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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확확 라운드업

<라운드업> "너희가 서민을 아느냐?"

프랑스 대혁명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굶주린 민중들이 빵을 달라는 요구에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죠.
이렇게 서민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하는 '눈치 없는' 정치인들이 종종 있습니다.
 

최근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1억 피부과'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이 논란에 마음이 팍 상한 이유는 뭘까요?
 나 후보의 보좌관을 했다는 사람이 "나 후보가 '내가 시장에서 옷 사입을 수는 없잖아'라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고 한 내용까지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만 정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서민은 쉽게 "서민을 안다"고 말하지 않는 부끄러움과 솔직함, 진정성을 가진 정치인을 원합니다. '서민을 두번 죽인'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보, 기억을 끄집어내봤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유력 주자였던 이회창 후보의 옥탑방 논란을 기억하시나요.
그해 5월24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한 패널의 "옥탑방을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한 것이 발단이었죠. 그뒤 이 후보는 "옥탑방을 왜 모르겠느냐, 고교생의 은어를 묻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지요.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가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경향신문 DB



이회창 방송기자 토론회 안팎, "옥탑방 아느냐"에 "잘 몰라" / 2002.5.25 경향신문 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장남 정연씨의 병역면제와 관련, "비리와 관련된 것을 은폐했다면 대통령 후보를 안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이후보는 그러나 타이거풀스의 한나라당 후원금 기부문제나 건물 옥상의 서민주거공간인 ‘옥탑방’의 뜻을 묻는 질문에는 각각 "확인을 못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옥탑방’이 이날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후보가 자신의 ‘서민 행보’의 의미를 설명한 직후 한 패널이 ‘옥탑방’(주택이나 빌딩의 옥상에 지어진 방)의 뜻을 아느냐고 물었으나 이후보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질문자는 "80년대부터 쓰인 말인데, 이후보에게는 좀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후보측은 이에 대해 "지난번 ‘빠순이’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는데 이날도 ‘빠순이’라는 말끝에 질문이 나와 또 다른 은어로 생각했다"며 "이후보는 옥탑방을 원래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빠순이’ 발언과 관련해서는 "신세대가 쓰는 용어를 몇마디 해 공감을 얻으려 했는데 입력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여적<옥탑방>

두달전 강원도 홍천에서 열렸던 프로복싱 한국챔피언 타이틀매치에서는 몽골선수 2명이 토종 한국선수들을 연파하고 챔피언에 올라 화제가 됐었다. 라이트급의 김바이라와 슈퍼페더급의 죠니김이 주인공으로 수입선수가 챔피언 자리에 오른 것은 한국권투사상 초유다. 이들이 몽골에서 곧장 달려와 ‘한국챔피언을 먹은 것’은 아니다. 세계챔피언에 도전하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2년전 한국에 건너와 서울 용산의 한 체육관에서 먹고 자면서 피나는 훈련을 했고, 관장의 성을 따 이름까지 바꾸었다고 한다. 이들이 숙식을 해결한 곳은 체육관 옥상의 옥탑방. 비좁은 옥탑방에서 챔피언의 꿈을 불태운 몽골 복서의 ‘헝그리정신’에 한국선수들이 무릎 꿇은 것은 아닐까.
건물 옥상에 지은 주거 건축물인 옥탑방은 도시화 물결속에 전통 한옥이 사라지면서 등장한 시멘트 건축문화의 사생아다. 예전의 처마와 지붕을 대신한 황량한 옥상의 한구석에 옥탑이 모습을 바꿔 들어선 것이 바로 옥탑방이다. 옥탑방은 피란시절의 판잣집이나 개발연대의 달동네, 또는 지하 셋방처럼 도시 영세민의 애환을 상징하는 장소로 소설이나 영화의 무대에 곧잘 올랐고, 때로는 불륜의 장소로, 범죄의 은신처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래서 옥탑방은 낮은 곳의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면서, 하늘과 가장 가까이 있는 아이러니의 공간인지도 모른다.
대선정국에서 옥탑방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한 토론회에서 옥탑방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대답해 구설수에 올랐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도 방송국인터뷰에서 그런 용어를 몰랐다고 말해 장군멍군이 됐다. 말끝마다 서민을 앞세우는 대선후보들이 옥탑방이란 말도 알면 좋겠지만, 그것을 몰랐다고 탓할 것만은 없을듯 싶다. 10대의 유행어나 영세민과 관련된 용어를 줄줄이 외운다해서 그들이 10대나 영세민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서와 처지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가 아닐까.



2008년 한나라당 대표 자리를 놓고 벌어진 경선에서 정몽준 의원이 희대의 발언을 남기죠.

경쟁 후보인 공성진 의원이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자, "요즘은 카드로 타는데, 한번 탈 때 70원 하나요"라고 답했다가 진땀을 흘렸죠. 정 의원이 버스를 타 본 게 언제였는지, 버스를 타 본 적은 있는지 슬쩍, 대놓고 들통나는 순간이었죠..."마을버스를 탈 때 냈던 700원이 입으로는 70원이라고 나왔다"면서 멋쩍은 해명을 했지요.  


[노컷뉴스] '허찔린' 정몽준, 버스요금 묻자 "한 70원 하나?"

정몽준 의원이 2008년 전당대회 후보연설에서 '청소년용' 버스카드를 들어보이던 모습. /경향신문 DB


정 의원은 이후 ?전당대회 후보연설에서 한 당원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라면 T-머니 카드를 들어보였다가, 청소년용인 것으로 드러나 또 한 번 망신을 사기도 했습니다. 
 

[뷰스앤뉴스] 정몽준이 받은 교통카드, 알고보니 ‘청소년용’  



며칠 전 "서울시에 종북시장을 허할 거냐"는 색깔론을 내밀었던 차명진 의원도 지난해 ‘황제식사’발언으로 ‘유명세’를 타신 적이 있습니다. 

◀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고 있는 차명진 의원.

차 의원은 지난해 7월‘최저생계비 체험’에 나섰다가 "6300원으로 세끼,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죠. 최저생계비를 체험해보겠다는 차 의원은 선의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남의 속 모르는 말로 거센 비난을 받았죠. 차 의원은 결국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경향신문] 기자메모 <‘6300원짜리 황제’의 빈곤체험 쇼>

[주간경향] 6300원짜리 황제의 식사, 진짜 대안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등록금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숭실대, 연세대 대학생들과 만난 뒤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저도 딸이 둘이고 둘째가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두 녀석 모두 대학을 다닐 때는 정말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고 하면서도 반값등록금 공약을 실현하라는 대학생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요.


오 시장이 신고한 재산은 58억이지요. 오 시장의 발언이 대학 등록금 부담에 대한 동의를 나타낸 것이라도, 서민을 두번 상처주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대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오세훈 시장./경향신문 DB



[경향신문] 오세훈, "딸 등록금에 허리 휘어...그래도 반값등록금은 반대" 


위키트리엔 이런 것도 올라와 있네요. 

한나라당의 '서민체험' 시리즈 

'체험'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직접 몸으로 겪어보고, 느끼고...
타고나길 서민이 아니게 타고났다면 -_- 공들여 시간들여 '체험'하는 노력이라도 해야죠.

그 '노력'에는 당연히 '진심'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고요. 정몽준 의원이 부자인 것 자체를 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진심, 체험, 그런 것들이 정책으로 연결되기를, 서민들은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