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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권리금의 나라’…권리금, 이제 법 테투리 안으로

2009년 1월 철거민 농성자와 경찰 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사건의 발단은 상가 권리금 보상 문제였습니다. 권리금은 개인 간 관행적으로 주고받고 있지만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았기에. 임대 자영업자들로서는 큰 피해를 보기 일쑤였습니다. 

이제 점포 세입자끼리 관행적으로 주고받던 상가권리금이 법으로 규정돼 법적 보호를 받게 됐습니다. 점포 세입자가 권리금을 받는 것을 상가 주인이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이 청구됩니다. 모든 점포 세입자들은 건물주가 중간에 바뀌더라도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받습니다.

정부가 9월 24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권리금’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올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끊임없는 분쟁을 야기해온 권리금을 얼마나,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지 문답으로 풀어봤습니다.



- 법이 정의한 권리금이란.

“보증금과 임대료 또는 사용료 외에 건물주 또는 이전 세입자에게 주는 대가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개정안은 권리금을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 임대인 또는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라고 정의했다.”

- 건물주의 ‘협력의무’는 뭔가.

“건물주는 세입자가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새 세입자를 데려올 때까지 2달간 기다려줘야 한다. 건물주가 새 세입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 건물주는 세입자 고를 수 없나.

“세입자의 권리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입자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건물주가 데려온 세입자가 종전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주면 된다.”

- 건물주가 자신이 장사를 하겠다며 권리금 보상 없이 나가라고 하면 세입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

“건물주가 현 세입자가 새 세입자를 데려와 권리금을 회수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주가 해당 상가를 1년 이상 영리목적으로 쓰지 않으면 책임이 없다.”

- 건물주가 바뀌었을 경우 새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에게 바로 나가라고 할 수 있나.

“그렇게 할 수 없다. 모든 상가의 세입자는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간 계속 장사할 수 있다. 지금은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4억원 이하인 상가에만 이런 권리를 주지만 개정안은 보증금 액수에 관계없이 모든 상가로 대상을 넓혔다.”

- 5년에 기존 임대기간이 포함되나.

“아니다. 건물주가 바뀌어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한 날로부터 5년간 장사를 계속할 수 있다.”

- 재건축·재개발로 건물이 헐리거나 전면 리모델링을 해 세입자가 나가야 한다면 어떻게 되나.

“이 경우 권리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 건물주가 거짓으로 재건축을 한다고 세입자를 내보낸 뒤 새로운 세입자를 데려온다면.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건물주가 정당하게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 경우는.

“세입자가 3번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건물주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상가를 임대한 경우 등에는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

- 손해배상액의 한도는.

“계약이 끝난 시점의 권리금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 감정평가로 권리금 피해액을 정하면 실제보다 적지 않을까.

“감정평가액이 실제 권리금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감정평가 시 실제 권리금, 주변 상가 시세,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공시지가처럼 개별 점포의 권리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나.

“아니다. 국토부의 고시는 사후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감정평가사나 전문기관이 피해액수를 감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준이다.”

-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전국의 17개 시·도에 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된다. 법학 전문가, 경제·부동산 전문가,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9명 안팎의 규모로 꾸려진다.”

- 분쟁 조정은 법적 효력 있나.

“합의의 효력이다. 공증을 받으면 판결에 해당하는 효력을 갖는다. 분쟁 조정이 되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을 내 해결해야 한다.”

- 분쟁이 일어났을 때 권리금을 산정하는 방식과 기준은.

“산정 기준은 국토교통부 고시로 정하고 피해액은 감정평가로 산정한다. 유형적 권리금은 원래 낸 권리금에서 감가상각한 금액을 제하는 방식이고, 무형적 권리금은 수익을 평가한다.”

- 이번 개정안으로 혜택 받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가게를 빌려 영업을 하는 소상인 중 권리금을 주고받는 세입자는 55%에 달한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약 120만명의 세입자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 왜 권리금을 임대인이 직접 보상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나.

“영국, 프랑스 같은 국가는 세입자의 영업가치를 임대인이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한국의 경우 세입자와 세입자 간 주고받는 권리금 시장의 현실을 고려해 임대인에게 ‘협력의무’만 부과했다.”

- 권리금이 법으로 규정되면 세금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권리금은 아직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향후 세금을 매길지는 과세 당국의 방침에 달려 있다.”


- 이 법이 통과되면 상가 임대료가 뛰는 등의 부작용은 없을까.

“건물주로서는 권리금 규모가 투명하게 드러나면 임대료를 올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물주가 5년간 임대료를 함부로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5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미리 올리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는 대폭적인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권리금 대책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시민단체나 전문가 측에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법제화 환영…계약 보장 5년은 짧은 감, 권리금도 실거래가등록제로 보완 필요”




그동안 ‘권리금’이 어떤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양산했는지 경향신문 탐사보도 <권리금의 나라>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권리금이 뭐길래… 홍대 주차장길 2~4평 점포도 최소 1억



권리금 인상 불똥은 주변 가게의 임차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신씨는 “올해 보증금만 200만원, 월세는 20만원을 올려줬다. 2년마다 재계약을 했는데 앞으로는 1년 단위로 한다고 하더라. 그럼 1년 후에 또 이렇게 올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주차장길의 권리금이 비싸지니까 우리처럼 안쪽에 있는 조그만 가게들도 피해를 본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매일 부동산에서 ‘가게 내놓으라’는 전화가 4통 이상씩 온다. 나는 권리금 5억원만 주면 나가겠다고 했다”며 “요새는 부동산에서 건물주들한테 임대료는 얼마를 받으라고 알려준다고 하더라. 하여간 세가 잘 나가니까 건물주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권리금만 없애면 모든 게 해결될까. 공인중개사 송씨는 “권리금은 양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을 ‘내가 잘하면 벌 수 있는 돈’이나 ‘맡겨놓은 돈’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장사가 안돼도 권리금을 받고 나가기 위해 건물주가 무리하게 임대료를 올려도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권리금은 한정된 점포에 수요가 많을 때 생기는 것이라 권리금이 없다는 것은 곧 상권이 죽은 것을 뜻한다”며 “그렇다고권리금을 없애면 풍선효과처럼 임차료가 높아지고 또 상가 세입자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원생’ 1명에 400만원, 포차는 600만원… 권리금 ‘폭탄 돌리기’

2년차 회사원 ㄱ씨(27)는 회사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생활하기가 빠듯했다. 그래서 “새벽에 우유 배달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유 배달이 회사를 다니며 새벽에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벽잠만 조금 줄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우유 배달일을 알아보던 ㄱ씨는 고민에 빠졌다. 현재 우유 배달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배달 구역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권리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권리금을 내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권리금이 없는 곳에서 일하면 수익이 떨어질 것이 우려돼 망설여지고, 권리금이 있는 곳을 가자니 얼마를 줘야 할지 몰라 고민된다”고 말했다.

■ 우유 배달은 월 수입의 100~200% 요구 

우유 배달 권리금은 배달지역의 수익성에 따라 결정된다. 배달해야 할 곳이 많고 배달거리가 짧아 수익성 높은 아파트 지역이 주택지역보다 일반적으로 권리금이 많다. 대구에서 우유 배달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배달사원이 바뀔 때 거래되는 권리금은 월 수입의 100~200%”라며 “권리금은 이전 배달사원이 영업을 열심히 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했거나 좋은 배달지역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우유 배달 권리금이 없는 곳도 있다. 서울지역에서 우유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배달을 끊고 마트에서 직접 우유를 사다먹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고객이 줄면 배달물량도 줄고, 그 여파로 권리금 없이 배달망을 넘기는 배달사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길게 늘어서 있는 서울 남대문시장 노점들이 고객들로 북적댔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권리금 비싸 대리점 못내기도

유통 대리점의 권리금은 본사 방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8년간 ㄴ식품업체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정모씨(41)는 2010년 회사를 그만두면서 다니던 회사의 대리점을 내려고 했다. 업무도 익숙했고 수익성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대리점의 권리금이 부담이었다. 

ㄴ식품업체는 업계 1위였다. 대리점 업주들 사이에서 본사의 대리점 관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정씨는 고민 끝에 ㄷ유가공업체의 대리점을 냈다. 정씨는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억압적이었던 ㄷ유가공업체의 권리금은 ㄴ식품업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리점 권리금은 업종, 거래처 수뿐 아니라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대리점 권리금은 월 매출의 100~200%로 결정되는데, ㄴ식품업체 대리점 권리금은 300%쯤 된다”고 말했다. 

■ 노점상 자리 매매, 실상은 권리금

노점상들의 ‘자리’ 매매는 금지돼 있다. 노점상들이 땅 소유주가 아니고, 임대할 건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결과 노점 자리를 권리금 받고 파는 사례는 여전히 많았다. 

노점 창업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나 포털 카페에 접속했더니 ‘○○○역 노점자리 매매나 월세 드립니다’라는 글에 남긴 판매자들의 연락처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경향신문이 지난 20일 웹사이트에 번호를 남긴 노점상에게 매매문의를 하자 노점상은 권리금으로 700만원을 요구했다. 3년째 역 앞에서 신발을 팔아왔다는 노점상은 “하루 매출이 20만~30만원 정도 된다”며 “전기요금 5만원과 협회에 관리비 3만원만 내면 다른 돈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천지역에서 포장마차 자리를 판매하는 노점상은 자리를 파는 대가로 권리금 1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일단 한번 와서 자리를 보고 판단하라”고 말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관계자는 “포장마차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500만~600만원 이상은 들어간다”며 “여기에 알파를 더 받으려는 의지로 권리금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회 차원에서 권리금 거래가 이뤄지면 징계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어린이집 매매로 수익 챙기려는 중개인들 많아 

‘정원 40명 이하,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55만원, 권리금 1억5000만원(협의 가능).’ 한 어린이집 매매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정보다. 매물 정보 아래에 담당 상담사의 사진과 이름, 연락처가 있다. 경향신문은 20일 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매문의를 하자, 상담사는 권리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해당 어린이집의 원생은 32명이다. 한 명당 권리금으로 400만원이 계산된다. 어린이집을 인수한 뒤 기대할 수 있는 한 달 순이익은 50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부천은 서울 못지않게 비싼 편이라 400만원 정도고, 싼 곳은 300만원도 있다고 했다. “권리금이 부담된다. 더 싼 곳을 알려달라”고 물었다. 상담사는 “솔직히 (권리금 싼 곳에) 들어가봤자 좋은 것 하나도 없다. 원아 모집하기 힘들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권리금 1000만원부터 3억원이 넘는 곳까지 다양했다. 김호연 서울 어린이집 비리 고발 및 상담센터장은 “공공분야인 보육 영역까지 권리금이 퍼지고, 사업을 목표로 하는 원장과 어린이집 매매로 수익을 챙기려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 교인 숫자를 돈으로 환산해 파는 거나 다름없어

교회문제상담소 정운형 목사는 “일부 교회에서의 권리금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들 교회가 매매될 때 인테리어 등 시설비 외에도 교인 한 명당 돈으로 환산해 권리금이 거래된다고 했다. 그는 “100명에 1억원 정도의 권리금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인 숫자를 돈으로 계산해 파는 행동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 교회 매매 사이트는 교회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안내하고 있다. 해당 대출업체는 청장년 신도 1인당 연간 헌금 및 십일조 명목의 수입을 120만~150만원으로 산정한다. 교회의 평균적인 월 수입을 추측할 수 있다. 

정 목사는 교회 권리금이 퇴직 원로 목사에게 지나친 예우를 해주며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는 “일부 교회에서는 원로목사가 되면 퇴직금과 은퇴공로금 그리고 집까지 사준다”며 “퇴직 이후에도 급여의 50~80%를 원로목사에게 지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돈이 교회에 무리를 주게 됐고, 후임 목사에게 일종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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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권리금'으로 고통받았던 상가 세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사설]첫발 뗀 권리금 보호 규정 더 세심하게 다듬어야

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사인 간의 계약으로 치부돼온 상가 권리금을 법에 명문화하고 보호장치를 마련한 게 주 골자다. 권리금은 세입자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얻은 유무형의 자산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건물주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권리금 구제 방안이 처음 법제화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향후 국회의 법 개정 과정에 일부 미비점을 보완한 뒤 영세 사업자들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분쟁이 잦은 대표적인 사례가 권리금이다. 권리금은 상가 임대차 과정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입자의 권리다. 전체 규모가 30조원을 웃돌 정도로 액수도 크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끝난 뒤 권리금을 제대로 돌려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목이 좋은 상권은 건물주가 계약 도중에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면 세입자는 재계약은커녕 권리금 한푼 챙기지 못한 채 쫓겨나기 일쑤다. 건물주가 별도의 권리금을 요구해도 거부할 방법이 없다.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 영세업자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게 정부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은 사각지대에 방치돼온 권리금을 법제화한 뒤 구제 방안을 마련했다. 신규 계약 때 건물주는 기존 세입자가 주선한 임차인과 우선 계약을 맺도록 의무화했다. 세입자가 권리금을 떼이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또 건물주가 새 계약자에게 권리금이나 과도한 보증금·임대료를 요구하면서 기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막을 경우 소송을 통해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4억원 이상 보증금을 낸 영세 사업자만 5년 계약기간이 보장됐지만 앞으로는 모든 임대사업자가 이 혜택을 받게 된다.

권리금 보호를 위한 첫걸음은 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당장 기득권을 누려온 건물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 권리금을 떼이는 철거민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빠진 것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비근한 예로 용산참사의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권리금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닌가. 더구나 세입자들에게 소송을 통해 건물주에게 손실을 배상받도록 한 것도 실효성은 물론 소송 남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걱정이다. 향후 법 개정 과정에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칫 권리금마저 신규 세원 확보 수단으로 사용하려 든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