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저널리즘, KHross가 '생생체험기'에 도전합니다
몇달 전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 취재를 갔다가 궤양에 걸려 피부가 다 녹아내린 사내아이를 보았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일 터인데, 아프고 못 먹어서 바짝 마른 아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릴 뿐 울지 않았습니다.
그 무표정을 보면서, 울지 않았던 다른 어떤 아이들을 떠올렸습니다. 4년 전 바로 옆 나라인 가나에 갔을 때였습니다. 볼타 호수의 어부들이 가난한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서 돈을 주고 아이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킵니다. 이른바 인신매매, 아동노동이었지요. 어부들은 다섯 살에서 열 서너 살까지의 아이들을 배에 태워 호수에 들여보내 고기를 잡아오게 합니다. 그물 값도 안 나가는 살아 있는 ‘낚시 도구’로 썼던 겁니다.
지구상 어느 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인신매매, 아동노동, 독극물 방출과 환경파괴, 원주민 착취, 기후변화와 환경난민,
유전자조작과 '거짓' 먹거리들, 권리를 잃거나 포기하는 사람들, 대량소비와 자원 낭비...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싸구려 체크무늬 블라우스, 지금 신고 있는 검정 슬리퍼, 학교에 다니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는 제 딸이 입고 다니는 티셔츠와 바지도 세상 어느 곳 어떤 아이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지요.
하지만 아시아의 스웻샵(sweatshop- 노동착취형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세상을 눈 똑바로 뜨고 봐야지" 하다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일상의 생활입니다.
"당신이 뉴욕에 있는 당신의 아파트에서 겨드랑이 땀냄새를 없애려고 프레온 가스가 함유된 땀 냄새 제거용 스프레이를 사용한다면, 몇 년 후에 피부암을 일으켜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망하게 할 수도 있다. 또 당신이 모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방글라데시에 치명적인 홍수를 일으키는 인과 고리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새로운 상황을 고려하기 위해 우리의 윤리를 어떤 식으로 조정할 수 있겠는가?" (피터 싱어 <세계화의 윤리> 중에서)
올여름엔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가 된다"는 언론보도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우린 그저 여름이 더워졌다며 에어컨을 켤 뿐이지만 해수면이 상승해 난민으로 떠나야 하는 투발루 사람들은 어떨까요?
소비생활은 또 어떻습니까. 모르고 사는 것, 모르고 쓰는 것, 알면서도 사서 쓰는 것...
다시 한번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요컨대 지금 필요한 것은 생활을 주의깊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중략) 예를 들면 시계는 어떤가? 아니면 이 책상은? 나왕이로구나. 이것은 새것인 걸로 봐서 필리핀에서 벌채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보르네오 것이리라. 필리핀은 이미 오래전에 벌거숭이가 되어버렸으니까 등등. 이와 같이 주의깊게 살펴보노라면 자기자신의 생활환경이 무엇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일본의 철학자 후지따 쇼오조오의 글입니다. 생활 속에서 늘 '주의 깊게' 현실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하자'는.
기자와 독자들이 함께 만드는 저널리즘 <착한 시민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세상에선 참으로 많은 '옳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들이 때로는 우리의 윤리감정을 자극해 반성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는 말이 진실이듯 그 역(逆) 또한 진실입니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 수가 없고, 알지 못하면 보이지도 않지요.
이 복잡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바르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작은 실천을 통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시민으로서의 바른 삶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고민을 하고 실천의 길을 찾는 주인공은 경향과 독자들입니다.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제는 "일회용품 안 쓰고 살아보기"입니다.
트위터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신청자를 받아보았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경향신문 기자와, 독자 몇 분이 팀을 이뤄 10월 한달 동안 일회용품 안 쓰고 살아보기에 도전합니다.
생활에서 부딪치는 '일회용품의 압박'과 그로부터 벗어나기, 성공담과 실패담을
<착한시민프로젝트> 블로그(http://together.khan.kr) 에 적어나가게 됩니다.
일회용품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기록을 할 것인지는 팀 안에서 먼저 논의를 해서 결정합니다.
이렇게 한달 동안 '체험 취재'를 해보면서 과정을 블로그에 공개하고,
한달 후에는 지면이나 온라인을 통해 기사 형식으로 보도할 계획입니다.
일회용품 안 쓰고 살아보기에 이어 매달 한 가지씩 주제를 잡아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2. 좋은 먹을거리, 나쁜 먹을거리- "라벨을 살펴라"
3. 대량소비에 대해 고민해보는 "마트문화 뒤집기"
4.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대중교통만으로 돌아다니기"
5. 회색도시를 향한 게릴라 공격, '도심에 나무심기'
6. 하나로 연결된 지구, "내가 쓰는 물건은 어디에서 왔나"
나머지 여섯 개의 아이템은 독자들의 의견을 받아 결정할 생각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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