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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람들

'10대가 아프다'팀과 독자들이 만났습니다

경향신문 특별기획 '10대가 아프다' 팀이 19일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아이팟을 묻어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긴 한 청소년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10대가 아프다' 시리즈. 우리 청소년들은 학업 스트레스와 학원 폭력으로 '아파하고' 있었죠. 이날 자리는 같은 이름의 책 출간을 기념하는 의미이기도 했는데요. '10대가 아프다' 취재팀, 10대들, 상담 선생님, 학부모님 등이 한 자리에 모여 '10대들이 왜 아픈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전문]'10대가 아프다'취재팀-독자와의 만남 보러가기



경향신문 2층 갤러리 '효재처럼'에서 만난 '10대가 아프다' 취재팀과 독자들의 모습입니다. 기자들도 약간은 긴장한 모습이었는데요. 조호연 사회·기획 에디터가 먼저 기획을 시작하게 된 경위 등을 설명했습니다.


조 에디터는 "다들 알고 있는 주제인데 다들 모르고 있는 주제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기획을 시작할 땐 학교 폭력이 큰 초점 아니었다. 시작은 지방 대도시 한곳에서 중학생이 투신 자살을 했다는 뉴스였다. 신문에는 보도되지 않았던 이 뉴스가 오피니언 필자의 기고를 통해서 '아이팟을 묻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기고한 필자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해보고 텔레파시가 맞아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취재팀을 꾸리고 일주일 정도 취재한 것이 A4로 50장 정도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이후 취재팀과 상의를 하면서 이번 10대 주제는 10대의 목소리로 보도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어른들의 눈으로, 계몽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여러번 나왔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방법이고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다고 봤다"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이 사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질문을 받았는데요. 가장 많은 질문이 취재 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른과 대화할 때 방어적인데 어떻게 대화를 끌어냈나, 진솔한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얘기를 끌어냈느냐, 왕따 취재를 어떻게 했나 등이었는데요. 실제 취재를 했던 기자들을 먼저 소개해 보겠습니다.


 '10대가 아프다' 팀은 6명의 기자가 한 팀으로 일했는데요. 왼쪽부터 이재덕, 박효재, 류인하, 곽희양 기자의 모습입니다. 배문규 기자의 모습이 안 보이는군요.


마이크를 들고 얘기하는 가운데 있는 사람이 배문규 기자입니다.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군요. ^^


이날 기자들은 <10대가 아프다> 기획 취재 당시의 이야기, 당시에 느꼈던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이혜인 기자는 '아이팟을 묻어주세요' 학생 취재 뒷얘기를 들려줬는데요. 이 기자는 "기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고 개인적인 일을 파헤치는 건데 처음에는 하기 싫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살던 동네, 학교 주변에 가서 문방구 아저씨, 동네 주민 등에게 얘기를 들었다"더군요. 또 "학생의 삶 속에 들어가면서 정원도 잘 가꿔진 학교에서 그 학생만 없다는 게 심정적으로 너무 안타까웠다"며 "실제 취재를 해보니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얘기를 별로 안 했고 예의바른 학생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예민하게 지켜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류인하 기자는 당시 이 기사가 나가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학생 부모님이 많이 힘들어했고 기사도 삭제됐는데요. 류 기자는 "기사는 지역도 안 나오고 이름도 특정되지 않지만 부모는 알지 않느냐"며 "유서 내용을 보고 학생 친척이 전화를 했고 부모의 분노는 사그라들기 어려웠고 많은 갈등 후 기사가 삭제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류 기자는 "10대가 아프다 기사를 쓰면서 그 아이에 대해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소년 일진'에 대한 취재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제일 많았는데요.

'일진 담당'이었던 이재덕 기자가 취재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일진들이 트렌스젠더 분들에게 시비 걸고 때리고 돈도 뺏는 문화가 있었는데 경찰서 취재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일진들 놀이 문화였다. 결국 아이들이 경찰에 잡혀왔고 풀려날 때까지 기다렸다. 근처 케밥집에 가서 케밥 사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안해줄줄 알았다. 좋은 일도 아니고 기자라고 밝혔으니... 의외로 순순히 이야기하더라. 자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자리에는 당시 취재원이었던 10대 청소년 김지훈(가명)군도 함께 했습니다.

김군은 "저희를 이해해주려는 부분이 많았다. 다른 분들은 저희를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는데 저희를 이해하려는 부분이 절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군은 가출을 했다가 마음을 바꾼 사연도 들려줬는데요.

"중학교 때 방황했던 이유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친구들은 말이 통하지 않나. 친구들과 오래 있고 싶어서 학교 빠지고 그러다보니까 집도 나가고 다른 애들 괴롭히고... 전학을 갔는데 명문학교였다. 선생님들 반응이 시덥지 않았고 왜 공부 안 하냐는 식이었다. '너같은 애들이 커서 어떻게 되는지 아냐'는 이야기를 해서 반항감 때문에 집을 나갔다"

"학교에 돌아간 건 집 나가서 길을 걷다가 아빠를 만났다. 아빠가 집에 들어오라고 때릴 줄 알았는데 안 때였다. 학교 가려면 계획을 짜서 아빠에게 말하라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신 게 처음이었다. 아빠가 나를 이해하려 하는구나 생각했다"


'공부 안 하는 학생'만 문제가 있는 걸까요. '공부 잘 하는 학생'을 만났던 배문규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배 기자는 "목동 학원가를 갔다. 학원들이 10시까지만 수업이 가능하니 10시에 애들이 쏟아지는 게 장관이더라"며 "꿈이 뭐냐, 뭐하고 싶어서 공부 열심히 하는 거냐" 했더니 "자는 게 꿈이예요 하더라. 이런 게 한국 교육 현실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날 참여한 신정아 학생(진명여고 2학년)은 "꿈 얘기하셨는데 저희들도 꿈 정확히 아는 애가 없다"며 "제가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뭘 위해서 하는지 모르겠고 대학을 위해서 하는 건데 엄마와 얘기해도 결론도 안 나고 결국은 공부해라 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스트레스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외국은 스포츠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우리는 체육 시간에 줄넘기, 뜀틀 하는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정아 학생(왼쪽)과 김지훈학생


이날 독자로 참여한 학부모님은 "10대 아이와 대화가 너무 안 된다"며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엄마 입장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이는 문 쾅 닫거나 문자로만 주고받으니까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학부모님은 "아이가 새벽 2시에 잠을 자서 오전 7시40분에 학교에 간다""학교가 잘못된 건지, 사회가 잘못된 건지 구구절절이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윤조 서울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팀장은 "부모님과 아이가 대화를 하다보면 중심이 다르다""부모님은 결과 중심으로 바라보고 고민이 있냐고 물어도 결과를 예측한 듯이 질문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결과를 빨리 내놓으라고 하면 대화를 싫어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팀장은 "부모님들이 혹시 자신의 고민을 얘기해본 적 있느냐"며 "걱정을 내려놓으시고 100일만 노력하면 아이가 조금씩 변하는 걸 느끼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윤조 서울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팀장


마지막으로 이윤조 팀장은 학교 폭력이나 공부 스트레스 등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내 뱃속으로 낳아도 속을 알 수 없는 게 사람입니다. 내가 낳았지만 나와 또 다르고, 형제 자매와도 다르죠. 존중해주는 게 해답입니다. 부모님이 자신이 못 간 서울대 갔으면 좋겠다고 하거나 내가 못한 무언가 열망이 많다면 아이가 망가지거나 힘든 경우 많습니다. 

부모님이 자신이 어떻게 사는지 봐야 합니다. 내가 행복한지, 내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한 시선으로 봅니다. 정말 문제가 풀기 어려우면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용기 내면 어떤 문제든 풀리지 않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10대가 아프다> 책이 요렇게 나왔습니다. 많이 사서 보세요~!^^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