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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hyang

[TV 읽어주는 향이] 독특한 감성의 드라마 '일리있는 사랑'에 관심 집중

우리는 어떤 TV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경향신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지기 ‘향이’가 인터넷 빅데이터를 토대로 측정한 ‘관심도’ 기준으로 어떤 TV프로그램들이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정리해드립니다.

미생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네요. 지난주(12월1일~7일) 인터넷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TV프로그램은 예상대로 ‘미생’이었습니다. '줌닷컴'의 TV인터넷 관심도를 보면 미생은 방송을 시작한 이래 줄곧 관심도 1위 혹은 2위를 지켜오고 있지요.

특히 지난주 미생과 함께 검색된 ‘인기 키워드’를 보니 ‘미생 변요한 독립영화’ ‘변요한 나이’ 등이 눈에 띄네요. 드라마 ‘미생’에서 변요한씨가 맡은 ‘한석율’이란 인물은 밝고 긍정적이며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말하자면 ‘엔돌핀’을 담당하고 있죠. 직장에 한석율 같은 동료가 있으면 참 즐거울 겁니다. 


    '미생'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발랄한 한석율마저 직속상사인 대리와의 갈등 때문에 지쳐가는 모양입니다.  5대5 가르마의 여중생 같은 헤어스타일을 확 바꾸었네요. 잘생긴 얼굴이 더 잘 드러나긴 하는데, 왠지 그의 개성마저 사그라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변요한씨와 ‘독립영화’가 함께 검색된 이유는 그가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라는 독립영화로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독립영화스타상을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장그래 역할의 임시완씨 연기력에 관심이 집중됐었는데, 알고보니 변요한씨도 주목받는 유망주였군요. 

소셜포비아는  경찰고시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이 SNS에 자살한 군인에 대한 폭언을 남긴 ‘레나’를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데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두 부문(넷팩상·한국영화감독조합상)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올해 3월 개봉된다고 하네요.

변요한씨는 시상식에서 “독립영화를 오래 찍으며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웠고, 힘들어도 일어나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왠지 미생 속 ‘한석율’의 다른 면모를 엿본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일리있는 사랑'의 한 장면. 김일리(이시영)가 UFO를 부르기(?) 위해서 학교에서 벌서다 말고 뒷산에 올라가 혼자 '굿'(?)을 하는 모습입니다.



지난주 누리꾼의 관심을 모은 TV프로그램 2위는 tvN ‘일리있는 사랑’입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미생’까지 tvN의 드라마가 ‘홈런’을 치면서 이제는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까지 지상파급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리있는 사랑’은 캐릭터가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김일리(이시영)라는 여주인공은 학교 친구들이 ‘안드로(메다)’라고 부를 정도로 ‘엉뚱’ 수준보다 더 나아간 좀 이상한 친구입니다. UFO와 접선하겠다면서 학교 뒷산에 올라가 이상한 춤을 추고, 안드로메다에 가서 사과나무를 심고 싶다고 (정말 심을 계획인 것처럼) 진지하게 말하죠.

아버지를 여의고 병원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 그리고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그녀는  늘 명랑하게 살아가며, “페인트공이 꿈”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달리기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하는 모습에서 강한 생활력과 (드라마에서는 생략된) 일리 가족의 ‘고단한 삶’도 느껴지고요.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라는 아버지 유언을 되새기면서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음악을 매일같이 듣고, 지금의 즐거움을 저당잡혀 공부에 매진하는 일 따위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보고있으면 즐거운 그런 아이입니다.

UFO를 볼러들이겠다던 일리는 그만 '명태'를 맞이하고 맙니다. 명태는 일리가 장희태(엄태웅)에게 붙여준 별명입니다. 희태가 수업시간에 북어(명태)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이석을 찾아내는 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면서 일리는 희태에게 반하기 시작하죠.


이렇게 재미있는 소녀 ‘일리’가 어리버리 선생님이자 생물학도 ‘장희태’(별명 명태)에게 마음을 뺏겼습니다. 희태가 뒤늦게 포경수술을 받고 난 뒤 어렵게 길을 걸어가다가 일리와 세게 부딪치는 에피소드가 빚어진 뒤 며칠 후엔 희태가 일리의 학교에 ‘임시 교사’로 나타나죠.  (극중에서 포경수술 후 엄태웅씨가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재밌습니다.) 좀 어수룩하지만 착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희태에게 일리는 ‘수호신’이 되어주겠다면서 열렬한 사랑을 바칩니다.

이 커플은 나중에 여차저차 해서 결혼에 이르게 되는데, 문제는 그 일리가 다른 남자와 진짜 ‘첫사랑’에 빠진다는 점이죠. 그리고 남편 장희태(엄태웅)가 그 모습을 목격하는 장면으로부터 드라마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재미+개성으로 뭉친 이시영(김일리), 엄태웅(장희태) 캐릭터 활용은 1,2회에서 웬만큼 다 한 것 같은데  ‘그 이상의 무엇으로 극을 끌어갈 것인가’ ‘스토리가 정말 재밌지 않으면 안 될 텐데’하는 우려가 살짝 드네요.

일리가 자신의 꿈은 '페인트공'이라면서 희태에게 보여준 사진. 사진작가 마크 리부의 '에펠탑의 페인트공' 이라는 작품(아래 사진)이지요. 이 드라마의 '감성'이 범상치 않아보입니다.


1~2회까지는 일리의 ‘대책없는 명랑 감성’을 보면서 ‘아멜리에’ 혹은 ‘엽기적인 그녀’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남자 분들이라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나를 짝사랑해주는’ 판타지를 그린 영화 ‘아는 여자’가 떠오를 법합니다.

재벌, 출생의 비밀 따위는 없고 소재가 새롭다는 점 그리고 빛을 잘 활용한 듯한 영화같은 영상미 면에서는 단막극풍 풋풋함도 느껴집니다.


지난주 TV인터넷 관심도 4위에는 ‘비정상회담’이 올랐는데요 17계단 상승한 결과입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큰 사랑을 받은 ‘터키유생’ 에네스 카야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관심도가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방송이 나간 후에는 ‘독일대표 다니엘 소신발언’이 화제가 됐는데요, ‘인기키워드’에도 올랐고요. 


인종차별에 관련된 대화가 오가던 중 그는 “한마디 해도 되겟느냐”면서 히틀러를 언급했습니다. 다니엘은 “한국 사람들 중에 히틀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가끔 한국에서 몇몇 사람들이 히틀러가 멋있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다” 면서 “택시를 타다가 기사 아저씨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리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독일에서 하면 잡혀간다. 히틀러는 어떤 면에서도 좋게 보면 안 된다. 정말 악마였다”고 말했습니다. 



다니엘은 또 “1차 대전은 독일이 잘못했다. 그래서 전쟁 이후 라인강 왼쪽 지역을 프랑스에게 30년간 넘겼고, 그 기간 동안 전쟁 보상금을 정리한 뒤 돌려받았다”고 말했는데요, 다니엘의 ‘소신발언’에 중국대표 장위안이 눈물을 보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지난주 TV인터넷 관심도 5위에는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올랐는데요 수습기자들을 다룬 드라마이기 때문에 저희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실 MBC '스포트라이트' KBS '총리와 나' 등 그동안 기자 세계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그닥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로부터도 '기자들의 고통과 눈물을 생생하게 그리지는 못했다'는 평을 많이 받아왔고요.

'피노키오'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지난주 7회에서 수습기자 최달포(이종석) 윤유래(이유비) 팀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가 숨진 여성의 사연을 단독취재했죠. 특히 사망한 여성이 스포츠센터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다가 쓰러지는 장면(CCTV 영상)까지 구해왔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로 방송사에선 '영상' 등 시각자료를 구해오느냐가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타사를 제치고 '단독취재'를 했다는 생각에 어렵게 살던 이 여성이 왜 그렇게 다이어트에 매달렸는지는 충분히 취재하지 못했고, 방송사는 이 여성 이야기를 '예뻐지려고 심한 다이어트하던 여성의 사망'으로 묘사했죠. 

그러나 알고보니 사망한 여성은 예뻐지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라 아픈 딸에게 간이식을 하기 위해서 지방간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죽음의 다이어트를 했던 사실을, 최달포는 늦게야 알게 됩니다.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뉴스가 나오자 "아니에요! 엄마는 나를 살리려고 살을 뺀 거예요"하며 오열하는 딸을 보며 최달포는 고통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지요.

시시각각 타사와 비교당하는 전쟁터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남과의 경쟁'에 매몰되어서는 안되며. '진실'이 뭔지를 생각하는 대신 단순한 '사실' 조각을 확보했다고 마음을 놓으면 자칫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 있는 존재, 기자...기자는 다름아닌 자신이 만든 결과물(뉴스 혹은 기사)로 인해 자신의 영혼이 황폐해지는 상황을 종종 마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피하지 않고 최달포 처럼 다시 일어서서 '도전' 해야하는 이들이기도 하고요. '피노키오'가 기자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특히 윤리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모습을 잘 그려줬으면 합니다. 저 같은 '기자 시청자'에게 잠시 잊고 있는 중요한 문제를 깨닫게 해주는 드라마가 되길 바랍니다. 

그건 그렇고 이 드라마에선 '케미' 터지는 키스가 화제더군요. 이른바 '손바닥 키스'(사진)...식빵 키스신도 소문(?) 많이 났던데 저는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은 지난주 TV 인터넷 관심도 순위입니다. 


그럼 경향신문 SNS지기 '향이'는 다음주에 더 재밌는 TV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TV 인터넷 관심도’란 줌닷컴이 현재 방영 중인 국내 142개 채널, 860여개 프로그램 중 누리꾼들의 인터넷 검색, 방송사 홈페이지 방문, 미리보기 및 다시보기 이용정보 등을 통해 형성된 빅데이터를 지표(인터넷 활동량 5만명 기준)로 정리한 것입니다. (TV인터넷 관심도를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줌닷컴 홈페이지를 클릭해주세요)

<미디어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