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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람들

경향신문 편집국, 온오프통합 뉴스룸으로 변신!

진짜 겨울입니다. 두툼한 외투를 옷장에서 꺼내야 할 때가 됐네요. 밖은 '본격' 겨울입니다만 경향신문 편집국은 봄을 맞이했습니다.

경향신문 편집국은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건물 6층에 들어앉아 있습니다. 이 건물(그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한 건물이죠)이 지어진 이래 경향신문 편집국은 줄곧 6층에서 살아왔습니다. 

경향신문이 이 건물에 들어온 것이 지난 1980년인데요. 그 이후 편집국 전체를 싹 바꾸는 대규모 시도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려 32년만이죠.^^; 

경향신문의 예전 모습은 이랬습니다. 

 

이랬던 편집국이 요렇게 싹 바뀌었습니다. 짜잔~!

종이신문 기사를 쓰는 부서와 온라인 기사를 쓰고 유통하는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통합뉴스룸을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온라인 뉴스와 지면뉴스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고, 평기자와 부장 그리고 에디터가 경계없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한 덩어리로 통합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경향신문의 새 뉴스룸에는 칸막이가 없습니다. 부서간에도, 에디터와 부장 간에도, 부장과 평기자 간에도 파티션이 없습니다. 같은 공간인데 예전에는 왜 그렇게 좁다고 느껴졌을까요. 칸막이가 없어지면서 답답함이 사라지고 탁 트인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 편집국 한쪽에 '섬'처럼 따로 있던 온라인 부서는 편집국 한복판에 자리잡았습니다.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산업부 등 그때그때 긴밀하게 얘기를 주고 받아야 할 부서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죠. 

편집국장-에디터-부장-평기자들은 한 직선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매일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관련 부서 내에서 수시로 스탠딩 회의를 하기가 원활해졌습니다. 곳곳에 삼삼오오 앉아 얘기하기 좋도록 작은 원탁이 놓여져 있습니다. 

오른쪽, 왼쪽 몇발자국만 가면 다른 부서들이 있으니 부서 간에도 대화가 늘었죠. 부서 간에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 일이 겹치거나 중요한 뉴스가 누락되는 일이 줄지 않을까요? 

하얀 공간에 노랑·연두·주황·빨강같은 발랄하고 따뜻한 색으로 포인트를 줘서 기분전환이 되도록 해봤어요. 괜찮은가요? 


편집국 곳곳에는 디지털 월(Digatal wall)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향닷컴과 여러 자사매체의 사이트가 TV화면에 보여지고 기사의 실시간 온라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지면에 나오는 기사는 취재원이나 독자의 e메일, 전화가 아니면 반응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데 온라인은 내가 쓴 기사에 독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카페테리아도 생겼는데요.

 

일할 땐 열심히, 때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재충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간구조 개편은 업무 효율성 뿐만 아니라 사원복지까지 배려했습니다.

11월8일 드디어 내부 공간개편이 끝나 편집국 식구들이 모두 이사왔습니다. 새 집에서 액땜을 위한 조촐한 고사를 치렀습니다. 

축문은 이대근 편집국장이 낭독했습니다. 노래를 하는 건지 주문을 외는 건지 모를 리듬과 운율에 경향신문 구성원들의 바람을 담았는데요. 이 국장의 축문 중 잡귀신 퇴치 대목이 압권이었습니다.

“유~세차~ (중략) 앞으로 특종은 밥먹듯 하고 공정·균형·시시비비·정론직필 목숨 걸고 하겠나이다. 그러하니 천지신명이시여 정동언덕의 터줏대감이시여 바라옵건대 부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언론으로 우뚝 서도록 큰 복을 내려주시길 엎드려 빌고 또 비나이다. 

또 바라옵건대 선배와 후배들이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고 협동하는 것은 물론이요 편집국 구성원 모두가 항상 즐겁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경향하면 소홀한 것 하나 없고 결점없는 완전 무결점 언론으로 거듭나려 하니 낙종·제작사고·오탈자·자간공백, 이런 잡귀신들을 다 잡아가시기를 엎드려 비나이다. 오늘 편집국 구성원들이 이렇게 다시 돌아와 귀한 술과 산해진미를 정성껏 마련하여 정동언덕의 길흉화복을 좌우하시는 터줏대감님께 바치오니 저희를 어여삐 어겨 저히 소원을 하나도 빼먹지 말고 들어주시옵소서”

말이 좋아 축문이지 구지가 못지 않은 공포협박가였는데요. 낙종과 오탈자는 졸지에 잡귀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링크로 휘리릭~

편집국장의 염원을 이어 받아 송영승 사장이 앞으로 경향신문이 나아갈 바에 대해서 말했는데요.

 

“경향신문 편집국은 한국 언론의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내에 여러 편집국이 산재해 있습니다만 거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자부심, 책임감에 걸맞는 편집국의 조직문화, 신문제작이 진화발전할 수 있도록 같이 힘쓸 수 있기를 기도해마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을 주도하는 신문이 되도록 저도 터줏대감님에게 빌어봅니다.”

공간의 벽을 없앤다고 당장 마음의 벽까지 사라지는 건 아닐 겁니다. 위아래 좌우할 것 없이 구성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말하고 생각과 생각이 자유롭게 오가는 분위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할 테죠.

하지만 내가 살고 일하는 공간이 바뀌면 어느덧 마음과 태도도 바뀌게 됩니다. 건축에 철학을 담고 변화를 위해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겠죠. 

KHross지기는 경향신문의 통합뉴스룸이 경향신문의 변화의 시작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