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 세상 엿보기

대만 태권도 논란으로 되짚어본, 아시아에 부는 혐한 기류

최근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대만의 태권도 선수 양수쥔이 실격처리 당하면서 불거진 대만 내부의 반한(反韓)/혐한嫌韓) 기류가 거셉니다. 

대만인들이 한국산 LCD TV를 망치로 때려부수는가 하면  

 

한인학교에 달걀을 투척하고 
기사보기
 

대만에서 립싱크/성형의혹 등에 시달리는 소녀시대


대만언론에서는 신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아이돌 그룹에 대해 립싱크, 성상납 의혹을 제기하는 등  기사보기 

원색적인 비난이나 근거없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합니다.  

심지어는 소녀시대의 히트곡을 개사해 혐한 감정을 퍼뜨리고 있다죠. 기사보기(스포츠조선) 

최근의 아이돌그룹에 대한 혐한 감정은 아시안 게임에서 양수쥔에 대한 판정 불만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데요. 
 
하여  당사자인 양수쥔은 반한 감정에 대한 자제를 호소하고 대만의 마잉주 총통까지 나섰습니다. 

‘태권도 실격’ 양수쥔 “한국 때문 아니다” 반한 자제 호소
2010-11-23 10:40:35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에서 촉발된 대만의 반한 감정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양수쥔(25)이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다. 




양수쥔은 지난 17일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48kg급에 출전해 1회전에서 베트남에 9:0으로 앞선 상황에서 경기 종료 12초를 앞두고 실격패를 당했다. 양수쥔은 금메달이 유력했던 후보였다. 


문제는 전자 양말 뒤꿈치에 규정에 어긋난 센서를 부착하고 출전했던 것. 대만 측은 거세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수쥔도 경기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이후 대만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 한국계 심판위원들이 판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에 양수쥔은 22일(현지시간) 자국으로 복귀해 “내가 실격당한 것은 한국 때문이 아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른 선수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의 충돌이 없었으면 좋겠다. 두 번의 상처는 원하지 않는다”며 고 시민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불법 전자센서 부착에 대해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한 선수의 피나는 노력을 한번에 죽이는 일일 수도 있다”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마잉주 대만 총통도 21일 “양수쥔 선수가 실격한 억울한 사건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지만, 비이성적 행동으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전 국민에게 호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대만인들의 혐한 감정이 그저 판정 불복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대만인들의 혐한 감정은 1992년 한국 정부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부터 있었으나 태권도 사건과 같은 계기에 의해 수면으로 떠올랐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대만인들의 혐한 기류 뿐 아니라 최근 중국, 일본 등 한류의 원조인 나라들에서도 심심찮게 혐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겁니다. 

지난주에는 누리꾼들 사이에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전 중국인 멤버 한경이 혐한 감정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중국 CF에 출연해 논란이 일었고, 기사보기   

이에 가수 
김장훈이 한경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퍼붓기도 했지요.   기사보기

올 9월  중국 상하이에서는 한인학교 학생들에게 달걀을 투척하는 사건도 벌어졌죠. 기사보기

일본에서도 혐한 정서는 심심찮게 감지됩니다.

이달초 일본의 가수, 모닝무 구스메가 방송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손동작을 해서, 한국 누리꾼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죠. 

또 욘사마 배용준의 얼굴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좀비처럼 그려놓기도 했죠. 

사실 일본의 혐한 정서는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반도에서 한류가 가장 먼저 시작됐다 할 수 있는데요, 바로 백제문화에 대한 선호입니다. 당시 일본의 상류층은 '구다라'라고 하여, 백제에서 온 것은 모두 좋다는, 원조 한류 현상이 있었습니다. 구다라는 백제의 수도 사비성에 있던 구둘래 나루에서 유래하죠.

그러나 20세기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혐한 정서로 굳어졌고, 이후 끊임없이 역사 문제로 인해 양국간에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일본의 보수 우파에서 이같은 기류를 조장했다 할 수 있고요.  


2005년 일본 작가 야마노 샤린 <만화 혐한류> 출간.
한일 양국 정치,역사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을 비난했지요. 



또 중국에서도 민족주의 정서가 짙어지고 동북공정에 박차를 가하면서, 고대 신화를 조작하기도 하는 등 한국과 한민족을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이같은 혐한 기류/정서는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요. 
우선 한류의 출현부터 차분히 살펴봅시다 

한류(韓流)라 함은 1990년대 후반 중국을 위시해 일본, 동아시아 등에 분 한국대중문화 바람을 일컫습니다.

이 용어는 2000년초 중국언론이 만들어낸 신조어이죠. 

1992년 중국과 수교후 중국에 처음 수출된 드라마는 최수종, 고 최진실 주연의 <질투>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대륙에 한류바람을 일으킨 것은 1997년 수출된 <사랑이 뭐길래> 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이후 가요는 물론이고 영화(<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중국에 소개되면서 한국 대중문화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대륙에서의 한류는 타이완, 홍콩 등 중화권을 비롯해  베트남, 타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 퍼져나갔고 <대장금>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한국대중문화상품의 유입되면서,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상품과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에서는 1998년 한일 대중문화교류협정이 이뤄진 후 <겨울연가>가 방송되면서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죠. 


중국에서의 한류 열풍은, 중국이 서구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같은 유교문화권으로서 공통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상품을 부담없이 받아들이고 친밀하게 느끼게 된데서 기인합니다. 

임우경 박사는 한류의 열풍을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그럴 때 마침 그 자리를 채워 준 것이 바로 한국의 대중문화, 이른바 ‘한류’이다. 일본에 비해 한국에 대해서는 민족주의적 반감이 덜하다는 점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비교적 안전하게 소비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류’는 대개 1996~1997년 남성그룹 HOT의 중국 진출과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방영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2005년 드라마 ‘대장금’의 방영을 통해 ‘한류’는 절정에 이르며 질적 도약을 하게 된다. ‘대장금’은 ‘한류’의 소비자를 엘리트 영역까지 확대시켰으며 음식과 한복 등 한국문화와 일상소비생활까지 대중의 관심으로 확장시켰다. 방송계에서는 ‘대장금’이야말로 중국 드라마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

 ‘한류’가 이처럼 중국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월등한 비주얼과 섬세하고 세련된 서사기술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내용적 규범성에 있다. 사회주의적 집단 질서가 와해되고 모든 것이 개인과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사회로 재편되고 있는 중국에서 지순한 연애와 가족 중심의 한국 드라마는 새로운 관계의 규범성을 발견하고 교육시키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2006-7년 경향신문&서남문화재단 기획 :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5) -중국 속의 동아시아 대중문화


2004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우호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중국의 청소년들/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나 한류, 한국, 한국상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호감&선호 현상과 더불어 동시에 한국의 대중문화, 한국산 제품을 싫어하는 반한 감정, 이것이 극으로 치달은 혐한(嫌韓)이라는 용어 또한 등장합니다. 

이는 자국의 문화시장을 외국에 뺏길 수 없다는 민족주의, 국수주의 정서가 팽배해지고
교육에 의해 철저히 국가이데올로기를 학습하고 자국의 대중문화가 산업화된 시기 자라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불거졌지요. 
글로벌 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자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이버상에서 충돌하면서 다소 감정적이면서 공격적인 민족주의 경향을 보이기도 하죠.   
 
이에 대해서도 임우경 박사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적 국제주의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즉 일본 제국주의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일본의 인민은 중국 인민과 마찬가지로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서로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본격화되고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유명무실해지면서 그 같은 국제주의도 점점 민족주의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반일 민족주의의 강화는 일본 대중문화의 소비와 수용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
.
냉전으로 가로 막혔던 동아시아 각국은 최근 20~30년 동안 비로소 대중문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교류를 넓혀갈 수 있는 광범한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그 미래가 얼마나 낙관적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은 ‘한류’가 한국 정부의 문화지원정책이 일궈낸 성과로 보고 중국 문화산업진흥을 위한 국가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 정부가 문화를 국력으로 이해하고 문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대중문화는 더욱 자연스럽게 민족주의를 재생산하며 대중적으로 유포하는 중요한 기제가 되기 십상이다.

한편 정부가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제한하건 말건 중국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이나 일본의 대중문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소비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은 대중문화 속의 동아시아 혹은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판도를 확연하게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매체로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터넷은 각국의 민족주의를 양산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이기도 하며, 심지어 민족국가간 상징적 전쟁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중문화를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를 상상하는 일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우경|베이징대학교 중문과 박사후연구원〉

2006-7년 경향신문&서남문화재단 기획 :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5) -중국 속의 동아시아 대중문화 중 


우려는 우려고,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으니... 이를 어쩔.... --;; 
앞으로 이같은 혐한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  우선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 역시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동시에, 아시아인들에 대한 우리 내면의 차별적/이중적 시선에 대해서도 점검해봐야겠지요.

by 윤민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