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향신문 사람들

[독자 데이트] '장도리' 박순찬 화백, 팬들 앞에 쌩얼 드러내다!

2013년 6월4일 오후 7시30분. 시사만화계의 지존 '장도리'의 박순찬 화백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경향신문 5층 대회의실에는 클래식 대신 클래지콰이의 상큼발랄한 노래가 울려퍼졌지요. 상큼한 BGM에 걸맞는 박순찬 화백의 상큼한 비주얼 두둥~!!



엄선된 열혈팬 30명이 박순찬 화백을 보기 위해 경향신문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독자가 찾아온 것은 5년 전 항의방문 이후 처음이라고 하네요. 박순찬 화백은 "그때보다는 화기애애하고 좋네요"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담담한 소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팬들과 저희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은 '장도리' 박순찬 파헤치기에 나섰습니다. 대개는 민망하기 마련인 첫 작품을 먼저 들이밀었습니다. 무려 1995년 2월6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Question "첫 작품인 걸로 아는데 이해가 잘 안 돼요. 무슨 뜻인가요?"

Answer 당황한 박 화백, 머리를 긁적이며 "저도 저게 무슨 생각으로 그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그때 가뭄이 정말 심했어요. 가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얘기를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그린 겁니다."


Q "장도리는 왜 장도리인가요?"

A "신문에 실리는 네컷 만화들이 보면 고바우, 왈순아지매, 두꺼비 등등 당시 트렌드가 서민적이고 소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았어요. 신문이라는 게 80대 어른신까지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세대 기호에 맞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인물을 내세웠죠. 장도리는 일하는 데 필요한 도구이기도 하고 사람 이름으로 써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해서 장도리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만화가는 만화로 얘기합니다. 장안의 화제작으로 화제를 전환해보았습니다. 당시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죠. 먼저 3파전의 산파입니다.

야권 단일화 이전 지난 대선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파전으로 진행됐는데요. 박 화백은 3파전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업적이라고 봤습니다. "나비효과에서 보듯이 오세훈 전 시장이 벌인 일이 크나큰 사태로 확산된 것을 풍자해본 겁니다." 마지막 컷에 그려진 오세훈 전 시장은 수염이 덥수룩한 채 초췌한 모습인데요. 박 화백은 "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건희의 눈물'로 회자되는 그림입니다.

박 화백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컷이 이건희 삼성회장인데  저 그림은 2008년 처음으로 장도리 모음집을 냈을 때 그 안에 그린 그림 중 하나에요. 장도리만 그리면 재미가 없으니까 하나를 따로 그려넣었죠. 제가 참고한 그림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에요. 이 상황(검찰이 CJ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에서 이 회장이 행복한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해서 올려본 겁니다."


언어 유희가 그림 유희로 승화된 사례도 있었죠. 바로 박근혜 대통령 인사의 난맥상을 짚은 '그네식 인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두고 그네랑 비슷하다고 해서 '그네'라고 했죠. 대선 때는 그네 막걸리도 나왔는데요. 부르기 편하고 발음도 좋고 해서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죠. 단지 발음 뿐만 아니라 의미도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실제 그네와 연관시켜 본 겁니다."


다 자기 손 끝에서 나온 그림들이니 자식 같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겠지만 네티즌들의 호응도를 봤을 때 압권은 '진상의 거인'이었습니다.

뭐 이건, 설명이 필요가 없는 작품이죠. '진상의 거인'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패러디한 건데요. 이 그림을 두고 시사만화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만화를 가지고 그려도 되느냐고 따져 묻는 분들이 좀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박 화백은 "그렇다고 못 다룰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주류매체가 보여준 고루한 접근 방식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박 화백은 "'진격의 거인'은 공상만화로 과거에는 허무맹랑하고 무익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신문 칼럼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걸 보면 이제 우리도 만화라는 매체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지 않나 해서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상의 거인'에 대한 반응이 참 뜨거운데요. 한 네티즌이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 사진을 붙여 실사판까지 만들었습니다 짜잔~!!


'장도리'는 풍자의 과감성에 그 매력이 있습니다. 때로는 행여 정치적인 압박이나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데요. 박 화백은 걱정말라고 하네요. "그런 불상사를 당하지 않도록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막 그리는 게 아녜요. 신경써서 법적으로도 문제 소지가 없도록 하고 있어요. 어쨌든 표현에 있어서 이렇게 그려도 되는 것인가 질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 경향신문은 사원주주회사이고 독립언론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많이 보장되고 만화가로서는 좋은 신문이에요."


조심스럽게 그렸는데도 이 정도이면 안 조심스러우면 어느 정도가 될까요. 박 화백의 입에서 일베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일베 특징이 뭐냐면 표현의 제한이 없다고 하죠. 막 배설하고 고정관념을 깨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표현의 수위, 범위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게 많은 부분이에요. "


'장도리'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이런 번뜩이는 풍자의 원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어디서 얻는가 하는 거죠. 박 화백은 단호하게 놀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시사만화가들 보면 하루 종일 앉아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실제로 놀고 있어요. 산업현장에서 바쁘게 일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저같은 사람이 놀면서 우리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분석해서 보여주는 것이고 그것이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집니다. 인터넷 뉴스 보고 신문 보고 노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놀아야 아이디어가 나와요. 항상 바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천재의 여유일까요. 백조의 발처럼 밖에서 봤을 때는 여유로워 보여도 물밑에서는 엄청 바삐 발을 놀리는 것처럼 머릿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박 화백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렇게 바쁘면 안 되고 정말 놀아야 해요. 발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물에 둥둥 떠서 흘러가야 합니다. 구글 본사에 가면 놀이기구를 많이 만들어놨다고 해요. 그래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걸 아는 거죠. 저도 그걸 알아요."


박 화백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만화는 무엇일까요. 박순찬 화백은 옛날 만화를 추려보던 중 지금 상황에서도 의미가 통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왔다고 말했습니다. 

첫번째 컷에 등장하는 인물은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회장입니다. 정치 권력이 가장 팽창해 있던 시절, 재벌들은 최고 '갑'이 아니었죠. 박 화백은 "권력자에게 돈 갖다 바치는 게 자존심 상하고 힘들어서 국민당 창당해서 대통령 출마한 거죠. 그런데 지금은 왜 대통령 출마한다는 재벌이 없을까요. 회장자리가 제일 좋은데 왜 대통령을 하려고 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박 화백은 이 만화가 2005년에 그려진 거지만 지금 경제민주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통할 만하다고 봤습니다.


두번째 만화는 IMF로 대한민국이 시름을 앓던 1998년 그림입니다. 권영해 안기부장 할복사건과 빈부격차 문제를 엮었습니다. 지금도 국정원은 여러가지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당시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정치 개입 문제로 수사를 받다가 항의차원에서 할복을 했죠. 


박 화백은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할복에 비유했습니다. IMF라는 칼날이 빈부격차의 상처를 더 벌어지게 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만화 속 노숙자들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낯설지 않지만 98년 급격히 늘어난 그들의 존재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빈부격차, 지금도 나아지지 않는 문제입니다.


박순찬 화백은 시사만화가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열린 자세라고 말했습니다. 시대변화에 맞춰 독자와 소통하면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는 것, '장도리' 박순찬 화백이 지향하는 삶입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 재밌는 것만 모아 모아!!


Q 화백님 만화를 보면 주로 남성들만 많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부인께서 뭐라고 얘기 안하시는지. 

A 그 이유가 뭐냐면 시사만화라는 게 다루는 내용이 주로 정치적인 문제, 사건사고 뉴스잖습니까. 거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남자들이 많아요. 과거에 비해서 남녀 비율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사고를 치는 사람들은 남자가 많죠. 그래서 남자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어요. 


Q 신문이나 방송 매체가 인터넷 트렌드까지 다 따라가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장도리를 보면 인터넷 트렌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이런 트렌드, 키워드를 어떤 경로로 얻는지 선호하는 채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보통 사람들이 포털로 가서 내용을 접하잖아요. 저도 우선적으로 그쪽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거기서 나오는 기사를 많이 접하고 그 외에 커뮤니티에 많이 들어갑니다. MLB 파크에서도 제가 활동하는데 불페너에요. 여기 혹시 불페너 안 계세요? 분명히 오신 것 같은데 손을 안 드시네. 하지만 재밌어서 보는 거지 거기서 무슨 소재를 얻으려고 보는 건 아니구요. 거기서 놀다 보면 사람들 생각도 알게 되고 그런 점이 좋습니다.


Q 지금까지 만화에 여러 등장인물이 나왔는데요. 그리면서도 정말 싫더라 하는 3명만 꼽아주세요. 

A 사실 사람은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알수가 없어요. 저는 보도된 것으로만 봐서 느껴지는 감정을 잘 믿지 않습니다. 실제 만나보면 좋은 분일 수도 있거든요. 매체를 통해서 왜곡되게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특별히 등장인물에 대해 좋고 싫은 감정을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인간이니까 싫은 감정이 생길 수 있는데 그리다보면 정이 생기더라구요. 

제가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하는 행동이나 말씀을 보면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감정이 생기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그리다보니 5년이 지나면 애정이 생기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더 섬세하게 얼굴도 그리게 되고. 참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자주 그리게 되다보니 이상한 정이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두 인물이 싫으면서도 많이 그릴 수 밖에 없는 인물이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박순찬 화백은 이날 참석한 모든 분들의 얼굴을 즉석에서 그려줬습니다. 아래 사진들이 참석하지 못한 여러분들을 멘붕에 빠뜨리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캐리커처 하나 그리는 데 1분, 캐리커처 자판기의 위용 드러내십니다!


줄을 서시오~~


이날 행사의 백미. 부러우면 지고 안 부러워도 지는 인증샷 투척!!합니다


이걸로 끝? 노노, 얼마나 오고 싶으셨겠어요. 사정이 있어 못 오신 분들을 위해 독자 데이트 동영상도 준비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너무 착한 거 같아요 흙흙~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