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yunghyang

애독자의 '경향에 대해 묻고 답하기'

자타공인 경향신문 애독자인 노리방(트위터 @Noribang) 님이 경향신문에 대해 10문10답을 보내오셨습니다.
노리방님은 지금 대학생이고, 경향신문 미디어블로그(Http://media.khan.kr)에 ‘경향표류기’를 쓰고 있습니다.
노리방님이 경향 블로그의 필자로 연결된 것은 트위터 덕분이었습니다.
언론에 관심이 많고 신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경향신문에 보내는 조언과 지적 등을 아끼지 않았거든요.

노리방님의 10문10답을 소개합니다.


1. 어떻게 경향신문을 읽게 됐나요?
중학생 때까지는 집에서 조선일보를 보았습니다. 그 때는 정치나 경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스포츠와 북한 관련 소식, 바둑, 만화, 기타 특집으로 만들어진 지면을 챙겨보았지요. 그 때부터 정치면을 보기 시작했으면 지금쯤은 어떤 사고를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은 신문을 한겨레로 바꾸셨습니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부모님은 ‘논술 등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 주기 위해서’라고 하시더군요. 계기야 어쨌든, 사고력 발달이 왕성해지는 시기부터 사회의 모순에 관해 비판하는 신문을 만나게 된 셈입니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계속 한겨레를 챙겨보았습니다. 아마 익숙해져 있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택한 모양입니다. 그러다 정권이 교체되고, 대운하나 공공 민영화, 촛불시위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향신문이 비교적 사안을 잘 서술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2009년에 몇 부를 사서 읽은 뒤 본격적으로 구독했습니다.
처음 경향신문을 펼쳤을 때는 ‘ 이리 칙칙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편집의 조선·중앙·동아일보나 생기찬 모습의 한겨레와는 달리, 뭔가 단순하고 고졸(古拙)한 느낌을 주었지요. 하지만 의연함이 유연함으로 바뀌려는 노력을 보이고, (때로는 너무) 정직한 모습을 보여 주어서 계속 보고 있습니다.




1946년 10월 9일 경향신문 창간호



2. 경향신문의 매력을 들어 주세요.
계속 지면의 실험과 변신을 모색하는 자세.
‘경향(京鄕)’이라는 이름 - 수도와 지방을 모두 생각하려는 의미.
사회 비평 논조와 (대체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기자.
지면 수에 비해 상당히 오래 걸리는 완독 시간 - 깊은 분석적 서술.
오래된 역사에서 나오는 관록, 노장과 신예의 어울림

3.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매력적인 서술을 하다가도 보충 설명을 빠뜨리고 결론이 나오는 때가 종종 있어서, 한참 동안 생각을 하거나 때로는 기자에게 직접 질문해야 하는 경우가 잦음.
때로는 사회에 대해 유연한 논조와 시각이 아쉬움. 찢어지기 쉬운 얇은 종이.
가끔씩 나오는 오탈자. 경향닷컴 사이트 관리 문제. 
독자의 질문에 (아마 사정이 있겠지만) 답을 않는 몇몇 기자 및 관계자들.

4. 좋아하는 기자나 논설위원이 있습니까?
정치부 김광호 기자 - 독자와의 진솔한 소통에 능숙
경제부 박병률 기자 - 자신의 일상을 담백하게 표현
사회부 박홍두 기자 - 사법 기관에 관한 취재에 충실
문화부 도재기 기자 - 일단 재미있는 이름. 종교와 관련된 인상적 기사
국제부 최민영 기자 - 단순한 외국 소식이 아닌, 심층 소개와 비판에 능숙
외에도 여러 분들이 있습니다만, 생략합니다.

5. 별로인 기자나 논설위원이 있습니까?
지면에 글을 쓰는 분들의 수준은 상당하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매양은 아니지만, 가끔 아쉽게 글을 쓰는 분들도 계십니다.
twitter.com/noribang 혹은 korcns@gmail.com으로 물어봐주세요. ^^

6. 특히 좋아하는 지면은 무엇입니까?
1) 원익배 십단전 - 개인적으로 바둑을 좋아하는 까닭.
2) 어제의 오늘 -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되새기는 시간
3) 만화 [장도리] - 박순찬 화백이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 왔다는 점에 감탄.
4) 각종 기획 시리즈 - 신자유주의, 소통, 주거, 고용 등의 사회 분석

7. 신문을 읽는 순서가 있나요.
아침에 신문이 배달되어 오면, 구겨져 있는 종이를 잘 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아침을 먹고, 맨 위쪽의 배너광고부터 출발합니다. 그렇게 해서 제호, 날짜, 날씨 등을 확인하고,
가장 왼쪽에 쓰인 기사부터 확인하기 시작하고, 광고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루에 몇 개씩은 꼭 의심가는 내용이 생기게 되는데, 적어두지요.
일과를 보고 틈나는대로 신문을 읽으면 대체로 점심 먹기 전에 절반 정도를 보게 됩니다.
나머지는 오후에 넘어가는 대로 보는데, 그 바람에 오피니언 면으로 오면 읽다가 조는 경우도 생깁니다.
일과와 병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신문을 읽는 것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고, 따분함을 풀어줄 수 있는 오락이자, 세상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 주는 소중한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8. 인상적이었던 경향신문 보도가 있다면?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의 ‘호외(號外)’가 생각나는군요.
당시 경향신문, 매일경제, 동아일보 세 신문사 호외가 서울시내 곳곳에 배포됐는데, 저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호외였고요. 
2009년 후반기의 기획인 ‘한국, 소통합시다’에도 호감을 느꼈습니다. 아마 경향신문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람들의 철학이나 사고방식의 차이가 ‘적대’로만 흐르지는 않고 서로 통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그랬지 않았나 합니다. 

9. 고쳤으면 하는 내용은?
1) 지역면 - 얼마 전부터 각 지방에 따라 다른 내용으로 분리 제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도권에 있으면 지방의 소식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이름값을 위해서 어떤 것이 더 좋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2) 칼럼/사설 - 글의 필자와 편집자 간의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신문사의 성향이나, 독자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를 생각해 볼 때 글을 그대로 싣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3) 비판/정정/반론보도 - 반론을 전하는 지면이 있고 오피니언면에도 옴부즈만이나 ‘경향신문을 읽고’라는 내용이 정기/부정기적으로 나오지만, 이를 상설화하고 경향이 해명과 심화를 하는 구조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Khross-khan에서 성공적으로 이런 모습이 구현되기를 바랍니다.

10. 앞으로 바라는 것은?
1) 경향신문의 재정과 취재망이 안정되어 기업 광고 의존도를 조금씩 낮추고, 양과 질에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운 취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한겨레와 비교해서, 충성도 높은 독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균형을 잡아가는 자세, 참여형 언론 지향과 댓글 등 반응 관리 같은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3) 경제면이나 문화면에서 광고성 기사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