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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답한다

[전문]기자가 답한다(7) 유인경 선임기자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벌써 일곱번째를 맞은 경향신문의 SNS 독자데이트, '기자가 답한다'. 

6월 12일 오후 네 시부터 페북에서 진행된 한 시간동안의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데이트에 나온 분은 

경향신문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기자인 유인경 선임기자이십니다. 

워낙 일정이 바쁜 선배이신지라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지만 흔쾌하게 응하셨어요. ^^ 

'아무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은 고민고민 상담소'(설립 예정???) 의 일일 소장으로 변신하셨습니다. 

"내가 독수리 타법이라서 느릴지도 몰라" "페북은 어떻게 하는 건가" "아하, 이렇게 답글을 달면..." 으로 시작된 데이트는 "어머나, 이렇게 독자들과 만나니 굉장히 재밌네!"라는 느낌표 달린 감탄문으로 마무리됐답니다. 

이날 데이트에서 오고간 독자들의 진지한 고민,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해주는 짧고도 명쾌한 해법!

그 전문을 소개합니다. 


=취업고민=

Q. 신현태: “고민이 많은 취업준비 생입니다. 지원과 면접을 반복하며 지내고 있지만 아직도 제가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은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일단 어떻게든 즐기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더 다양한 분야의 회사에 지원 중이긴 합니다. 과연 어떤게 답일까요...?”

A: 즐기며 사는게 인생관이라면, 일단 아무 회사에나 취업을 시켜주는 곳에 들어가셔요. 현장에서 직장 생활의 근육과 내공을 기르고 월급을 모아서 본인이 즐겁고 행복한 일에 투자하셔요. 이제 2030 세대들은 7가지 직업을 체험하며 사는 시대이니 자신의 실력과 콘텐츠를 키우시기 바랍니다.


=연애고민=

Q. 성원호: "안녕하세요. 전 서른 둘의 회사원입니다. 사실 요즘엔 연애보다 말통하는 남녀 친구들과 술 마시고 대화하는 게 더 좋아요. 주변에선 너 그러다 큰일 나 하는데, 요즘 들어 누굴 챙기거나 할 자신이 없거든요. 저 문제인건가요 레알=_=?"

A: 요즘 신세대들이 원호님 같아요.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관계보다 편한 관계를 찾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밀당같은 것 하지 말고 올인하세요. 요즘 남자들의 수컷 기질과 야성이 사라지고 언니같아져서 여성들도 슬프답니다. 한 사람을 챙기는 것이 100명의 말벗보다 낫다니까요. 레알!


=시간관리=

Q:강윤중: 안녕하세요! 팬입니다! 글도 많이 쓰시고 방송도 하시면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으신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 시간 관리 어떻게 하시는지요?

A:사실이 아닙니다. 매일 한권은 못읽습니다. 그저 1주일에 3권 정도여요. ㅎㅎㅎ 전 운전을 못해 택시나 지하철을 타는데 그때 책을 읽어요. 다행히 시력이 아주 좋고 노안도 오지 않아서요. 시간 관리는 따로 하는게 아니라 정해진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면 됩니다. 책은 밥 같아서 꼭 많이 읽을 필요는 없죠. 혼자 생각하며 키우는 상상력도 중요하니까요.


=진로고민=

Q:오경혜: 우와! 안녕하세요! 시간 내주셔서 너무나 신나고, 감사드려요! 

기자님 블로그를 통해 저도 수다꽃피우는 걸 함께 보고, 감동받고 동참하고 있었답니다~

기자님 블로그를 보다보면, 절 더 사랑하게 되서 웃게 되고 맛있는 것을 맘껏 즐기기도 해요 ^____^

저는 꿈을 찾고 있는 스물다섯 청년이에요 꿈이 많아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하며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진로고민 햇수는 늘어가고 있어요! 정신을 잃고 헤롱헤롱거릴 때.. 떠올릴만한 맵고 맛있는 (!) 응원한마디 부탁드려유 ?_? 

A: 꿈이 많다니 부럽습니다. 꿈이 없어서 고민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데 그 꿈들 가운데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남들에게도 인정받고 앞으로도 계속 가슴이 뛸 일이 뭘지를 찾아보세요. 현실적으로 돈이 되는 일도 중요하지요. 그래서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꿈에 전력을 다하세요. 그리고 나이들어서 못다한 꿈을 펼칠 시기가 올겁니다. 50세에 산티아고로 떠나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씨도 있쟎아요. 후회할걸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너무 많은 시간을 후회와 걱정만 하느라 정작 할 일을 못하거든요. 뭐든 저지르세요!!!


=진로고민 2=

Q:오예린:  안녕하세요 기자님^^ 얼마 전 기자님의 블로그에서 ‘꽃을 본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인생에 개나리의 시간, 장미의 시간, 해바라기의 시간이 있다는 기자님의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저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꽃 같은 나이라고 불리는 20대입니다. 그러나 저도 그렇고 제 주변도 그렇고 남들은 꽃 같은 나이라고 하지만 정작 20대 본인들은 그런걸 잘 모르고 지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인생에서 앞으로 다양한 꽃을 더 화사하게 피우려면 지금 저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둘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걸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자니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미래의 또 다른 꽃을 피울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듭니다. 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자니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없는 일들이라 후회할 것 같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이 두 가지 사이에서의 고민은 지금 아마 제 또래들이 많이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20대를 겪어 보신 기자님의 조언 듣고 싶습니다. ^^

A:모든 꽃들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는 의미에서 그런 글을 썼지요. 제 딸도 20대 인데 고민이 많더군요. 아무도 자기 적성에도 맞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인정까지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 생각엔 30세까지는 해야만 하는 일에 충실하시고 그 이후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세요. 분명 가슴이 마구 뛰는 일이 나타날 겁니다. 멋진 꿈과 화사한 꽃을 꼭 피우시길..


=기자가 되고 싶어요=

Q:장규진: 저는 유기자님과 같은 길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기자지망생입니다. 일단 날씨가 덥고, 습한데도 불구하고 이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제 고민은 기자 준비를 하면서 진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입니다. 유기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기자가 되기 위한 팁이 있다면 이 후배에게 조금만 알려주세요^^ 날씨 더운데 건강 관리 잘 하세요!

A:저널리즘보다 기자란 업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보다 바른 정보를 전해 세상이 어제보다 조금은 발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선 마감과 취재원과, 심지어 이념갈등까지 심각한 수준이고 객관적 사실을 파헤치다 정작 사생활은 잘 못돌보죠/ 기자는 글을 잘쓰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좋아하는 성격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기자 시험이 성격과 인품이 아니라 토익성적과 상식문제가 우선이라서.. 일단 어느 매체건 언론인이 된 후에 더 큰 도약을 하시기 바랍니다.


=자녀고민=

-Q: 다양한 매체에서 기자님 보면서 마음으로만 팬이었는데, 이런 기회도 오네요. 중1딸과 최악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어요. 저도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는데, 막상 제가 닥치고보니 이론과 실제, 아는것과 실천은 완전 다른 거 있죠?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않은채 놀고 빈둥거리기를 한달째, 학교도 의무적으로 몸만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그림그리겠다던 꿈도 이제는 열등의식만 가득해서 갸우뚱하구요~~어쩌면 좋을까요?

-A:요즘 대한밍국의 중2 때문에 북한이 남침을 못한다고 할만큼 중학샹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무렵엔 엄마의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답니다. 그저 잔소리로 여겨진다고 해요. 일단은 따님에게 엄마는 무조건 너를 믿느다, 넌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될거다라고 믿음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주변에 따님과 마음이 통하는 친지나 어른이 있으면 그 사람의 입으로 빨리 사춘기에서 탈출하도록 조언을 주는게 좋아요. 아니면 엄마가 같이 영화도 보고 아이돌 그룹 공연도 가주고요. 이제 100세 시대인데 사실 중학교 1년은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자식은 믿는만큼 크는 것 같습니다. 속이 문드러지시겠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화이팅11


=판로고민=

-Q:전병식 안녕하세요~ 저는 예쁜 종이접기용 디자인색종이를 만드는 조그만 기업입니다만? 판로개척에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아.. 저고 그 문야엔 문외한입니다만. 종이접기가 절대 사양사업이 아니란 건압니다. 저라면 엄마들이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에 게시판에 관련 자료를 홍보하시거나, 블로그를 아날로그 스타일로 귀엽게 만드셔서 일반인들이 들어오게 하면 어떨까요. 혹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종이접기 콘테스트를 개최하셔서 상품은 종이접기 선물세트로 주시는 등등...


=화를 다스리는 법=

-Q:Hye-In Lee: 유인경 기자님 안녕하세요~ 팬입니다~^^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매일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쉽지 않은데요, 매일매일 화를 발산하기보다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좋은 셀프 힐링법 좀 추천해주세요~^^

-A: 화는 참지 말고 내셔야 암이나 심근경색도 안걸립니다. 제 의견이 아니라 혜민 스님의 조언에 따르면 화나는 순간 자신의 감정이 격해지면 그 순간으로부터 자신을 2분 정도만 격리시키라는 겁니다. 2분간 자리를 떠나 물을 마시거나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고 자기가 화낸 일이 별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우리가 내는 화의 내용이 참 사소한 일이쟎아요. 2분만 떠나있기를 추천드립니다.

 남이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게 아니라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면. 남의 시선에 연연하기 보다 나만의 즐거움을 찾으셔요. 전 요즘 아빠 어디가의 후와 준수에 푹 빠져 있답니다/ 손주 볼 나이라 그런가봐요. 흑흑


=직장에서 다퉜을 때=

-Q:최민영: 유인경 기자님 반갑습니다 ^^ 직장생활 하다보면 얼굴 붉히고 다투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럴 때에는 어떻게 푸는 게 가장 좋을까요. 보통 술들을 많이 드시는데... 유기자님만이 가진 비법을 알려주세요. ^^

-A:아, 직장생활하면 당연히 갈등과 고통이 따르지요. 가족과도 의견 충돌하는데 남들과는 더더욱.. 전 술 담배 등 음주가무와 거리가 멀어 그런식으로 스트레스는 안풀고 일기장에 적거나 혼자 목욕하며 그 사람에게 욕을 하는 등으로 풉니다, 가끔 헝겊 인형을 그 인간으로 생각하고 때라기도 합니다만.. 다 젊은 시절 이야기구요. 이젠 다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


=대학 다녀야 되나요?=

-Q:Jinju Park 기자님 지금은 시험기간입니다. 열심히 해서 대학에 오고 자그마치 3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도 대학에 대해서 회의가 듭니다. 하지만, 때려치울 그렇다 할 용기도 없고, 이미 많이 온 것 같기도 하구요.. 기자님은 기자님이 생각하실 때 이건 옳지 않은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는 일들을 어쩔 수 없이 하셨던 적이 있나요? 그리고 그건 올바른 선택이셨나요?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결정해야 할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 하시나요??????저도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A:만족한 대학 시절을 보낸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대학의 시스템이며 수업과정이란!!! 그런데 그런 거지같은 과정도 감당하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되더군요. 다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의 예를 들며 대학 중퇴자가 성공한다지만 그건 하바드 등 명문대학이었고 이미 실력을 쌓은 후였어요. 전 결혼을 할때 진짜 사랑해서가 아니라 노처녀 소리듣기 싫어 했는데 후회가 되지만 그래도 얻은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보다 내 가슴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가장 정답인 것 같아요. 잔머리 굴리기 보다 내 마음이 가는데로 하는 것이 가장 덜 후 회가 되더군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실패나 실수도 개같은 시절도 다 메세지가 있답니다.


=스펙 걱정=

-Q: 김혜선 안녕하세요! 얼마 전 지도교수님과 상담하다가 제 스펙에 많이 좌절했어요. 좋은 대학도 특별한 재능도 없이 20대 초반을 보낸 것 같아 제가 부끄럽습니다. 부끄럽지만 기자가 꿈인데, 주변에서는 학벌이 낮아 힘들거라 하더군요. 정말 기자님들은 수도권 대학 분들이 많나요?

-A: 소위 중앙일간지는 SKY 출신이 많은게 사실여요. 하지만 요즘 미디어 환경이 조중동 KBS MBC 중심이 아니쟎아요. 인터넷매체도 있고 지방지도 있고 잡지에서 시작해 신문이나 방송사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경력기자들은 학벌보다 전에 쓴 기사를 보거든요. 방법은 세칭 대학원에 가서 학벌세탁을 하시거나, 어떤 매체건 일단 취직해 기자가 된 후에 실력을 발휘해서 중앙지로 옮기는 겁니다. 인생은 길고 기자 외에도 직업은 많으며 허핑턴 포스트 등 블로그로 세상을 움직이는 언론도 있어요. 스펙을 능가하는 실력을 보이시면 되죠. 잡지 기자가 되고싶으면 기사를 써서 편집장에게 보여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간절히 기자가 되고 싶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무리! 

 "와우, 1시간이 정말 빨리 가네요. 대책없는 답변이라 부끄럽지만 결국 모든 결론은 본인들이 내는 거니까요. 유인경의 고민은 고민이다.... 다음에 또 만나요. 경향신문을 더더욱 사랑해주시기 바라며 저는 사라집니다. 뿅!!"



그럼 '기자가 답한다', 우리 또 다음 시간에 더 알찬 내용으로 만나요! +_+ 빠이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