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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기초연금 - 8년 후면 모두가 지금보다 '덜'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초연금에 대해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25일 첫 지급됨으로써 도입이 완료됩니다. 정부는 전방위적 ‘홍보’에 나섰네요. 방송광고에선 “당신의 땀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다”면서 “기초연금으로 보답해드리겠다”고 말합니다.

 사실 한국사회의 빈곤한 노령세대를 위한 연금제도 출발은 기초노령연금이었습니다. 마치 기초노령연금이 없었던 것처럼, 전혀 다른 새 제도가 도입된 것처럼 홍보에 나선 점은 모양새가 그렇지만 일단 차치하고요, 기초노령연금을 대체한 ‘기초연금’ 제도에 대해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도입한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적게 받도록 돼 있어 ' 미래노인'인 장년·청년층에게 불리하다는 내용은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어 뺐습니다.

 그야말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 - 첫번째

기초연금은 올해‘만’ 기존액보다 두배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액(약10만원)의 두배를 ‘기초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월 20만원’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이 공약이 노령세대를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잇따랐지요. (아래는 당시의 현수막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현행의 두배’ 약속을 지킨 걸까요. 올해는 20만원이 지급되는 만큼, 10만원(올해 기초노령연금액)의 두배니까 약속을 지킨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초연금 설계구조를 보면, 이 액수의 가치는 계속 낮아져 8년뒤면 원래 있었던 기초노령연금보다 액수가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즉 올해‘만’ 두배이고 이후로는 점점 더 두배와는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이유는 기초노령연금액과 기초연금제도액을 결정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원래 있었던 기초노령연금액은 국민의 소득과 ‘연동’됩니다. 즉 소득이 오르는 만큼 기초노령연금액이 오릅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국민소득을 뜻하는 A값(국민연금 가입자 최근 3년간 평균 소득)의 5%~10%(10%까지는 2028년끼지 단계적으로 도달)를 기초노령연금액으로 지급하게 법으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초연금액은 소득이 아닌 물가와 연동됩니다. 즉 물가가 오르는만큼 기초연금액이 오릅니다.

 여기서 퀴즈 나갑니다. 소득 상승율이 높을까요, 물가 상승률이 높을까요. 국민연금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A값 상승률은 2020~2050년 사이에 5.2%이고 물가상승률은 2.5%으로 예측됩니다. 

 즉 A값(국민연금 가입자 최근 3년간 평균소득)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배 정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동안에도 국제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2011년을 제외하고는 국민소득을 뜻하는 A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계속 높았습니다.

 기초연금액이 물가가 오르는 만큼만 오른다면 8년 뒤엔 기초연금액은 약 27만3648원, (원래 있었다가 기초연금제도 때문에 사라진) 기초노령연금액은 28만4230원이 됩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위원장의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아래 그래픽과 첨부기사 참조)

 즉 원래 있었던 기초노령연금제도가 8년 후부터는 지금의 노인, 미래의 노인 모두에게 더 많은 돈을 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그래픽에 나오는 '정부안'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뻔히 문제점이 보이는데도 법안 통과에 합의해줬지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런 의문이 들지요. '구조'자체는 기초노령연금이 더 국민에게 더 좋다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그래픽상 정부안이 살짝 높은 기간)의 기초노령연금 액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원래 있는 제도(기초노령연금)를 손질하면 된다는 생각 안드시나요?

 하지만 정부여당은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손질하자는 이런 여당과 시민단체의 제안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끝까지 기초연금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고 결국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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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후… 정부 기초연금 27만원, 현 노령연금 28만원 ‘역전’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기초연금을 두고 “‘20만원 준다’고 유혹해놓고 생애 전체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기초(노령)연금액은 줄인 것”이라면서 “사기성이 농후하고 뻔뻔하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아래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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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복지장관 “박 대통령, 기초연금안 이해 못했을 것… 알았다면 그럴 리 없어”


 물가상승률에 맞추는 기초연금액이 노인복지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방어논리를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물가상승률이 소득상승률을 뜻하는 A값상승률을 상회해 왔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최근 30여년 가운데 국제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2011년에만 한정된 사실임이 드러났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소득상승률(A값 상승률)보다 높을 것’이라는 복지부의 전망에 대해선 “미래로 갈수록 경제가 축소된다는, 사회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가정한 것”(중앙대 김연명 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왔지요.

 그러자 정부는 나중에 기초연금법안에 ‘복지부 장관이 물가, A값, 노인생활 수준을 감안해 상승률을 재조정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기초연금법에 끼워넣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에만 기초노령연금액(약10만원)의 두배로 설정한 후 매년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리는 ‘기본설계’는 그대로입니다. 올해만 기존의 두배로 맞춘 후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리기로 ‘원칙’을 정한 상황에서 국가 재정문제가 엮인 기초연금액을 복지부 장관 임의로 홀로, 쑥쑥,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요? ‘물가, A값, 노인생활 수준을 감안해 상승률을 재조정한다’는 말 또한 애매합니다.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 - 두번째

국민행복연금위에선 

현 기초연금 구조를 ‘아무도’ 제안하지 않았다

 정부는 “기존보다 두배 지급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실현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구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3월 이름하여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면서 원래 알려졌던 공약내용과는 다른 내용의 기초연금안을 선택지의 하나로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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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쟁점들 나열해 놓고 “합의안”… “공약 파기 면죄부 제공”


 정부는 이 위원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기초연금 설계가 이뤄졌다고 말합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적게 받고, 매년 물가상승률만큼만 오르는 기초연금은 이렇게 국민과의 소통·합의 과정을 모두 거쳐 만들어졌다고 정부는 강조합니다.

 하지만 국민행복연금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민주노총의 김경자 부위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증언한 내용은 복지부의 설명과는 다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벌인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행복연금위의) 위원들은 모두 처음에 국민연금 연계안에 반대했다”면서 “3차 회의 때 국민연금 연계안이 나왔고 위원들이 처음부터 반대했는데 어찌됐느냐고 (김상균 위원장에게) 물었더니 자문위원 한두 분이 제안했다고 들었다. 국민연금 연계안의 삭제를 요구했지만 당시 위원장이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읽기>“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 당초 연금위원 모두 반대”


 복지부는 지금의 기초연금 구조를 제안한 이가 국민행복연금위의 (위원이 아닌) 자문위원 두분이라고 밝혔는데요, 국감장에서는 한양대 전영준 교수가 잠시 언급되기도 했으나 전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전화에서 이를 부인했습니다. 복지부는 그러자 이번엔 “제안자는 (두명이 아닌) 한명”이라면서 한림대 석재은 교수를 거론했습니다. 석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기간과의) 연계 자체에 대해 제가 정확히 제안한 안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처음에 비슷하게 말했었고 나중에 제 안이 정확히 그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여하튼 정부가 제가 ‘제안자’라고 했다면 피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석 교수마저도 물가상승률 연계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의 아이디어와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근로자의 생활수준(소득수준)에 따라 노인부양도 같이 간다는 게 제 개념이었다”면서 “기초연금액을 A값(국민연금 가입자 최근 3년간 평균소득)에 정확하게 연동하지 않은 것은 제 생각과는 다르며 앞으로 연금액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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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대신 물가 반영한 정부 기초연금안, 연금 수령액 불확실성 문제 발생할 우려”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 - 세번째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기초연금 공약을 있는 그대로 알리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1)재정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정해야했으며 (2)국민행복연금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설계가 바뀐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도록 한 것을 두고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요.

 (단 정부여당은 야당과의 합의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30만원 이하로 받는 국민들에게는 가입기간이 길수록 덜 받는 식의 연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잠깐 혹시 '재정' 걱정을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아래 기사 일독을 권합니다. 현재 한국은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45.1%)면서 공적연금 지출은 꼴찌수준입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초연금 공약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10조원도 못끌어내는 건 능력부족"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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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적연금 지출, GDP의 0.9%… OECD 국가 중 꼴찌

김종인 "기초연금 10조원도 못 끌어내는 건 능력부족"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수정'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이해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애초 대선 당시부터 박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구조의 기초연금을 도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즉, “두배 인상”이라는 현수막과 실제 공약내용(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른 차등지급 등)은 달랐다는 겁니다. 이 사실은 복지공약을 설계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문형표 현 복지부장관이 한 말에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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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기초연금 공약, 처음부터 국민연금과 연계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애초 기초연금 공약이 ‘국민연금과의 연계’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철학은 원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완전 연계였으나, 이번(대선)에는 국민연금 가입자들께 최소 10만원은 드리기 위해 ‘(국민연금과의) 부분 연계’를 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두배 인상”으로 알려졌을까요.

 청와대의 안종범 경제수석은 의원시절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약을 정확히 알렸다. 공약집에 정확하게 (국민연금과 통합한다는) 문구가 나오고, 대통령이 후보 시절 TV토론을 할 때도 ‘통합해서 연계한다’고 밝혔다”



  공약집에 ‘통합운영’이라는 문구가 나오기는 하지만 이 단어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액이 달라질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요. 전문가들조차도 ‘그런 의미인 줄 잘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입니다.

 안 수석은 “현수막과 구호를 통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이라고 공약이 잘못 알려진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내가 코멘트할 수 없다”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홍보는 안 수석의 영역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당시 대선캠프에서 홍보를 최종적으로 담당했던 변추석 홍보본부장(전 국민대 교수, 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현수막과 공약집의 문구를 누구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안종범 수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 네번째

진짜 가난한 노인들에게는 혜택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애초 “두배 인상”하는 내용의 기초연금을 공약한 이유는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등이 OECD 국가에서 가장 높다”(공약집)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박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노인계층의 삶의 질이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정작 극빈층인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노인들에게는 ‘사실상’ 지급되지 않습니다. 

 65세 이상의 기초수급자 노인들이 20만원을 지급을 받기는 하지만 그 다음달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생계급여를 받을 땐 기초연금 20만원을 제하고 받게 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줬다 뺏는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청와대 앞에서 노인들이 차라리 자신의 목을 치라며 조선시대의 ‘도끼상소’를 재현한 것은 바로 이같은 사실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OECD에서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 때문에 나온 공약의 혜택이 가장 빈곤한 노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정치분야의 이슈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술자리 안주로 삼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가지고 재밌게 수다떤 기억, 있으십니까. 국민연금이 1988년 도입되어, 많은 사람들이 노령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겠지만, 한국은 아직도 공적연금 논의만큼은 '후진국형'입니다. 국민들은 연금을 둘러싼 공론의 장에 참여할 기회가 마땅치 않고, 여론도 잘 만들어지지 않으며 그러는 동안 고위공무원들과 정치권이 뚝딱뚝딱 만들거나 수정하고 마는 일이 반복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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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국민연금, 기초연금에 대한 논의가 더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공직사회도, 정치권도 국민의 눈치를 볼테니까요.


 향이는 그럼 다음에 '맥락을 짚어드리는' 뉴스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