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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hyang

[TV 읽어주는 향이] "'왔다! 장보리' 승자는 이미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도혜옥(황영희)"

[TV 읽어주는 향이]

"'왔다! 장보리' 승자는 이미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도혜옥(황영희)"


우리는 어떤 TV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경향신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지기 ‘향이’가 인터넷 빅데이터를 토대로 측정한 ‘관심도’ 기준으로 어떤 TV프로그램들이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지난 한 주(9월8일~9월14일)동안 인터넷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TV프로그램은 '아이언맨'이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아이언맨'에 대해 "아픔투성이인 마음 때문에 몸에 칼이 돋는 한 남자와 그런 그를 진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오지랖 넓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몸에서 칼이 돋는 설정이 재미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관심도 1위에 올랐다가, '급낙하'하는 것을 봐 왔기 때문에 '아이언맨'이 다음주와 그 다음주에도 상위권에 머무를 경우 분석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주 인터넷 관심도 2,3위는 '왔다! 장보리'와 '괜찮아, 사랑이야' 인데요 '왔다!장보리'는 닐슨코리아 집계 시청률로는 1위입니다.

'왔다! 장보리'가 인터넷관심도와 시청률 양 측면에서 모두 '고공행진'인 이유는 간단한 듯 싶습니다. '악녀 '연민정'의 말로'를 보고싶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왔다! 장보리'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면서, 혹은 영상을 다운로드 받으면서좀 찜찜합니다. 한복을 짓는 이들이 등산복 디자인 경연을 벌인다든가(다분히 PPL 영향으로 보입니다), 연민정(이유리 분)의 악행이 비상식적으로, 너무도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막장'이라 불릴 만한 드라마이기 때문이죠.

등장인물 역시 매우 평면적입니다. 장보리(오연서 분)는 처음부터 끝까지 착하고, 연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합니다. 장보리의 친모 인화(김혜옥 분)역시 계속 비열한 모습을 보이고, 장보리의 큰 엄마 옥수(양미경 분)역시 인자하기 그지 없으며, 비술채의 최고어른인 수미(김용림 분)역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속은 따뜻한 그런 분이죠. 이런 식으로 각각의 캐릭터가 쉽게 한줄로 간단히 정리됩니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에서 단 한명, 그나마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연민정의 친모이자 장보리를 기른 도혜옥(어울리지 않는 도시풍 이름이네요, 황영희 분)역입니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친딸 연민정을 위해, 손녀 비단이를 위해, 혹은 보리를 잃지 않기 위해 억지를 쓰며 애먼 사람 잡는 모습에 미치도록 화가 나지만, 결국은 친딸에겐 버림받고 홀로 남겨져 보리와 비단이를 그리워하는 모습 보면 참 짠하죠. '세련'과는 거리 멀고, 우스운 모습도 불사해가며 악착같이 사는 것 보면 또 웃음도 나옵니다. 

시청자 열받게도 했다가, 웃게도 했다가 하는 인물입니다. 존재감이 강렬하죠. 그래서 "'왔다!장보리'가 어떻게 전개되든 이미 승자(?)는 나왔다, 바로 도혜옥(황영희씨)"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인터넷관심도 3위를 차지한 TV프로그램은 ‘괜찮아, 사랑이야’ 인데요, 시청률 역시 자체적으로 최고를 기록하며 종영했습니다. 닐슨코리아 집계 시청률로는 14위네요. 3위(인터넷 관심도)와 14위(시청률)면 큰 격차인데요, 그만큼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층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뜻이겠지요.

장재열(조인성 분)이 결국은 한강우가 자신의 '내면아이'임을 깨닫는 과정은 참 아팠습니다. 그는 피로 범벅된 한강우의 맨발을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을 보고 결국은 정신과 전문의인 연인 지해수(공효진)이 말-한강우는 가짜-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저는 사실 장재열이 한강우를 어떻게 떠나보낼지가 궁금했는데요, 놀라웠던 것은 "만약 내가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죄책감에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것이다. 너를 위로하며 나를 위로했다"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재열은 "난 그때 어렸고, 그 일은 지나갔고, 지금 난 참 괜찮은 어른이 됐다"고 말하지요.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 한강우에게, 저였다면 미치도록 화가 났을 거 같아요. 그렇지만 화를 냈다면 사실 한강우가 장재열 자신임을 인정하지 못했거나 혹은 장재열이 자기자신을 제대로 지켜보기 힘든 상태라고 봐야겠죠. 한강우가 자기자신임을 진심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또 자신을 똑바로 응시할 힘이 생겼기에, '위로'와 '고마움'의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현병(정신분열)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마음 속엔 각자의 상처를 파고드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끌려다니거나 혹은 그 아이에게 무조건 화를 내고 다그치지 않고,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너그럽게 다독이는 일,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용감한' 일입니다. 

그런 용기, 어떻게 해야 낼 수 있을까요. 장재열은 지해수로부터 진심으로 이해받고 사랑받았으며 조동민(성동일 분), 박수광(이광수 분)의 따뜻한 응원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상처를 딛고 성숙해질 수 있도록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 사실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새삼 가족과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가끔은 '괜사'에 보면 말이야 이런 저런 대목이 나와, 라고 운을 때며 '나 '괜찮아 사랑이야' 보는 여자아'라고 티를 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괜찮아 사랑이야'의 시청률이 14위인 반면, 인터넷 관심도는 3위인 이유겠죠.



인터넷관심도 5위권에 있는 나머지 TV프로그램은 '미친(美親)유럽-예뻐질지도(JTBC)'와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인데요, 전자는 '연예인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으로 보이고요, 후자는 설정 때문에 이목이 집중된 것 같네요.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각자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려는 연예인들이 등장하고요, 띠동갑 정도(혹은 그 이상)의 나이가 나는 어린 과외선생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합니다. 김성령은 성시경에게서 영어를, 이재용은 손예음에게서 기타를, 송재호는 약 60살차의 진지희에게서 SNS를, 김희철은 지헤라에게서 중국어 등을 배웁니다. '배움은 본래 즐거운 것'이라는 점을 일깨우며 '세대간 교감'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정규편성이 될 지 궁금하네요.

이상 '향이'의 '내맘대로 TV 읽기' 였고요, 인터넷 관심도 상위 10위까지의 TV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습니다.

향이가 분석해드리는‘TV 인터넷 관심도’란 현재 방영 중인 국내 142개 채널, 860여개 프로그램 중 누리꾼들의 인터넷 검색, 방송사 홈페이지 방문, 미리보기 및 다시보기 이용정보 등을 통해 형성된 빅데이터를 지표(인터넷 활동량 5만명 기준)로 정리한 것입니다. TV인터넷 관심도를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 여기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