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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확확 라운드업

2011년 경향신문 되돌아보니

2011년 경향신문을 되돌아봤습니다.  2011년 경향의 시선은 무엇보다 '시민'에 있었습니다. 2012년에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깨우고 그 울림을 더하는 경향의 시선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경향 1

 
지난 11월 24일 경향신문은 신문 1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의 사진을 전면에 실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파격적이다’ ‘통쾌하다’는 응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 옴부즈만 경북대 남재일 교수는 이 사진이 "‘인격화된 주체 없는 공적 과정’에서 ‘주체의 결단과 윤리적 책임’의 문제로 바꿔 놓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경향신문 창간 65주년을 기념한 10월 6일자 1면에 대해서도 독자들의 응원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기자 윤리강령' 광고를 제작한 이제석 대표는  "나는 이 구닥다리 문서가, 언론이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이전에 스스로는 과연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향신문 옴부즈만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는 "
경향신문이 10월6일자 1면 전체에 게재한 ‘기자 윤리강령’을 통해 시민에게 충성할 것을 대내외적으로 다짐한 것은 파격에 가까운 의미있는 편집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10·26 재·보선 이후 ‘2040세대’가 사회변화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죠.  경향신문은 재 · 보선 이후  2040왜 시리즈를 통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생산계급인 20~40대의 불안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양극화되고,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그늘이 더 짙어지는 현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태씨는 “지난 5년간 집값도 오르고, 물가도 올라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 자수성가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암울하다”고 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경향은 2040세대 6명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마주한 불편한 현실을 드러냈는데요. “경쟁·불안에 갇혀 모임조차 불편해진 사회”, “결혼 생각하면 겁부터”, “자수성가가 불가능한 시대”라는 2040세대의 이야기는 알고 있고, 겪고 있으면서도 회피하고 있었던 사실을 직시하게 했습니다.
 
 
 
 
지난 2010년 2월부터 시작된 '김제동의 똑똑똑'을 통해 많은 명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2011년에도 안철수-박경철, 이효리, 법륜스님 등 많은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그 중에서도 6월 16일자에 실린 대학생 두 명의 인터뷰가 눈에 띄었습니다. 6월이면 한창 반값등록금 시위가 진행되고 있을 때인데요. 김제동씨는 "반값등록금 시위 현장에서 대학생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라며 "가슴을 맞대고 그네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왼쪽부터 윤호산, 이소현, 김제동씨.
김제동 “나도 학교 앞 호프집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했어. 우리 땐 그래도 뭐든 해서 먹고 살 수는 있었지. 적어도 학생시절에 빚은 없었거든.” 
윤호산 “학생들을 최소한 빚쟁이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소현 “뭐가 그리 힘들고 복잡한지 모르겠어요. 그냥 깎아주면 안되나요?”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새삼스럽지만 '스무살의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릴 만큼 요즘 청춘들의 삶은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제동씨는 "다시 오지 않을 저 청춘의 한순간을 ‘밤샘알바’와 ‘쪽잠’으로 보내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서울 대치동 일대가 폭우로 침수된 지난 7월27일 발생한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김정자씨의 감전사를 계속해서 추적 보도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한 류인하 기자는 기자메모를 통해 "한 60대 여성이 억울한 죽음을 맞은 지 100일이 지나고도 사건은 법의 저울 위에 올려지지 않고 있다"며 "약자들은 목숨값도 다른 것인가"라고 일갈했습니다. 다행히 60세 이상 청소·경비노동자에게 ‘근무 중 사망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던 은마아파트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앞으로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총 9회에 걸쳐 실린 이지선 기자의 리비아 취재기는 리비아의 긴박함을 지면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격변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지선 기자의 생생한 취재기는 뜨거운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고 하는데요. 이지선 기자는 단비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4.19혁명이나 5.18민주항쟁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기도 했죠. 하지만 오발사고 가능성에 대해서 늘 불안했어요. 총성이 울릴 때마다 움찔움찔했죠. 그런데 옆에서 아이들은 웃으며 놀고 있더라고요. 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짠했어요.”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지선 기자(뒷줄 가운데)가 29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시내의 알 와단 호텔 앞에서 반군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15~26세의 학생 또는 청년인 이들은 카다피군과의 교전을 위해 미스라타에서 온 반군이다. <트리폴리에서>

 

지난 9월부터 연재된 신영복 교수의 변방을 찾아서 시리즈에서는 '강릉 허균, 허난설현 기념관', '홍명희 문학비 생가', '오대산 상원사' 등의 이야기가 실렸죠. 사실 처음에는 '변방'이라는 말이 낯설게 다가왔는데요. 변방을 찾아서 연재물을 통해 조금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영복 교수는 변방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하며 변방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지리적·공간적 의미에서 변방은 변두리, 주변부를 뜻합니다. 하지만 저는 담론 지형에서의 변방, 즉 주류 담론이 아닌 비판적·대안적 담론이라는 의미로 변방의 뜻을 설명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는 더 많이 소비해야 하고 더 빨리 달성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문맥을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변방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신영복 교수가 9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분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6학년 김남훈군(신 교수 오른쪽)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과 닮았다”고 하자 신 교수가 웃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변방을 찾아서 시리즈 중에서도 서정분교 편은 변방의 생경함보다는 변방의 특별함이 새롭게 다가왔던 곳이었습니다. 서정분교 아이들의 순수함도 그 특별함을 더하지 않았나 합니다.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성적 때문에 부모와 친구들을 등지고 세상을 떠나면서 아이팟을 함께 묻어달라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경향신문은 <10대가 아프다>라는 기획을 통해 "남친 관계·화장… 엄마에겐 말 안해요, 이해를 못해주니까", "집과 학교는 감시·통제의 감옥…‘10대’라는 형벌", “엄마랑 하는 말은 ‘밥줘, 배고파, 추워’ 그런 정도예요” 라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른들의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었을까요.

 휴일인 지난 18일 서울 명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쇼핑 나온 10대 여학생들이 액세서리 가게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경향은 8.15 기획을 통해 헌법의 가치를 재조명했습니다. "잊어버린 헌법, 시민 삶 속으로 들어왔다" 헌법의 발견 첫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번 기획에서도 경향은 시민의 시선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대학생들 “헌법은 내게 무엇인가”, 
고교생도 “부당한 교칙 헌법소원 가능한가요?”등의 기사를 통해 우리 삶 속에서 헌법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복지국가를 말한다> 기획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말하는 복지에 주목했습니다. <복지국가를 말한다> 기획을 시작하며 경향은 "복지는 어느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에서 가족과 이웃들을 통해 복지국가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은 거둔 영화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요절했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는데요. 2월 17일자에 실린 이대근 칼럼의 일부입니다. 

"이 죽음의 기록을 그만 끝내야겠다. 물론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이 한창인 지금도 죽음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곧 봄이 오겠지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월곡동·평택·안양·전주·강릉 어디에나 있는 똑같은 이야기다. 어린 소녀도 죽고, 대학생도 중년도 노인도 죽었다. 참으로 공평한 세상이다. 일자리 못 찾고 실직하고 벌이가 적고 병들고 월세·학원비 밀린 이들은 다리 위에서 집에서 차안에서 공원에서 죽는다. 만일 가장이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다면 그의 가족도 살아남기 어렵다. 국가는 경쟁력 강화하고 선진화하느라 겨를이 없고, 사회는 이미 정글로 변해 아무도 남의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가족 살해다. 사회가 낙오자로 찍기만 하면 찍힌 이가 알아서 나머지 쓸모없는 가족을 사회로부터 제거한다. 이건 연쇄살인, 아니 청부살인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너무 조용하다. "

2011년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우리 세상이 너무 조용하지 않은지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