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우르르']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해경의 구조 업무가 사실상 실패했다”면서 “고심 끝에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선언에 61년 역사의 해경 조직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해양경찰관들은 TV로 대국민담화를 지켜보다가 전격해체 방침이 발표되자 탄식과 충격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사읽기 직원 1만1600여명 해경, ‘해체’ 극약 처방에 충격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92156045&code=940202
충격을 받은 이들은 해양경찰관들 뿐만이 아닙니다. 해경이 되기 위해 공채시험 원서를 접수하고 필기시험을 거쳐 실기시험 등을 준비하던 응시생들 역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방침에 따라 시험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이날 응시생 접속이 폭주해 해경 홈페이지가 다운됐다고 합니다.
기사읽기 해경, 20일 공채시험 ‘무기 연기’… 응시생 2686명 불만 속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92155575&code=940202
해경 해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에 공직사회가 우르르하는 모습은 이번만이 아니지요. 그동안 공직사회 나아가 한국사회를 당황시킨 박 대통령의 발언과 그 후속조치들을 살펴봤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그럼 통일부는? ]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 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1월6일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통일 대박’ 발언이 화제가 됐었죠.
박대통령은 이어 취임 1주년인 2월25일 가진 대국민담화에선 대통령 직속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이니 청와대가 중심이 돼 활동계획 등을 발표할 자리가 만들어질 것”(민경욱 대변인)이라는 보완설명도 이어졌고요.
이 소식에 가장 많이 당황한 건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였습니다. 이미 남북대화의 경우 ‘청와대- 북한 국방위’ 핫라인에서 진행돼 통일부 위상은 추락한 상태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존재감 상실’의 위기마저 닥친 것입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관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자문에 응하기 위한 헌법상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이지요.
기사읽기 ‘대박론’ 이어 이번엔 ‘통일준비위’… 통일부 존재감 상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2252159535&code=910303
기사읽기 통일준비위 출범 초읽기 그들만의 ‘옥상옥’ 예고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3&art_id=201404211612341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 대통령 발언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10일 언론사 논설·해설위원실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혼이 없는 사람이 되고, 거기에 (역사가) 왜곡되고 잘못 인식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이렇게 중요한 과목은 평가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역사과목이)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지만, 그것은 논의해 평가기준에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지요.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교육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사읽기 박 대통령 “국사, 대입 평가에 들어가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102324545&code=910203
기사읽기 “한국사 필수 어떻게…” 고민에 빠진 교육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110124505&code=940401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발언이 공개된 당일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으니 후속 논의를 해야겠지만 대입 기준 반영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고민스럽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대입 관련 업계에서는 “포퓰리즘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선택형 수능을 필수·선택 병행제로 바꾸는 수능체제 개편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과 “이과생은 배우지도 않는데 시험을 보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 등이 나왔네요.
어쨌든 교육부는 ‘후속조치’로서 2017학년도 수능시험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놓고 여당과 당정협의를 벌였지만 찬반이 팽팽해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고 하네요.
기사읽기 ‘한국사 수능 필수’ 확정 연기… 밀어붙이던 정부 돌연 신중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8122232185&code=940401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 부처들은 규제완화에 혈안]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규제개혁을 촉구하는 강렬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2월5일엔 “규제개혁은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고 3월10일엔 규제에 대해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라고 말했습니다. 3월12에는 “불타는 애국심,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달라, 정말 사생결단하고 (규제완화 문제에) 붙어야 한다”며 고강도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박 대통령이 규제를 ‘암’ ‘원수’ 등에 비유하는 등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자 공무원 사회는 부산스럽게 움직였습니다. 특별위원회를 신설, 워크숍 등의 대응이 이어졌습니다.
기사읽기
국토부는 워크숍, 금융위는 TF, 농식품부는 공모… 공무원들 규제개혁 ‘불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92213525&code=920100
20일 청와대에서는 이른바 규제개혁 끝장토론(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렸지요. 하지만 이 자리엔 규제완화에 비판적인 단체나 인물은 초청하지 않아 ‘토론 아닌 토론’ ‘관 주도의 이벤트’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사읽기 규제 폐지 때 이득 보는 사람만 초청… 비판적인 단체는 안 불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202217515&code=920100
공직사회에 불어닥친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산업계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의무휴일제 등 사회적 합의를 거친 규제도 풀어달라고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기사읽기 산업계, 사회적 합의 거친 규제도 철폐 요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232153215&code=920501
[어떻게 봐야할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담화에 대해 누리꾼들의 이같은 풍자도 나옵니다.
기사발췌 국정기조에 대한 성찰은 빠졌다
급기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니 여성 인턴을 없애고, 경주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사고가 나니 오리엔테이션을 없애고, 세월호 사고가 나니 수학여행을 없앴다” “이제는 해경이 문제라며 해경을 없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인을 꼼꼼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놓기는커녕 원인 자체를 제거해버리는 ‘박근혜식 해결 방식’이란 것이다.
전체기사읽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92158285&code=910203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이런 방식의 '업무처리'를 좋아하시는 걸까요.
이대근 논설위원의 칼럼 '박근혜 극장'을 보면 그 답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칼럼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우리는 그가 이미지 정치에 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중략) 어떻게 혼자 빛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순발력과 즉흥성이 뛰어나야 한다. 그는 그것도 잘한다.
우리가 몰랐던 것도 있다. 그는 무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침몰 다음날 신속히 현장을 방문하고 직접 지휘했다. 그것까지는 모양이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잘 알다시피 아무것도 없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꿀 때도,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할 때도 그랬고, 창조경제와 공기업 개혁을 내세울 때도 그랬다. 깃발만 나부낄 뿐 제대로 한 게 없다.
너무 자주 정치적 적대, 당파적 비판을 위해 동원하느라 본래의 의미를 잃은 오염된 언어가 됐지만 그것 말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표현력이 부족해도 어쩔수 없다. 무능한 건 무능한 거다.
그가 이미지에는 능하면서 현실에서 실패한 이유는 단 하나, 현실과 직접 부딪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현실이란 우아하지도 않고, 멋지게 말하고 행동할 기회도 좀처럼 주지 않는 불친절한 공간이다. 그래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가공된 현실, 무대가 필요하다. 배우는 준비되어 있다. 통치 행위가 연극적일수록 현실과 괴리되었고, 그럴수록 그는 무능해졌고, 그 무능 때문에 더욱 연극적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능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소비했기 때문이다.
칼럼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따라오세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42124425&code=990399&s_code=ao168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만큼 연예인 보듯이 '그저 바라만 봐도 흐뭇한' 대상은 아니겠지요.
박근혜 대통령의 방식,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