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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대근 편집국장과 트위터 팬들의 날선 문답 공방

단비뉴스 박경현 기자  ouida1211@gmail.com


<경향신문>이 트위터 팔로워(구독자) 1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이대근 편집국장과 팔로워간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2010년 3월 트위터를 연 뒤 현재 팔로워가 9만6000명을 넘어선 <경향>은 언론사 중 트위터 팔로워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2층 갤러리 ‘효재처럼’에서 30여명의 참석자와 이 국장이 나눈 대화는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 15일 경향신문 '이대근 편집국장과의 대화'에 참여한 약 30여 명의 트위터리안이 이대근 국장과 질문을 주고받고 있다. ⓒ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신문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의 가치 담아야 

“한국 언론들은 정당 같습니다. ‘당리당략’에 따라 활동한다는 표현이 맞아요. 그러나 정당은 영어로 ‘파티(Party)', 즉 ‘부분’을 뜻합니다. 신문은 정당이 아니에요. 부분이 아니라 전체의 가치를 담아야 합니다.”

이 국장은 ‘한국에 과연 진정한 신문이 있는가’를 고민해왔다고 털어 놓았다. 한국에서는 언론이 특정 이념과 노선을 가지고 활동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의 사실을 전체적 진실처럼 오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 성향을 가진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당파성이 있더라도 신문의 원칙을 지키며 투명하게 보도한다면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는 것보다 낫다. 이를 위해 경향은 진보적 가치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 보수의 입장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 국장은 강조했다. 오피니언(의견) 페이지를 통해 보수는 물론 소위 ‘극우’라고 평가 받는 사람들의 의견도 함께 실으며 좌우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대표적 보수논객으로 꼽히는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을 필진으로 영입한 것이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풍자는 ‘나꼼수’에 맡기고 ‘경향’은 정직하게 세상 비출 것  

“최근 풍자를 주로 하는 대안 매체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해서 신문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는 없어요. 풍자는 <나꼼수>와 <뉴스타파>에 맡기고, 신문은 정직하게 세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아야죠. 물론 그걸 방해하는 요소는 너무 많습니다.”

▲ 이대근 편집국장의 답변을 듣고있는 참가자들. ⓒ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나꼼수>와 같은 대안 언론이 각광 받고 있는 현실에서 주류 언론으로서 <경향>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언론사 내외의 이데올로기와 당파성, 그리고 외부의 기득권이 주는 압박 등이‘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을 방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자의 명예를 걸고 그것을 극복해야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 국장은 “신문이 결국 신문의 본령으로 돌아가 정직하고 꿋꿋하게 정도를 걸을 때 <나꼼수> 등과도 차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를 받지 않는 대안언론들과 달리 광고에 의존하는 신문들은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이 국장은 <경향>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으로부터 완벽하게 ‘자립’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향>은 지난 2010년 2월 삼성을 비판하는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칼럼을 누락했다가 기자들의 항의사태를 거쳐 1면에‘대기업 보도 엄정히 하겠다’는 사과문을 싣기도 했다. 외부의 감시와 비판, 내부의 토론 속에 ‘성역 없는 보도’를 향한 <경향>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이 국장은 덧붙였다. 
 

“신문 1면은 독자들이 관심 가져야 할 뉴스를 추천하는 곳”

<경향>의 지난 7일자 1면은 많은 논란을 불렀다. 회원수가 약 60만 명인 진보성향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삼국카페’가 <나꼼수>의 ‘비키니 인증샷’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며 ‘나꼼수 지지 철회’를 선언한 성명서를 머리기사로 실었기 때문이다. 과연 1면에 실을 만큼 가치 있는 기사였는지 이의 제기하는 사람들이 신문사 내외에 많았고, 소수였지만 트위터에서 ‘언팔(구독중단)’을 하며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파격적 1면 편집은 지난해 7월 이 국장이 취임한 후 여러 차례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0월 6일자 1면은 ‘광고 천재’로 알려진 이제석 씨의 재능기부로 제작된 창간 65주년 기념 광고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취재를 다짐하는 ‘기자윤리강령’을 전면에 실렸다. 11월 24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여야 의원 151명의 얼굴과 이름으로 1면을 ‘도배’했다. FTA 찬성 의원 명단은 한쪽에서 열렬한 지지와 함께 ‘경향신문 구독운동’을 잠깐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게 신문이냐’는 등의 불만스런 반응도 나왔다. 

▲ 최근 화제가 되었던 <경향> 1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1년 10월 6일자 '기자윤리강령', 11월 24일자 '한미 FTA 비준안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 2월 7일자 '삼국카페 나꼼수 지지철회 성명', 2012년 1월 7일자 '고2 송도형 군의 편지' . ⓒ 경향신문

 

이 국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자신은 1면에 대한 특별한 신념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중요해진 사건들이 1면에 실리는 게 아니라 1면에 나옴으로써 중요한 사안이 될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다. 매일 일어나는 일들 중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을 경향이 추천하는 자리가 1면이라는 것이다. 언론의‘의제 설정(아젠다 셋팅)’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1면 머리로 올라갈 수 있다는 신념을 드러냈다. 

<경향>은 지난해 12월부터 ‘10대가 아프다’ 기획을 실으면서 지난 1월 7일자 1면에 고등학생 송도형군의 편지를 올렸다. 송군이 ‘10대가 아프다’ 기획을 읽고 기자에게 사적으로 보낸 편지였지만, 모든 학생들의 문제이자 어른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내용이 담겨있다고 판단했기에 1면에 실었다는 설명이다. 


정체성 의식해 ‘당연히’ 다루면 독자가 피로 느껴

지난 1월 20일은 용산 참사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를 내지 않았다. ‘진보언론’으로 인식되는 경향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의외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국장은 경향의 정체성을 이유로 어떠한 사안을 ‘당연히’ 다루면 독자가 피로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례적으로 용산 참사 3주년을 다루는 기사를 낼 수도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용산 참사 3주년을 계기로 현재의 재개발 문제를 조명하는 기사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는데...그마저도 다루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국장은 마지막으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을 거론했다. 상대방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역할을 맡은 실험자는 대부분 피실험자가 아무리 고통스러워 해도 권위자의 지시에 따라 최고수준까지 전기 충격을 준다. 권위에 눌리면 어떠한 생각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도 일단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이라도 나서서 반대 의사를 밝히면 나머지 사람들이 동조하는 것은 훨씬 쉽다. 이 국장은 <경향>이 그 ‘단 한 사람’의 역할을 맡고자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한국은 기득권이 어떤 것을 결정하면 그것을 부정할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은 아닌 것을 아니라고 가장 먼저 나서서 말할 수 있는 신문이 되려고 합니다.”

▲ '이대근 편집국장과의 대화'에 참여한 트위터리안과 이대근 국장(밑줄 가운데). ⓒ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이날 대화는 30여 명의 참석자들이 열띤 질문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일부는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배준도(24 · 대학생)씨는“방송 쪽에 종사하는 분들은 화면으로나 여러 행사로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신문을 만드는 분들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은데 신문사 편집국장을 직접 보는 기회라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또 이런 자리가 마련된다면 질문을 미리 받아 참석자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경(27 · 대학생)씨는 "신문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 관해 꼭 묻고 싶었는데 <경향>의 현 상황과 노력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해 주셔서 좋았다"며 이런 기회가 또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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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단비뉴스에 실린 기사 입니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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