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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흰 우유는 아이들에게 별로 인기도 없고 알레르기 체질인 아이들은 피하고, 가져가지도 않는 아이가 많다 보니 학교에 버려지는 우유가 많습니다. 자율성 없이 모든 것을 강압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주세요.”(학부모)

“국회도서관이 중·고등학생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 것입니까.”(고교생)

경향신문이 국내 언론 최초로 만든 공익제보 사이트 ‘경향리크스’에 들어온 글들이다. ‘경향리크스’는 정부와 기업·단체들의 불법·비리 등 비윤리적 행위를 폭로하는 국제적 비영리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지난 3월 사이트를 오픈한 뒤 지금까지 321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뜻밖인 것은 직장과 학교, 동네에서 일어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만성적 부조리를 알리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중학생은 “우리 학교에 시험이 너무 많다”고 꼰질렀고, 한 주부는 “동네 뒷산이 난데없이 콘크리트로 분칠이 됐다”는 분개의 글을 보내왔다. 


권력형 부정부패나 대형 비리 스캔들 같은 ‘큰 것’ 한 방도 좋지만, 일상의 부조리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수십년 적폐(積弊)가 고쳐질 수 있다면 그 못지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법원의 한 내부자는 “전국의 거의 모든 법원에서 인지·증지 바꿔치기를 통한 비리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새나가는 국고 손실액만 수십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제보해왔다. 취재결과 제보는 정확하게 사실로 확인됐고, 이런 내용이 보도된 뒤 대법원은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경향리크스’는 제보자의 신원을 완벽히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경향리크스’는 올 초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가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킬 당시 “우리도 이런 것을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준비단계부터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수사기관의 서버 압수수색에 대비해 해외에 서버를 둔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처음엔 한국과 사법공조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나라 중 정보기술(IT)이 발달된 나라를 물색하다가 위키리크스가 사이트를 개설한 스웨덴에 똑같은 모델의 서버를 구축했다. 스웨덴은 현재 자국 법률에 따라 서버와 관련된 어떠한 자료요청에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경향리크스’는 제보 내용을 전송할 때 특수암호 프로그램을 이용해 발신자 추적 가능성을 없애고, 제보자에게 어떠한 신상 정보도 요구하지 않으며,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로그인 기록도 남지 않도록 3중·4중의 안전장치를 추가했다. 

“튀니지 하급관리들 사이에 뇌물수수가 만연해 있으며 대통령 일가의 과도한 재산 축적으로 부패가 일상화돼 있다.”

튀니지 주재 미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외교문서 내용이다. 올해 초 위키리크스를 통해 이 문서가 공개되면서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튀니지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이집트도 정권의 비리와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외교전문이 공개되자 시민들이 분노했고, ‘현대판 파라오’라는 30년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졌다. 웹사이트 하나가 20세기 독재정권을 차례로 무너뜨린 것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잡지 포린 폴리시는 이를 “위키리크스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달리 말하면 ‘진실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계속 비밀에 부쳐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를 인터뷰한 독일 슈피겔의 기자는 “권력에 어떤 은밀한 활동을 비밀에 부칠 권리가 있다면, 시민에겐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공익제보 사이트가 주목을 끌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 첫째는 기존 언론에 대한 신뢰의 붕괴를 꼽을 수 있다. 부끄럽지만, 언론사가 아닌 제도권 밖 폭로 사이트로 정보가 옮겨가게 된 현실은 기존 언론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언론을 ‘감시견(watch dog)’으로 생각지 않는 것 같다. 반대로 ‘안내견(guide dog)’ ‘애완견(lap dog)’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게 현실이다.

과거 사건들을 돌아보면 일부 친여보수 언론은 ‘폭로된 내용이 무엇인가’보다 ‘이것을 어떻게 구했나’로 본질을 비틀고, 사람들의 눈길을 딴 곳으로 돌렸던 일이 비일비재했던 게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귀한 정보와 기밀들이 더욱더 ‘그것을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곳’으로 몰리게 될 것이란 점이다. 그 저수지가 ‘경향리크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리크스 사이트 주소는 www.khleaks.com이다.


                                                                                                           박래용 디지털뉴스 편집장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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