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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확확 라운드업

<라운드업> 개념있는 '사회환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의 보유주식의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또한번 사람들의 가슴을 두둥~하게 했습니다. '대권출마'다, '신당창당'이다, 그에 대한 정치적 궁금증과 기대가 뒤섞인 때라 또 해석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안 교수는 "또다른 목적이 없다"고 못박았지만요. 

[경향신문]안철수, 1500억 사회 환원… 금융권도 동참 (2011.11.14)
[경향신문]단순 기부 아닌 ‘사회운동’으로… 대권 행보 시각도 (2011.11.14)

누구든, 나의 개인 재산을 털어 남을 돕겠다 하는 것은 어려운 결단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있어왔던 사회환원을 보면 그 마음을 순수하게 받기는 좀 어려운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사회'환원'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린다는 것이죠. 워렌 버핏은 '부자들이 쓰고 남은 돈은 사회에 돌려줘야 할 보관증'이라고 했습니다. 시장경제가 부자들에게 특히 더 많은 혜택과 과다한 몫을 주기 때문이라는 거죠. 한국의 사회환원, 그동안 정말 '돌려준' 것이었을까요? 



사회환원 발표 후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안철수 교수


 
그래서 기억에 남을만한 재벌그룹 총수와 정치인들의 몇천억원대 사회환원, 그 전후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일맥상통하는 공통점은 사정당국의 수사나 사회·경제적으로 큰 물의를 빚는 사건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회환원'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홈페이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2002년 7월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초기 출연자금 1500억원과 계열사의 지원으로'총 5000억 규모의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설립한다고 발표합니다. 곧 삼성 계열사들의 증여 선언도 이어집니다. 

[한겨레]삼성 5000억규모 장학재단 만든다 (2002.07.18)

삼성은 지금 장학재단을 만드는 이유를 "경영성과가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이 때만 해도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이던 이재용씨가 사재를 터는 이유는 "해외유학과정에서 핵심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최종적으로 이건희 회장 1300억원, 이재용 상무 1100억원, 삼성 계열사 출연금 2100억원이 모여 4500억이 모였습니다.  

삼성의 장학재단 설립 발표 전...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해외 유학중이던 이재용씨는 그 한해 전인 2001년 3월 상무보 자리에 오르며 경영수업을 시작합니다. 이즈음 '편법상속'논란이 불거집니다. 1999년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사들인 것에, 국세청이 증여세 500억여원을 부과하자, 삼성이 이의신청, 소송으로 불복했지요. 
[한국일보]이재용씨 등에게 증여세 부과(2001.04.16) 

2002년 7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에 활동비 명목으로 '보험료' 2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사건도 터집니다. [동아일보]김홍업씨 47억원 받아(2002.07.10)

시간이 흘러 3년 뒤인 2005년이 됐습니다. 안기부 X파일 사건(삼성의 대선자금 불법지원 공모를 안기부가 불법도청했던 사건이죠)과 삼성 에버랜드 편법·불법 상속 의혹이 터집니다.

2006년 당시 입국한 이건희 회장



그러자 해외에 오랜기간 머무르고 있던 이건희 회장은 귀국해 2006년 2월 대국민사과와 함께 다시 8000억원의 사회기금 헌납을 발표합니다. 또 돈으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요. 

[오마이뉴스] 8000억으로 ‘반삼성’ 무마될까 (2006.02.07)

이 회장이 말한 8000억은 기존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에 출연했던 돈 4500억원에 3500억원을 추가로 출연한다는 뜻입니다. 

2002년 9월 이건희 회장 일가 4500억원 출연해 ‘삼성이건희장학재단’ 설립 
-이건희 회장 1300억원+이재용회장 1100억원+삼성 계열사 공동출연 2100억원

2006년 5월 장학재단에 3500억원 추가출연 
-이 회장 일가의 부당이득 헌납분 1300억원+이 회장의 셋째딸 고 이윤형씨의 주식 보유분 2200억원

→4500억원+3500억원=8000억원 


이건희 회장은 장학재단 운영권도 교육부로 넘겼습니다.  이렇게 해서,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 출범하게 됩니다. 

[경향신문]삼성, 사회공헌 확대 ‘2·7 선언’1년···‘경영권 세습’ 따가운 눈총도(2007.02.06)
[주간경향]이건희 재산 사회환원 잘 되고 있나(2009.5.12) 

위기국면마다 등장하는 삼성의 '사회환원'은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2007년 10월~11월 삼성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가 터집니다.

[경향신문]김용철 변호사 ‘삼성 비자금’ 기자회견 전문 (2007.11.26)

비자금 폭로 후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고발이 이어지면서 검찰에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고 이후 특검까지 나가게 됩니다.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온 직후인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레시안]이건희 삼성회장 퇴진, 경영쇄신안 전문(2008.04.22)

이때 발표한 경영쇄신안에도 어김없이 사회환원 약속이 들어 있었습니다. 특검수사에서 드러난 4조5천억원의 차명재산 중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는 세금 납부를 하고 난 뒤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죠. 그 규모는 당시 최소 1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삼성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이후 재판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5년이 확정됐습니다. 

[프레시안]‘역시나’로 끝난 삼성특검…이건희 등 전원 불구속 기소 (2008.04.17)


이 회장은 이듬해 11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경제인 한명만 콕 찍은 사상초유의 '원포인트'사면복권을 받습니다. '잉크도 안말랐다'는 말이 실감날 때죠. 사면복권 뒤 4개월 후 은퇴했던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합니다. 

하.지.만....아직 마지막 사회환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이건희 회장 ‘사회공헌 약속’ 언제 지키나 (2010.05.13)
[동아일보]삼성은 ‘1조원 재단’ 준비(2011.8.29)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사회환원'

 
재벌그룹 총수의 사회환원 약속은 정부의 '무언의 압박'과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도 삼성 이건희 회장과 비슷하게 비자금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이 사회환원 약속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시점을 봐야 합니다. 

현대차 그룹은 2006년 대대적으로 비자금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회사가 발칵 뒤집혔지요. 

2006년 4월28일 구속돼 서울구치소로 향하던 정몽구 회장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던 2006년 4월19일, 현대차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 전량 1조원어치를 사회복지재단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글로비스는 현대차의 물류를 독점하던 운송회사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편법상속’의혹이 불거진 핵심이었지요. 

[경향신문 칼럼]‘헌납’ 시대의 과제(2006.04.23)

휠체어를 타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온 정몽구 회장



정몽구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은 1년 뒤에야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냅니다. 2007년 5월22일 정몽구 회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7년간 1200억원씩 1조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급한대로 600억원을 입금한 통장사본도 공개했죠.
정 회장은 1심에서 징역3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습니다. 사회환원 이행여부가 항소심의 양형을 결정할 상황이었죠. 

[경향신문]정몽구회장 법정서 밝힌 ‘1兆환원 계획’ (2007.05.22)

'사회환원' 약속이 먹혔나 봅니다. 정몽구 회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5년, 사회봉사명령으로 실형을 면하게 됩니다. 이 판결은 '돈이 많은 사람은 돈으로 사회봉사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정 회장으로서는 지켜야 할 의무는 없어졌죠. 

정몽구 회장은 "재판과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출연한 600억원을 포함해 3년간 사회공헌을 위해 만든 '해비치 재단'에 모두 1500억원을 출연한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11년이 됐습니다.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시장경제의 새모델을 요구하면서 '공생발전'을 화두로 꺼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압박이었죠. 



그로부터 보름 뒤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이 청와대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정몽구 회장은 회동 이틀전인 2011년 8월28일 5000억원의 사재를 '해비치 재단'에 출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과거에 지키겠다던 약속도 지키고 정부요구에 생색도 내는 일거양득이죠. 

[경향신문]정몽구 회장 5000억 기부 “저소득층 자녀 인재 육성” (2011.08.28)

이즈음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범현대가가 사회공헌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한나라당 전 대표였던 정몽준 의원이 2000억원을 출연하고, 정상영·정몽근·정몽규·정몽윤·정몽석 등의 오너들이 2400억원의 사재를 내놔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합니다. 

[경향신문]정몽준 등 현대가 5000억 사재 출연(2011.08.15)

론스타의 '사회환원'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2006년 4월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국민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며 1000억원을 사회공헌기금을 내놓겠다고 발표합니다. 이 때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매각하기로 일단 계약을 성사시킨 뒤입니다.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은행 매각 당시 불법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머니투데이]론스타 그레이켄 회장 사과문 전문(2006.04.19)

그레이켄 회장의 사회공헌기금 발언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당시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때였습니다. 대검 중수부가 나섰죠. 

[연합뉴스]‘론스타 사건’ 대검 중수부가 통합수사(2006.03.17)




사회공헌기금으로 국내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켜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지요. 아직까지 론스타는 2006년 꺼냈던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이렇다할 얘기가 없습니다. 

거기다, 오랜 법정공방 끝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아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돼 외환은행을 강제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 약속은 '공수표'가 될 확률이 높아보이죠? 

[경향신문]론스타, 대법 상고 포기로 외환은 대주주 자격상실 확정(2011.10.13)
[한국경제]론스타, 기금 1000억 ‘없던 일로’ (2011.10.17)

MB의 '사회환원'


안철수 교수의 '사회환원' 선언이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사회환원'과 많이 비교되고 있지요.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재산 사회환원을 선언한 사람은 현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2007년 12월 07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KBS선거방송연설에서 "대통령 당락에 관계 없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밝힙니다. BBK수사결과 발표 이틀 후이자, 17대 대선일인 19일을 딱 12일 남겨둔 때였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BBK의혹 등 유독 재산을 둘러싼 의혹이 많았던 이 후보였습니다. 도덕성 논란을 이것으로 털고 '막판 굳히기'를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신고했던 재산은... 

서초동 영포빌딩 1백20억원
서초동 땅 90억원
양재동 영일빌딩 68억5천만원
논현동 주택 40억5천만원
__________________________
총 3백53억8천만원


에 이릅니다. 이중 논현동 주택을 빼고 모두 환원한다고 했으니 대략 기부 규모는 300억원쯤 되는 거죠. 

이명박 대선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당락에 관계없이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당선이 됐으니 정말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환원할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2년이 흐른 2009년 7월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재산 사회환원 구상을 밝힙니다. 장학·복지재단인 '청계'를 설립해 여기에 재산을 출연하겠다는 겁니다.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친서민 행보'를 야심차게 밀고나가던 때에 발표가 이뤄졌지요. 
 
[청와대 보도자료]李대통령, 재산 331억원 사회 기부(2009.07.06) 

'청계'는 이 대통령의 '아호'이자 이 대통령의 마스코트 '청계천'의 그 '청계'입니다. 이 대통령이 청계천 헌책방에서 참고서를 구입해 틈틈이 공부를 시작해 고려대 상대에 합격, 성공신화를 써나갔다는 점에서 장학 사업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습니다. 

청계재단은 청와대의 발표 뒤 한달이 흐른 8월 말 재단등기절차과 이사진 구성을 마무리하고 서초동의 영포빌딩에서 공식 출범합니다. 2010년 3월 12일 첫 장학생 451명에게 장학금 6억4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네요. 



하지만 '청계'재단의 이사진과 감사 명단이 나오면서 재산'환원'인가, 재산'이전'인가라는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죠. 이사진 전원이 대통령의 사위와 측근으로 포진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사장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대통령의 고려대 동기, 61학번)

이사진 
이상주(대통령의 큰 사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회장(고려대 동기, 61학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이명박 정부 사회정책수석에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낙마)
김도연 울산대 총장(이명박 정부 초대 교과부 장관에 임명됐다가 조기퇴진)
이재후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대선시 외곽자문기구 맡음)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이명박 대선후보 정책자문단 출신)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대통령의 테니스 멤버)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 

감사 
김창대 세일이엔씨 대표 
주정중 삼정컨설팅 회장(1997년 '세풍'사건으로 유죄판결 받음)


여기다 최근, 이 대통령의 실소유주 의혹이 있었던 '다스'의 지분 5%가 재단법인 '청계'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되었죠. 이 대통령의 '청계'재단이 다스의 3대 주주가 된 것입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씨가 다스에서 근무 중이죠. 

[프레시안]청계재단 ‘다스’ 지분 보유, MB 아들은 ‘다스’서 승승장구(2011.04.11)
[시사인]알면 알수록 수상한 이명박 ‘청계 재단’ (2011.07.04)
 

김용민 화백의 11월 16일 만평



돈에 '이건 누구 돈'이라고 별다른 꼬리표가 붙었을 리 없는데요....또 어디라도 좋은 곳에 잘 쓰여진다면 좋은 일이겠죠. 
그런데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이명박 대통령, 안철수 교수의 거액 사회환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왜 다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