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과 편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논쟁으로 치부돼 안타깝다"고 했는데요. 과연, 이념논쟁인 걸까요. 교과서는 학생들의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역사인식을 키워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학능력시험과 관계해서 교과서 선택이 이뤄지면, 더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역사 교과서 논란 뉴스를 시간대 별로 정리했습니다.
‘뉴라이트 교과서’ 첫 시험대… 일선 학교 채택률 낮을 듯
지난해 8월 30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심의를 통과했습니다. 보수성형의 '뉴라이트' 학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았죠.
이 교과서는 우편향 기술 내용부터 지적을 받았습니다.
‘검정 통과’ 뉴라이트 교과서, 한·일 협정, 5·16 등 박정희 시대 미화 크게 늘어
이후 9월 초반부 역사왜곡 사실이 드러납니다.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역대 정권에 대한 평가도 편향적으로 기술돼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이 주도해 국사편찬위원회 최종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기술을 축소·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친일 협력자 활동을 긍정적으로 서술해 친일행위를 합리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30일 국사편찬위에서 열람한 결과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는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을 발표하고 12세에서 40세까지의 여성들을 침략전쟁에 동원하였다. 동원된 여성들은 일본과 한국의 군수공장에서 일하였다. 일부 여성들은 중국·동남아 일대·필리핀 등지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당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기사 이하 생략)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에서 교과서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정대협 “검정 통과시킨 정부 못믿어… 교과서 채택 거부 운동 펼 것”
하지만 교과서 집필자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에 참여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제주 4·3사건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이 벌인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4·3사건”으로 지칭한 기존 역사교과서나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추념해온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권 교수는 5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현대사학회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사교육의 모색’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좌편향 교과서들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 교과서가 청소년들한테 교육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석기 의원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지난달 말까지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4·3사건을 폭동으로 공격한 발언은 기존 역사학계와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2000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대통령으로서 처음 공식사과 뜻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4월3일 제65주년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으며 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제주를 방문해 “4·3 추모기념일 지정을 포함해 제주도민의 아픔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하 기사 생략)
교학사 교과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교과서를 들여다보니, 엉망이었던 거죠. 위키백과를 표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대안교과서를 베낀 것도 드러났죠.
교학사 교과서, 대안교과서 내용도 베껴 ‘커지는 파문’
일본 언론에서도 교학사 교과서의 왜곡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식민지 근대화론과 친일파 미화 논란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일본의 영자신문 재팬타임스는 지난 4일 ‘한국 교과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한다(South Korean text lauds Japan colonial rule)’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교학사 교과서가) 일제강점기가 한반도 근대화를 도왔는지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2차 세계대전과 일본의 한반도 식민 지배에 대해 약간의 긍정적인 단락을 실었다”며 “이 교과서는 식민 지배하에서 어떻게 신도시들이 교통과 유통의 중심지가 됐는지 서술하고 있다고 (한국의) 한 신문이 보도했다”고 적었다.
이어 “이 교과서는 일본의 강점기 동안 신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산업화가 진행됐다고 서술하고 있다”며 “이 표현들은 일본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촉진시켰다는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일본 지지통신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와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일부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일고 있다”며 “식민지가 한국의 근대화를 촉진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근거한 것으로 식민지 지배는 ‘악’이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에서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습니다. 친일 인사를 항일 인사로 둔갑시키고, 위안부는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 발표 후에 일어난 듯 축소 기술하고,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띄우기가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교과서 제작 과정에서 5·16 사료 중 불리한 부분은 멋대로 편집하고,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글을 틀린 부분까지 옮긴 표절 의혹에는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날짜·이름 등 사실관계 오류는 셀 수도 없이 많아 합격 판정을 받은 것부터 특혜·깜깜이 검증 시비에 오른 것입니다.
지난해 9월 11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학문·교육, 언론, 문화 등 이념 관련 분야에서는 좌파가 이미 절대적 다수를 형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 이명희 “좌파, 10년내 한국사회 전복”’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가 교과서에 대한 수정 의사를 밝힙니다.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는 배제했습니다.
교육부가 친일·오류·표절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포함해 지난달 최종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10월 말까지 모두 수정·보완키로 했다. 그러나 역사 왜곡과 부실 검증 문제를 촉발시킨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는 사실상 배제해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학 6개월 전에 마치도록 한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이 규정을 어기고 11월까지 늦어지면서 ‘역사 교과서’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출판사인 교학사가 발행 포기를 검토한다는 기사도 났었죠.
교학사, 교과서 발행 포기 검토… “최종 결정은 교육부 소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교사들의 거부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광주 역사교사 250명 “우편향 교과서 검정 취소” 촉구
지난해 9월 17일,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교과서 발행을 강행한다는 뜻을 밝힙니다.
“교학사 교과서 폐지 요구는 종북” 출판 강행 뜻 밝혀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는 끊임없이 나옵니다.
‘독도는 우리땅’ 가르쳐야할 교학사 교과서, 일본 영유권 주장한 일본인 논문 지도 실어
역사 왜곡과 자료 오류·표절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인의 논문에 실린 지도를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도에는 울릉도 옆에 독도의 위치는 표시돼 있지만 독도라는 이름은 삭제되어 있다. 독도는 우리 땅임을 가르치는 부분에서 독도 표기는 없이 일본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된 지도를 쓴 것이다.
지난해 10월 경향신문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을 실었습니다.
[역사교과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보수 진영의 10년 기획… 이념과제로 삼아 ‘뉴라이트 역사책’ 펴내
[역사교과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교학사’의 한국사 재해석… 독재·친일까지 ‘긍정사관’으로 합리화
[역사교과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소설·드라마·영화로 역사 배워요” 47%
[역사교과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박정희 시대 때 정권 미화하다 폐지한 국정교과서 ‘부활’ 논란
[역사교과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역사교과서는 개인이 쓰는 개설서가 아냐… 뉴라이트,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사 바라봐”
[역사교과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청와대·국회·사법부 ‘역사개입’ 안돼… 학계서 논쟁하고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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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초 교학사는 교과서 수정본을 내놨는데요. 여기서도 문제가 드러납니다.
각 일선 학교들의 교과서 채택 시즌이 다가오면서 한 차례 논란이 커졌습니다. 대구에서는 채택을 압박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대구지역 고교 전체에 ‘교학사 교과서 채택’ 압력성 공문
최근 각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 그리고 채택 철회를 촉구하는 움직임.
[단독]현대학원 소속 현대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현대학원 소속 고교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선정이 지난 30일 끝났지만 역사 왜곡·오류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들은 극히 미미하다.
권정오 전교조 울산지부장은 31일 “울산에 있는 현대학원 고교 3곳 중 현대고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전했다. 권 지부장은 “청운고와 현대공고 등 나머지 2개 학교에서는 교장이 역사교사들에게 교학사를 채택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교사들이 반대하자 원래 1학년 과정에서 배울 예정이던 한국사를 2학년으로 올려 교과서 채택을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고 교무부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역사교사 세 분이 교학사 교과서를 1순위로 선택했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역사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돼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3월에 교과서를 받게 되는 신입생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점수표가 있으니 선정기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청운고 교무부장은 “1학년은 동아시아사를 배운다. 한국사 교과서는 신입생들이 2학년에 올라갈 때 채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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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학생이나 학부모, 시민단체, 역사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상식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완패’]친일·독재 미화한 ‘부실덩어리’ 교육현장서 외면… “상식의 승리”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외압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고요. 학생들은 반발해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전주 상산고에서도 채택 철회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요. 결국 7일 채택 철회를 발표합니다.
한민고도 재검토 입장을 밝혔네요.
8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 교사들이 있는 학교에서도 이 교과서가 외면받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8일부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설]교학사 교과서 안 통하니 국정 교과서 타령인가
[사설]교학사 교과서 안 통하니 국정 교과서 타령인가
새누리당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검인정 체제에서 국정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제는 황우여 대표가, 어제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정우택 최고위원 등이 입을 맞춘 듯이 ‘역사 교과서의 국정 교과서 체제 환원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국가가 공인하는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옳다” “역사는 진영 논리에 따라 춤을 추어서는 안된다”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만큼은 이념을 떠나 사실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등을 이유로 내세우면서다. 거듭 강조하지만 유신 시절의 국정 교과서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를 태연하게 말하면서 바람을 잡다니 참으로 딱하다.
여권과 보수진영의 ‘국정 교과서 타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곤란에 빠질 때면 나오는 소리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교학사 교과서의 부실·왜곡·오류 등이 무더기로 지적되던 지난해 11월 초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잇달아 역사 교과서의 국정 체제 전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 여당 지도부가 일제히 나서서 다시 검정 체제 얘기를 꺼낸 것도 교학사 교과서가 학생·학부모·교사 등의 거부로 0%대의 채택률을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국정 체제 전환 시도는 그동안 다양한 시각의 역사 서술을 주장하며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해온 정부·여당의 태도와도 모순된다.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거부되니까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사 교과서 선정 결정을 변경한 일부 학교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어제 교육부의 특별조사 결과 발표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양심선언까지 한 채택 과정의 압력은 놔두고 도리어 그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린 학생·학부모·지역사회의 의견을 외압이라고 한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이런 괴이한 논리와 태도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국정 체제가 옳은 방향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말이 이를 웅변한다. 거듭 말하지만 교학사 교과서 사태의 본질은 이념전쟁이 아니라 진실과 콘텐츠의 문제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 이전에 수없이 지적된 부실·오류 등이 학교 현장에서 거부당한 이유임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정 체제의 명분으로 삼는 이념과 진영 논리는 스스로의 눈 안의 들보가 아닌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1월 9일, 교육부는 교과서 ‘편수’(책을 편집·수정하는 일) 조직을 만들어 검정과정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국정교과서 체제의 핵심이던 편수 업무를 부활해 정부가 검정과정을 직접 관할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요. 역사학계와 야당은 국정화의 속내를 드러내고 행정적 발판을 깔겠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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