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확확 라운드업

정말 '그분'의 수첩은 데스노트인가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요, 현 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특별히 발탁됐다가 낙마한 인사가 유독 많다는 점입니다.

최근엔 '법피아' 논란에 물러난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에 이어 새롭게 지명된 문창극 총리 후보자까지 여야로부터 강력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첩에 메모하길 좋아하는 박 대통령의 습관을 연상시키는 '데스노트'라는 말도 유행이네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전격 기용됐다가 스스로 물러나거나 해임된 인사들이 얼마나 되는지, 각각 어떤 이유였는지 모두 기억하시나요?

자, 향이가 정리했습니다.

'누가 있었지?' 하고 한번 떠올려보고 읽어보세요. 일종의 기억력 테스트입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향이는 그만 몇분은 잊고 있었답니다. 정리하면서 다시 기억해냈어요.

준비되셨나요? 

시작합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한 논란은 첫 총리 지명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25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헌정 사상 최초로 지명 닷새만에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이유는 1970~1980년대 서울·수도권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투기 의혹, 그리고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때문이었죠. 김 지명자는 사퇴의 뜻을 밝힐 당시 언론을 향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 (국회) 인사청문회가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윤창중 당시 인수위 대변인은 “김 지명자 본인이 공인이니까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의혹들을 해명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총리 후보직 사퇴 이후 지금까지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이 당시 제기된 의혹을 속시원하게 해명하는 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기사읽기 김용준 전격 사퇴…박근혜 ‘나홀로 인사’의 실패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박 대통령의 ‘수첩’에 적혔다가 대중 앞에서 사라진 두번째 인물은, 바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지명 직후 김 후보자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데다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인큐텔’ 창립에 관여하고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 재직 시 CIA 외부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4년간 근무해, CIA와 깊숙이 관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져 자격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여기에 김 후보자와 친·인척들이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 일대에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한 것도 도마에 올랐지요.

 김 후보자는 장관 지명 직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퇴 발표 때까지 포기 절차는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1000억원에 이르는 ‘국적포기세’를 내야 했다고 하네요.

 여하튼 김 후보자는 사퇴 회견을 하면서 “조국을 위해 바치려던 꿈을 지키기 어렵고, 조국을 위해 바치려 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그의 사퇴 회견 직후 긴급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이 미래창조를 위한 핵심으로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분이 국내 정치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시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읽기 김종훈 전격 사퇴… 정치 염증인가, 검증 부담인가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경우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경우입니다. 그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에 부담을 느껴 사퇴했습니다. 황 내정자는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25.45%인 약 69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자 또는 금융위원회 소속 4급 이상 공무원은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의 보유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합니다. 청와대가 기본적인 사항조차 알리지 않은 채 고위공직자를 임명했다는 비판이 나왔죠.

기사읽기 기본적 검증도 없는 부실 인사… 황철주 중기청장 내정자 사퇴


김학의 전 법무차관


김학의 법무차관은 건설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리다가 사퇴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성 접대 제공자로 지목된 건설업자 윤모씨를 수사하면서 “윤씨 별장에서 김 차관을 직접 성 접대했다는 여성의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성 접대 동영상으로 보이는 영상물도 확보했다고 밝혀, ‘강원도 별장 성접대’ 사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김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며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3월 결국 사퇴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는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면서 김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은 당시“(경찰에서) 110일간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검찰 수사 결과는 당연히 납득이 안 된다”며 반발했다고 하는군요.

기사읽기 별장 성접대 연루 의혹 김학의 법무차관 사퇴

기사읽기(연합뉴스) ‘성접대 의혹’ 김학의 무혐의…건설업자 추가기소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


 육사 수석입학·졸업, 손자병법을 300번 읽은 ‘병법의 대가’. 박근혜 대통령가 지명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국방부는 이같은 찬사를 쏟아냈지만 그는 낙마 1순위로 꼽힐 정도로 숱한 의혹에 시달리다 결국 사퇴했습니다.

 그는 군 전역 후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육군 차기 전차인 K2 독일제 파워팩의 수입중개 업체의 자문이사로 근무했는데요, 육군 대장 출신인 그가 이 업체에 근무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게다가 이 업체는 독일제 무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군에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로 독일 검찰과 한국 군 당국의 내사를 받은 전력도 있었습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경기 일산의 토지 구입 후 6년만에 시세가 30배 올랐고, 2012년말 기준으로 반포동의 이 아파트 시세는 15억원 가량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에 대해선 결국 “투자목적으로 샀다”고 스스로 시인할 정도였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신고된 재산 17억6800만 원 대부분 부동산의 재산증식을 통한 것으로 그 차액만 14억원 정도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든 거래가 다 문제”(이석현 당시 민주당 의원)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김 후보자는 여·야 모두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지 38일 동안 ‘박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해야 그만두겠다’면서 버텼지만 미얀마 자원개발 업체인 KMDC 주식 보유를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스스로 물러나야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해야 그만두겠다'는 김 전 후보자의 말은 문창극 후보자의 태도를 연상시키네요.

기사읽기 ‘낙마 후보’ 38일간 버티게 한 대통령의 ‘감싸기’와 여당 ‘침묵’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난해 3월25일 사퇴했는데요, 이유는 국외에서 수십억원대 미신고 계좌를 운용하면서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애초 한 후보 측은 재산형성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자 “민간기업 최고경영자도 1년에 수십억원을 받는데 김앤장·율촌 등 최고 로펌에서 23년을 일했는데 그 정도 재산이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재산 대부분이 은행 정기예금이고 주식도 없고 부동산을 매개로 한 재산증식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금이 해외 미신고 계좌인 데다가 거액의 세금까지 탈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결국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그는 사퇴 때까지도 해외계좌 신고 여부, 계좌 규모, 계좌 개설 시점 및 개설 국가 등과 관련된 소명자료를 일절 제출하지 않았고 그 대신 “누락된 세금 신고와 납부를 모두 마쳤다”고만 답했습니다.

기사읽기 한만수 사퇴 결정타는 국외 수십억 비자금 의혹 


박종길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박종길 전 차관은 취임 6개월만에 사직서를 제출해 갑자기 물러난 경우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운영하던 목동사격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인에게 양도하고, 관련 공문서를 위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1970~1980년대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원으로도 일했고 사격 국가대표 감독을 거쳐 태릉선수촌장, 2012 런던올림픽 총감독 등을 지냈습니다. 지난해 3월 임명 당시, 청와대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인사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박 전 차관은 사퇴하면서 “이번 저의 개인적인 문제로 물의를 빚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격장 양도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네요.

기사읽기 ‘사격장 불법 양도’ 박종길 차관 사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주미대사관이 현지 채용한 인턴 직원을 성추행했고 인턴직원은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는데요, 청와대는 사건 발생 후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이 윤 대변인을 경질했다고 밝혔지요. 하지만 대통령 공식 수행원의 성추행이라는 유례없는 사건에 파문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윤 전 대변인은 주미대사관 소속 20대 여성 인턴 직원을 따로 불러내 호텔 바에서 술을 마셨고 엉덩이를 움켜쥐었으며(청와대 조사에서 본인이 밝힌 표현으로는 ‘만졌’으며) 다음날 새벽 호텔로 이 인턴 직원을 다시 불렀을 때는 팬티를 입지 않은 알몸 차림이었습니다. 윤 전 대변인은 경질 며칠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앞에서는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청와대 조사에선 실제로 알려진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기사읽기 대통령 수행 윤창중 ‘성추행 충격’… 청와대, 도피 도왔다 

기사읽기 윤창중 “엉덩이 만졌고, 노팬티 상태” 청 조사서 진술해놓고 회견선 번복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윤창중 전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사퇴한 것이 아니라 해임당한 경우입니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모래밭 속 진주”라면서 깜짝 발탁한 인사였지만, 인사청문회 단계부터 현안 질문에 “몰라요”를 남발하는 등 자질 문제로 내내 시달렸습니다. 취임 이후에도 잇단 구설로 질타를 받아왔는데요, 여수 기름유출 사고 이후 “1차 피해는 GS칼텍스”라는 발언은 결정타가 됐습니다. 결국 2월 6일 정홍원 총리가 해임을 건의하자 박 대통령이 즉각 수용했다고 하네요. 

기사읽기 ‘지방선거 악재 될라’ 윤진숙 해수부 장관 사퇴 아닌 해임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5개월 동안 약 16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작 자신의 ‘전관예우’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변호사 수입으로 벌어들인 11억여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지요. 그러나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게다가 안 후보자가 3억원의 기부금을 낸 시점은 총리 지명을 3일 앞둔 때였습니다. ‘총리 지명용’ ‘청문회 통과용’ 기획기부이라는 논란도 일었습니다.

 심지어 그는 대법관 퇴임 후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거쳐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세무 관련 소송 사건을 맡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김영란법’을 적용하면 총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란 비판까지 나왔지요. 결국 그는 공직사회 개혁은 커녕 법피아 논란의 한복판에 선 채 지난달 28일 지명 엿새만에 씁쓸하게 퇴장해야했습니다.

기사읽기 박근혜식 파행인사 어디까지 


일단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억하신 그대로인가요?!

'데스노트'라는 농담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아래는 지난해 3월 경향신문이 1기 내각에서 낙마한 후보자에게 쏟아졌던 의혹들을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본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임명에 성공(?)한 장관에게도 의혹들이 있었다는 점이죠. 후보자와 장관들을 꾹 눌러보시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인포그래픽을 만든 지 1년이 넘었는데, 유사한 일이 반복되고 있네요. 독자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이 인포그래픽의 확장판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인포그래픽] 박근혜 정부, 장관의 자격은


그럼 이만 저 향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물러가겠습니다. 

(방금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퇴근길 연설을 듣고 마지막 대목의 '오늘은 여기까지'를 따라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