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yunghyang

착한시민 프로젝트, '시민저널리즘의 새 지평'

경향신문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 동안 '온-오프라인 통합 장기프로젝트'로 해왔던 [착한시민 프로젝트]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년간의 장기 기획이라는 점, 시민과 기자가 함께 체험하고 기록한다는 점,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존 저널리즘을 넘어서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참여저널리즘-쌍방향 저널리즘이라는 측면에서 언론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독자-기자의 경계를 허물고/기사-블로그를 넘나들면서/온-오프라인을 오가는 3중의 '통합형' 프로젝트는 처음이었습니다. 보통 '창간기획'은 몇일, 몇주에 그치는데 저희는 과감히(무식하면 용감하다죠 ㅎㅎㅎ) 1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기획으로 갔던 것도 모험이라면 모험이었고요. 저희 인터랙티브팀이 일단 지르고 보는 팀이거든요. 질러놓고 밤잠 못자고 와들와들 떨며 뒤늦게 걱정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지만...

어쨌든 끝났습니다! 끝나서 속이 다 시원 끝나고 나니, 그동안 이걸 어떻게 해왔던가 싶기도 하고... 초창기 참 재미있었던 때, 지난해 말 송년회 겸 시민들-기자들 만나 스파게티 먹던 때, 참가자들이 글 안 올려 이고은 기자가 머리 쥐어뜯던 때... 여러가지 기억이 나더군요. 

참가하셨던 분들에게 '프로젝트 그 후' 대해 물었습니다.

[착한시민 프로젝트] 착한시민 1년… 변화는 계속된다


(연말에 꼭! 송년회 할거니까 착한시민 여러분들, 기다리고 계세요~)
 


(착한시민 6개월 중간점검 때 신문에 실렸던 그래픽입니다 ^^)

 
미디어 전문가들은 1년간의 프로젝트에 대해 “시민참여 저널리즘의 새로운 형태”, “생활형 의제들을 부각시킨 ‘착한 보도’”라고 평가했습니다.

■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황용석 교수

 
경향신문이 기획한 착한시민 프로젝트는 시민참여형 언론프로젝트로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말하는 ‘착한시민’은 감시자로서의 시민과 참여자로서의 능동적 시민을 동시에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전자적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민주주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면서, 공중의 의제를 아래로부터 개발하고, 협업성을 강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되어야할 가치는 ‘의제’의 속성에 있다. ‘착한시민’의 관점에서 발굴된 의제들이 대부분 ‘생활세계’로 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원산지를 추적해서 공정무역의 개념을 연결시키는 시도는 어려운 주제를 시민의 눈높이로 재핵석한 것이다. 대부분의 의제들이 ‘삶에서 부딪치는 소소한 것’에서 출발하기에 ‘생활정치’ 프로젝트이지 웹2.0 환경에 맞는 공유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들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시민참여 저널리즘(citizen journalism) 프로젝트’는 매우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독자투고에서 부터, 미국의 푸우리서치센터가 후원한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 Rosen이 창시한 News Assignment project,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도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프로젝트는 News Assignment에 가깝다. 
몇가지 아쉬운 점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제구축 및 기사화에 있어 웹2.0기술들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모바일 기술 역시 그러하다. 시민들이 의제를 던지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발견된 문제점을 정리하거나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정리하는 데는 약하다. 이는 보도기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개선하는 한 방법으로 위키 저널리즘 사이트들의 시도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위키 저널리즘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언론사에서 일차 생산된 컨텐츠를 독자들이 수정하는 유형, 기존 언론에서 불가능하지만 위키 기술을 통해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하는 유형, 기존 저널리즘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위키 방식, 기존의 미디어와 차별화되어 일반인들에 의해 선택되고 구성되는 위키, 기존 미디어 종사자만 편집권을 갖는 위키 등이 그 유형들이다. 
‘착한시민’ 프로젝트는 언론사 에디터와 시민의 역할, 그리고 생산하는 콘텐츠의 편집권한 및 생산 후 활용의 목적이 초기부터 정밀하게 설계되지 않은 점이 있다. 위키 모델을 적용해서, 경향신문 이외에 다른 사이트와 제휴를 해서 참여성을 더 높이는 것이 필요했다. 
둘째, 미국의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에서는 3각 대화 즉, 시민-언론-정책결정자의 연결을 가치있게 본다. 단순히 의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의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서 언론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경향신문의 보도는 단순 정리 기사로 머물고 정책 책임자와의 토론이나 추가 취재가 약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매우 혁신적인 실험으로 앞으로 더 의미있는 프로젝트로 전개되길 기대한다.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정인숙 교수
 
일간신문사가 시민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1년여간 장기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저신문들이 방송의 수익성 확대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마당에 돈벌이도 안되는 기획기사를 위해 애쓰는 경향신문은 어찌보면 착한 언론이고 사실상 바보언론이다. 
1년간 진행해온 12가지 프로젝트는 가히 생활혁명 프로젝트이다. 편리하고 익숙해있던 생활환경을 불편하고 낯선 환경으로 바꾸는 어려운 작업들이었다. 합리적 소비를 유발시키기 위한 ‘쇼핑카트 뒤집기’는 신선한 자극이었으며 일상의 소비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아이템들이었고,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아빠와 함께 저녁먹기’ ‘모니터를 끄자’도 참가자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물아끼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안쓰기등은 이미 많은 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해오고 있는 에너지절약 물자절약 환경보호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이슈들이어서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개인의 의식개혁과 실천을 통해 사회구조나 환경개선을 도모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활캠페인은 언론사가 관심있게 보도하지 않은 순간 고무줄처럼 원위치 되어버리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1년뒤에 어떤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지, 사회구조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추적 기사를 써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경향신문의 남다른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도 장기적 구조개혁을 가져올 수 있는 이슈에 더많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드린다. 
경향신문의 ‘착한시민 프로젝트’가 멀티미디어시대와 N스크린 시대에 신문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착한 보도’의 분수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최진봉 교수 - 시민 저널리즘의 새로운 실험

경향신문이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진행한 ‘착한시민 프로젝트’는 시민 저널리즘(Civic Journalism)의 새로운 가능성과 지평을 연 프로젝트로 무엇보다 실험성이 빛났다.
시민 저널리즘은 기존의 언론매체와 달리 일반 시민 누구나 기자가 되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사로 작성하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언론을 일컫는 말이다. 즉, 기존의 언론환경에서는 언론매체의 소비자였던 독자들이 언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어 기존에 명확하게 구분되었던 뉴스 생산자(또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바로 시민 저널리즘이다.
이미 몇몇 인터넷 신문들을 중심으로 시민 저널리즘에 대한 시도가 있어 왔지만 시민들이 올린 기사들을 인터넷 신문사에 속한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취사 선택된 기사만 독자들에게 노출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시민 저널리즘을 실현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또한 신문사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자체적으로 기자들을 채용해 그들이 작성한 기사를 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시민 저널리즘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를 이용할 뿐 기존의 언론매체와 별반 다르지 않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번에 경향신문이 진행한 ‘착한시민 프로젝트’는 시민들과 기자가 한 팀이 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직접 체험을 통해 느낀 점들을 가감 없이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간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기자가 되어 정보의 생산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언론사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진정한 시민 저널리즘을 실험한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처럼 시민들이 한 달 동안 사회적 현안에 대해 직접 경험을 통해 느낀 점들을 언론사의 간섭이나 검열 없이 자유로이 인터넷에 올릴수 있도록 허용한 점은 진정한 시민 저널리즘의 신호탄을 경향신문이 처음으로 쏘아 올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매달 시민 참가자들이 기사 작성을 위해 직접 실천할 아이템을 시민들로부터 공모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은 많은 사건과 이슈들 중에 어떤 사건이나 이슈를 뉴스로 기사화해 보도할 것인지 자체적으로 결정해 왔다. 즉, 언론사의 뉴스 제작에 독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착한 시민프로젝트’에서는 참가자들이 체험을 통해 기사화할 아이템을 독자들로부터 직접 공모하는 방식을 통해 정함으로써 뉴스 제작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일반 독자인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뉴스를 기자와 시민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취재해 보도함으로써 기존의 신문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주문형 서비스를 선보여 언론사와 독자들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실현되도록 한 점은 눈에 띄는 장점이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매달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기사에 일반인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들은 거의 포함하지 않고 직접 체험에 참가했던 시민 참가자들과 기자의 체험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한 점이다.
진정한 시민 저널리즘의 실현을 위해 일반 독자들에게 개방했던 인터넷 공간에서 논의 된 내용을 오프라인에 매달 게재하는 결산 기사에도 적극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접 프로젝트에 참가한 시민들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의견을 인터넷을 통해 올린 시민들의 의견을 결산 기사에 반영하지 않으면 이 또한 다른 인터넷 매체와 같이 반쪽짜리 시민 저널리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민영
교수
 
아래에서부터, 생활 구석구석에서부터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던져 주었다는 점에서 참신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능동적 토론에 바탕을 둔 집단지성을 활용한 것이라면 미숙하나마 숙의저널리즘(deliberative journalism) 모델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주어진 문제에 대한 깔끔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problem-solving methods)"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쉬운 점들을 꼽자면, 기대했던 것보다는 시민 참여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른 것 같네요. 온·오프라인 통합을 통해 새로운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그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면, 최소한 연간 한 개 정도는 다른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더 광범위하게 끌어낼 수 있는 임팩트 있는 프로젝트로 이끌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다른 기사들에 비해 개방성, 참여, 소통의 취지가 더 많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좀 더 많이 반영된 ‘시민밀착형 기사’ 정도의 느낌이 강합니다. 시민들의 체험과 참여를 통해 기사가 만들어지는 만큼 더 현장감 넘치는 story-telling 기법을 다양하게 시도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네요.
기사 형식을 넘어서 심층인터뷰, 대담,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