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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세상 엿보기

지하철퀵 할아버지는 제주도에 갔을까?

2주전 페이스북에서 '퀵서비스 할아버지 제주도 여행 보내드리기' 글이 큰 화제였습니다. 

지하철 택배 서비스를 하는 회사 '달인지하철퀵'이 페이스북 페이지 페북 친구들이 '좋아요' 1만번을 누르면 직원으로 일하는 할아버지가 제주도로 부부동반여행을 떠나도록 해드리겠다는 내용이었죠. 

지난 12일 '달인지하철퀵'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

하루 뒤 페이스북에 올라온 할아버지의 웃음은 더 활짝~~~



이글은 단 하루만에 30만을 훌쩍 넘기고 2주 가까이 된 지금은 '좋아요'가 무려 67만이 넘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죠. 

'좋아요'버튼 한번만 누르면 어르신의 부부동반 여행을 보내드리는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 

사회의 약자인 노인이 주인공이었다는 점, 

노부부의 칠순 부부동반 여행이라는 감성을 건드리는 콘텐츠까지... 

소셜미디어에서 흥행될 만한 요소들이 (의도치 않았겠지만) 맞물리면서 이런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할아버지의 저 온화한 미소를 보고 누가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 수 있겠어요.ㅋ)


그런데....


할아버지는 제주도에 잘 다녀오셨을까요?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달인지하철퀵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그러다...깜짝 놀랐습니다. 울컥했습니다. 먹먹했습니다. 

할아버지는 24일 제주도로 여행을 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와 다정히 손 붙잡고 가신 게 아니었어요. 

할아버지의 '짝', 할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더군요. 15년 암투병 끝에 칠순을 한해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40년 결혼기간 동안 할머니와 제주도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것이 그렇게 마음에 한이 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의 영정을 품에 안고 제주도 비행기를 타셨습니다.  

배창희 할아버지가 지난 20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당신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직접 읽은 사연글입니다. 

저는 지하철 물건을 배달하는 68세 퀵서비스맨입니다. 얼마 전 일을 마치고 회사 사무실에 들렀는데 어쩌다 내가 아직 제주도를 못 가봤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그러자 우리 사장이 눈이 번쩍이더니 제안을 하나 하더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는 SNS에 제 사연을 올리자는 겁니다. 사장은 커다란 종이에 이렇게 쓰고 저보고 잠깐 들고 서 있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하철 택배원입니다. 회사에서 좋아요 1만번 넘으면 제 아내랑 제주도 여행보내준대요. 젊은이 여러분, 도와주세요~'

사람들이 SNS에 올라온 이 사진을 보고 '좋아요'라는 버튼을 1만번 누르면 진짜 제주도에 보내주다는 얘기였습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저도 우리 사장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반 장난으로 사진을 찍고 2주 정도 지났을까요. 그날도 지하철로 배달가고 있는데 사장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르신, 큰일 났어요! 제가 어제 밤에 갑자기 그 사진이 생각나서 SNS에 올려놓고 잤는데 지금 보니까 '좋아요'가 30만이 올라왔어요."

"예끼, 이 사람아. 지금 장난해? 30만이 지금 애 이름이야? " 

이러고 전화를 끊었는데 조금 있으니 아들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 인터넷에 이게 뭐예요?"

"그거 뭔지 잘 모르지만 사장이 올렸다고 하더라."

"지금 난리났어요. 방문자가 200만 넘고 '좋아요'가 42만이에요." 

그제서야 실감이 나면서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 후로도 방문자수는 쭉쭉 늘어나서 저는 SNS계의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저는 얼떨떨한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 사장은 몰랐지만 사실 제 아내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내와 저는 오랜 결혼기간 동안 그 흔한 제주도 여행 못가봤습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신혼여행도 미루다가 결국 못갔죠. 

그러다 아내가 암에 걸렸습니다. 유방암 초기였습니다. 치료를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후 다른 쪽에도 유방암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몇년후에 대장암도 발병됐습니다. 암은 곧 폐로 전이됐고 마지막에는 머리까지 번졌습니다. 

저는 대장암을 발견했을 떄부터 모든 일을 놓고 아내 곁에만 있었습니다. 건강할 때 제주도 구경 한번 못 시켜준 게 마음에 한이 되더군요. 

아내환갑에 병상에 누워 있던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꼭 당신 살려낼게. 당신 칠순 때는 제주도로 여행도 다녀오자" 

그렇게 말이죠. 그러나 아내는 칠순을 한 해 남겨두고 아픈 생을 마쳤습니다.

저는 아내 영정사진을 집 현관에서 가장 잘보이는 곳에 두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하러 갈때는 '잘 다녀올게' 퇴근해서는 '나 왔어' 이렇게 아내 영정사진을 보면서 인사를 합니다. 

많은 네티즌들의 힘으로 저는 며칠 후면 제주도 여행을 떠납니다. 아내의 영정사진을 품에 꼭 안고 다녀오려고 합니다. 칠순 때 같이 가자고 약속을 못 지켰지만 아내도 이해해주겠죠. 40년 만에 부부동반 제주도 여행,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퀵서비스 할아버지의 '제주도 인증샷' 근사하게 차려입고 중절모까지 쓰시니 정말 훈남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