생님, 제발 하늘나라에 가셔서는 남의 이야기만 듣지 마시고 선생님 이야기도 하세요. 진솔한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도움도 청하세요. 남들에게 폐끼치기 싫다고 빈소조차 못차리게 한 것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결례에요. 선생님은 너무 착하고 맑은 천사같은 분이셨지만 그래서 더 속상해요. 너무 속상해요...
PS.
물론, 결혼이 인생의 완성은 아닙니다. 경향신문 경제부의 김지환 기자는 결혼을 통한, 진짜 사랑의 완성을 꿈꿉니다.
김기자의 찌질 라이프, "사랑하나요? http://dogpig81.khan.kr/9
경향신문 기획미디어부의 이고은 기자는, 결혼하지 않은 30대의 연애유형과 아울러 목수정씨의 <야성의 사랑학>을 인용해, 연애가 실종된 요즘 세태를 이야기합니다.
이고은의 만나고 오는 길, "연애, 하고 있나요? " http://leegoeun.khan.k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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