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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람들

[전문2]'10대가 아프다' 취재팀-독자와의 만남

이인숙 기자: 정아 학생이 말해줬는데 부모님과 대화하고 나도 늘 얘기는 '일단 공부를 하라'고 결론난다고 했다. 10대들은 부모님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10대 뿐 아니라 부모들도 10대 자녀들과 대화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10대는 부모가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아 힘들고 부모는 10대 자녀가 왜 이러는지 몰라 힘들고. 오늘 독자와의 만남을 신청하신 분에게 마이크를 드려보려고 한다. 자녀하고 대화할 때 어떤 게 가장 답답하신지. 

권종옥(학부모) : 우리 애는 다섯살이다. 정말 대화가 너무 안 되는 편이다. 엄마들 입장에서 아이들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도 아이들은 "됐어"라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린다. 또 아이들은 늘 아이폰으로 문자 주고받고, 고민은 친구들과 얘기하고 "엄마는 이해못해"라고 끊어버린다. 

부모 입장에서도 (정아 학생이 한)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한다.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해야 할까. 답답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답답해서 이 자리에 왔다. 우리는 아이들 얘기에 얼마든지 공감을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그런 얘기 안 해주니까. 

지금 한국 교육과정을 보면 답답하다. 아이들 꿈이 '자고 싶다'라고 했는데 정말 오로지 공부, 공부 뿐이다. 저도 제 자식이 공부 잘 했으면 좋겠다는 게 희망사항이지만...독일에서 6~7년 정도 있었다. 독일에서는 교육문화가 초등학교 4학년 이후에는 그 아이가 하고싶은 것 위주로 교육시키고 방학동안에는 학원 문을 다 닫는다. 그 기간에는 부모하고 여행을 다니거나 운동이나 서클활동을 한다. 

한국 교육 현실은 아이들이 새벽 2~3시에 잠든다. 2시에 잠을 자서 7시40분에 학교 나가고. 학교 공부는 중요해지지 않은 지 오래고. 어디서부터 어디가 잘못된 건지, 학교가 잘못돼 있는지, 사회가 잘못된 건지. 구구절절이 울분이 터진다.


이인숙 기자: 부모의 고민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정아학생, 어머니는 답답하다고 하시는데 10대들이 어머니와 대화할 때 '몰라도 돼' '이해못해'라며 닫아버리는 건 왜인가. 

신정아: 제 여동생이 중학교2학년인데 지금 어머니가 말씀하신 거랑 똑같다. 걔도 쾅 문닫고 들어가서 아이팟 듣거나 '아, 몰라'하는 식으로 말한다. 제 어머니가 좀 걱정이 많다. 노파심에 '학원 갔다 왔냐. 문자 하라'고 얘기하면 여동생은 간섭한다고 짜증을 낸다. 제가 중재를 하긴 하는데 동생은 엄마가 자기를 이해못한다고 생각한다. 뭐라도 말을 하면 엄마의 시각으로 판단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여동생이 가수를 좋아하는데 팬사인회 간다고 하면 엄마는 당장 학원부터 걱정한다. 동생은 팬사인회 한 번 못가는 데에 집중하고, 엄마는 학원부터 걱정한다. 그러다 동생이 엄마 연락을 씹고 팬사인회 가면 엄마 퇴근한 뒤 동생하고 싸운다. 

제가 어제도 동생과 엄마를 중재했다. 그래서 동생한테 엄마로부터 연락 받는 게 (간섭으로 느껴져서)싫으면 너가 엄마에게 먼저 연락해라하고 했다. '집에 왔다', '밥을 먹었다' 등등. 엄마한테는 걱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표출하지 말라고 했다. 동생은 그걸 간섭으로 느낀다고 얘기했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달라서 빚어지는 일인 것 같다. 가운데 지점을 찾으면 좋은데 그게 안돼서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닫고, 부모님은 포기하고 그러는 것 같다. 

이인숙 기자: 그래도 부모자식 관계는 일정정도 부모님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대화 풀 수 있는 팁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윤조 서울시 청소년상담센터 팀장: 부모님은 자식과의 대화를 '잘'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사춘기라서 문제라고 얘기한다. 부모와 자식 둘이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중심이 다르다. 부모님은 결과 중심으로 바라보고 얘기한다. '너, 고민이 뭐니.' '학교에서 친구 관계에 문제 있지 않니.' 의혹의 시각으로 결과를 예측한 듯 질문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과정 중에 있다. 부모가 결과를 빨리 내놓으라고 하면 대화하기 싫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혹시 자신들의 고민을 아이들에게 얘기해본 적 있나. 자기 고민은 얘기하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는 고민을 내놓으라고 한다. 소통하는 게 아니라 결과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걱정을 조금 내려놓으시고 일단은 '옆집 아이다'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해보세요. 부모는 누구나 자식을 망치고 싶은 사람이 없다. 아이들은 목적 없이 소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100일만 노력하면 아이가 조금씩 변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소통의 문제는 하루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팁은 본인이 아주 소소한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다. 

권종옥(학부모): 부모들의 고민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윤조 팀장: 그런 생각 자체가 또 결정을 내린 거예요. 부모와 아이와 레벨이 달라서 이해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옆집 아이라고 얘기를 하시다보면 서서히 귀를 열게 될 거다. 머리를 텅 비게 하고 귀는 열어두고. 

이인숙 기자: '옆집 아이 대화법'이네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10대가 아프다'기사 중에 그림 상담치료를 받는 부모와 자식이 등장한다.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인데 학업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부모님한테 같이 상담을 받아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하던데 곽희양 기자가 소개해주세요. 

곽희양 기자: 학원가를 스케치하기 위해서 10시 이후에 갔다. 10시가 되면 학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애들이 계속 나온다. 나오는 아이들 중 '잠깐만요'하면서 말을 붙이다가 성환이라는 학생을 만나게됐다. 상대방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얘기했는데 아이가 의외로 얘기를 잘해주더라. 그냥 툭 말을 걸어봤는데 우르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그 아이에게 말하고 싶은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성환이란 학생은 아이큐 150 정도고 성적도 전교 1~2등을 하고 부모님들 역시 대학을 나오고 전형적 중산층 이다. 그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면10대 아이들이 가장 좌절감을 느끼는 게 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자사고(자립형사립고)입시였다. 

머리도 좋고 집안도 좋고 기대도 많이 받으면서 전교 1~2등했지만 중2가 됐을 때 자사고, 과학고에 갈 실력이 안 되는 거다. 부모님의 충격이 큰 상황이었다. 

그 어머니의 말은 '대학 못가면 사회에서 취급받지 못한다' 아이 말은 '대학만 가면 때려치고 이 집을 떠나겠다'였다. 서로 대화가 안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때 어머니와 아들이 상담센터로 같이 갈 수 있도록 섭외하는 것이 제 몫이었다. 

그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된다. 자식을 위한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공부 못하면 사람 취급 못받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지 않나. 아이는 공부를 못해서 힘든 게 아니라 공부를 못해서 어머니한테 혼날까봐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공부를 못하게 된 건 결국 내 잘못이다 움츠러 들고요. 그 어머니께서 상담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거였다. 

이인숙 기자: 박효재 기자가 상담 과정을 죽 지켜본 것으로 안다. 어머니와 아들의 태도가 상담을 받은 뒤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박효재 기자: 저도 어머니와 항상 겪는 문제인데 어머니는 자식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 어머니는 아이가 시간 관념이 없어서 답답해하셨다. 꼭 10분씩 늦고 뭔가 절박함이 없다고. 아이가 어렸을 때 입이 짧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음식을 해놓으면 바로 다른 게 먹고 싶다고 하고 어머니는 아이에게 애정이 넘치다보니 다른 걸 해주고. 그러다보니 어머니는 내가 아이들 이렇게 계속 관리하고 따라 붙어야 하는 걸로 생각하셨다. 그래서 아이의 학원 친구들까지 관리하셨다. 

하지만 아이의 생각이나 생활을 잘 모르시는 게 많았다. 아이는 여자친구도 사귀고 있었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학생은 참 매력적인 친구였다. 머리도 좋고 말도 예쁘게 하고 학교에 가면 성적은 중위권이지만 항상 반에서 실장, 부실장을 했다. 학교 밖에서는 대학생 기자단 활동도 하면서 말도 참 조리있게 했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줬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그 학생 어머니랑 그 학생의 미래가 그려진다. 어디서 알았냐면 다음 상담스케줄을 잡자고 했는데 상담사 선생님이 바빠서 특정한 날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자 그 어머니가 딱 하는 말씀이 그날은 영어학원 가는 날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학생의 말이 더 어른스러웠다. "엄마, 영어학원보다 이게 더 중요하잖아." 저희가 썼던 기사가 해답은 될 수 없을 거다. 그저 어른들이 애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곽희양 기자: 성환이라는 친구 얘기를 쓴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걸렸다. 기사에 대한 댓글이 다 그 어머니를 욕하는 내용이 많았다. 저희가 그 어머니를 비판하려고 기사쓴 건 아니었는데. 그 어머니는 '아이가 지금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내 잘못이다' '성적이 떨어지고 대학에 못 가면 내 잘못이다'라는 강박관념이 심하셨다. 그래서 아이가 학원을 빼먹으면 안된다고 하셨던 거다. 

이 기획기사를 쓰는 이유가 '전체 교육 시스템 속에서 10대가 얼마나 아픔을 겪느냐'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얘기하고 싶었던 건데 개인의 잘못, 학부모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이인숙 기자: 기획 기사 중 흥미를 끌었던 부분 중 하나는 10대들의 은어였다. 10대 은어를 부모님들은 얼마나 아시는지. 10대 은어에 대해 이혜인 기자가 취재했다. 어떻게 취재했는지 들어보겠다.

이혜인 기자: 어떤 기사를 쓸까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다 은어가 떠올랐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10대 은어 사전이라는 것이 있더라.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았다. 

사전 취재를 한 뒤에 40개 리스트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자주 쓰는 말을 골라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은 '은어가 없다'고 했다. 리스트를 보여주니 그게 은어인지도 모르고 쓰고 있었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이런 것도 은어인가?' 하면서 이야기해줬다. 

아이들이 쓰는 말을 파악한 뒤에 서점에서 문제집을 고르고 있는 어머니들에게 이런 은어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점수화해봤는데 평균점수가 아주 낮았다. '센캐'의 경우 어머님들은 센베 과자라고 했는데 원래 뜻은 '센 척 하는 캐릭터'이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의 문화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집에 가서 그런 이야기 쓰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혼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10대들이 은어를 쓰는 이유는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부모님들이 같이 한두개 정도 알고 같이 써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인숙 기자 : 오늘 독자들로부터 받은 사전 질문 중 가장 많은 것이 취재과정에 관한 것이었고 그 다음 많은 것이 10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응하는 어른들의 시각이 답답했다'는 의견을 주신 10대 학생이 있었다. 유서영 학생이 이자리에 왔는데 얘기를 들어보겠다. 

유서영: 그동안 학교 폭력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모든 원인을 학교 폭력으로 몰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맹목적이었다. 아이들이 힘든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그 중에 학교 폭력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소외되고 외로운 것도 있을 텐데. 아이들은 누군가가 정말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죽은 뒤에도 언론에서 하는 취재는 '그 아이가 어떤 아이였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이 아니었나', '왕따는 아니었나' 그런 식으로 한정되는 게 죽은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10대가 아프다'는 공감가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사실 지금 중간고사 2주 전인데 올지 말지 걱정했다. '10대 아프다'를 보면서 '아직 우리를 공감해주는 어른들이 있었구나', '나만 너무 힘들고 우리만 힘들고 아무도 안 알아주는 줄 알았는데 나랑 같이 생각해주는 사람도 있네?' 그런 것을 느꼈다.

이인숙 기자: 유서영 학생 얘기를 들으니 취재팀이 보람을 많이 느낄 것 같다. 김지훈 학생이 한 이야기 중 귀에 들어왔던 것이 공부를 다시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부 잘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한번 탈선하면 회복이 쉽지 않다. 그런 친구들에게 기회주고 다시 학교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 들었다. 광윤 학생은 지금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한동안 집을 나가 있고 학교를 못나왔으면 오랫동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텐데 적응하는 데 힘들지 않나요. 

김지훈 : 솔직히 적응하는 게 많이 힘들다.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나는 뭘 하고 싶으니까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면 엄마는 100번 중에 100번 제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해준다. 제가 보석세공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석세공사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어떤 자격증 필요한지'를 알아봐주신다. 그런 면에서는 부모님의 도움이 컸다.

이인숙 기자: 학교에서는 광윤 학생에게 따로 맞춰주지 않을텐데. 

김지훈 : 누나가 공부를 잘해서 누나에게 배우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찾고, 책도 10권~15권 찾아봤는데 '어렸을 때 놀다가 어떤 노력을 해서 서울대에 갔다' 이런 뻔한 이야기만 있었다. '수학은 어떻게 색깔별로 잘 필기했다' 이런 이야기만 있더라. 그런 면에서 해답이 아직 없다.

이인숙 기자: 어떤 도움이 필요하나? '일진'친구들 중에서도 학교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을 텐데, 어떤 도움이 필요한 것 같나. 

김지훈: 그런 친구들은 다른 학생들이 공부한 시간만큼 놀았으니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친구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계속 엎어져 봤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도 엎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공부하는 애들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우리 누나도 불쌍했다. 

솔직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노는 애들 중에서 돈도 많은 집안이 없고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집안, 과외같은 건 할 수 없는 집안이다. 그나나 저는 누나가 있어 복이 있는 거고 도움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무료나 싸게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이나 그런 게 좀 있으면 좋겠다.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게 없더라. 

이인숙 기자: 정아 학생은 학교에 잘 적응해서 공부 잘하는 친구이지만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학교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는지?

신정아:  예를 들어서 초등학교, 중학교 때 진로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서, 제빵 등 비교과적인 경험도 해봤으면 좋겠다. 수능과 대학은 소위 말하는 '계급'이 되는데 주위 친구들 중에서 꿈을 포기한 사람이 많다. 제빵사 꿈꿨는데 꿈을 포기하고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대학, 입시제도 자체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방향대로 개선됐으면 좋겠다.

이인숙 기자: 마지막으로 이윤조 팀장님에게 한가지 여쭙고 마무리하겠다.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 피해자가 되거나 공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대부분 부모님이 보이는 반응이 '우리 아이는 문제가 없는데 왜 그러냐'라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어떻게 풀었으면 좋겠는가.

이윤조 팀장: 일단 김지훈 학생에게 얘기하고 싶은 게 우리 (상담)센터에 오시면 학습 멘토 받을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보면 다 비슷해보이지만 하나하나 다 틀리다. 사실 내 뱃속으로 낳아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 아이들의 개별성, 다양성 존중해야한다. 부모님이 아이 문제에 접근할 때 내 식대로 풀면 절대 안된다. 내가 낳았지만 나와 또 다르고, 형제 자매와도 다르다. 존중해줬을 때 해답이 있다. 

특히 부모님 본인의 상황과 얽어서 아이가 내가 못 간 서울대를 갔으면 좋겠거나 내가 못한 무언가를 해줬으면 하는 열망이 많다. 그러면 이야기가 망가지거나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부모님부터 상담 받는 게 도움이 된다. 부모님 자신이 어떻게 사는가 보라. 내가 행복한가. 내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한 시선으로 부모를 바라본다. 정말 문제를 풀기 어려우면 상담소를 찾아달라. 해답은 한쪽면만 보면 풀리지 않는다. 용기 내면 어떤 문제든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인숙 기자: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 중에 질문이 있으면?

독자: 신문, 책에 보면 일진들은 놀던 무리에서 빠져나오려면 보복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경우, 친구들과 놀다가 빠져나왔을 때 괴롭히거나 그런 것 없엇는지?

김지훈: 제 친구들이 그렇게 징하지는 않았고..왕따가 생기는 건 그 사람이 왕따 시키는 애들에게 한마디라도 괴롭히지 마라고 말할 수 있으면 왕따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서 왕따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독자2: 언론에 학교폭력 문제가 매일매일 나온다. 정말 심각하고 흉폭화되어있고, 일진 색출 이야기도 나온다. 학교 학생이 자살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많이 드러나지만, 학교에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모든 학교가 그렇게 학교폭력에 심각하게 시달리고 있는 것인가 의문도 든다. 극단적인 사례가 너무 보편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닌가. 그게 오히려 지나치게 학교를 강압하고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부작용 없을까.

폭력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학교 폭력만이 문제는 아니다. 학교 폭력이 대두되는데, 극단적인 케이스만 부각되다보니까 마치 모든 학교가 그런 것처럼 여겨진다. 학교가 위기에 처한 것처럼 모두가 몰아가면서 학교와 학생을 억압하는 기제가 된다. 경찰이 개입해서 신고체제를 강화하고 등. 저는 오히려 학교에 있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학교를 억압하는 게 되는 것 같다. 


류인하 기자: 학교 폭력이 심각한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비단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중고교 다닐 시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단, 학교 폭력을 근절하자는 얘기가 나오면서 모든 언론은 거기에 초점이 맞춘다. 오늘 시점부터 학교 폭력 관련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면 그 계기가 있는 걸 거다. 이제까지는 한명도 자살하는 학생이 없다가 오늘 이후에 10명이 갑자기 죽은 건 아니다. 다만 언론들이 초점을 맞추게 된 계기는 있다. 일례로 대구에서 아이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경우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 34명이 괴로워하고 있다면 34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걸 경찰이 너무 학교폭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왕따를 당해도 그 옆에 있는 친구 한명이라도 '나는 네 친구야' 하면 안 죽는다. 때리는 애들이 있고 그걸 방관하는 애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관하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한다. 그 아이들도 자기들이 모르는 사이에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모른다. 왜냐면 (그 아이들 눈에)재미있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고 그걸 지켜보는 애들이 있고 학교가 하나의 정글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방관하는 애들한테 경찰이 조사한다고 할 수 없다. 공권력을 투입하면 때렸던 일진을 처벌하는 정도일 것이다. 지금 독자가  말씀하신 게 다 맞는 것 같다. 


이혜인 기자: 언론에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각을 세워서 사건이 선명하게 나오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모든 반 아이들이 한 명을 왕따 시키고 일진이 모범생을 떄리고 이러는 게 아니다. 

학교폭력도 한 학생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 동시인 경우도 많다. 그런 걸 언론에서 인터뷰하거나 하면 몇몇 어른들은 "그냥 얘네들끼리 때리고 놀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놀다가 한 명이 사이가 틀어진 거지 왕따가 아니예요"라고 하더라. 그러나 미세하게 일어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들을 잘 지켜봐야 하고 작은 것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독자3: 제가 여기 오게 된 건 한컷의 사진 때문이다. 경향신문을 구독하기 때문에 '10대가 아프다'가 경향신문에 연재된 시작부터 빠짐없이 봤다. 

저는 13살, 10살 아이들 키운다. 제가 본 사진은 엄마는 앞에서 학원 가방 들고 가고 있고 아이가 뒤에서 엉덩이 를 뺴고 가는 사진이었다. 그걸 보면서 저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제가 지나친 성공욕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생활에 특별한 일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그 사진을 보면서 <독자와의 만남>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한 얘기는 경향신문 뿐 아니라 모든 언론에서 늘 얘기하고 있고 교육 육아 서적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아까 말한 그런 사진이 찍히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생각한다. 

항상 만나서 반성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제가 저희 아이한테 꼭 학원 빠지고 놀아야겠니라고 질문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최근에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캠페인을 하는 걸 봤는데 '10대가 아프다'가 나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기획으로 끝날 게 아니라 책임있게 언론에서 앞장서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