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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세상 엿보기

2012년 설날을 앞둔 웹 세상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연휴기간 동안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죠. 하지만 어느 때보나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 별 볼 일 없는 내 처지와 맞닥뜨려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아들·딸들은 ‘부모님 용돈 압박’, 며느리는 ‘시댁 압박’, 주부들은 ‘물가 압박’, 노총각·노처녀들은 ‘결혼 압박’, 백수들은 ‘취직 압박’…. 각종 압박 속에서도 설날을 재미있고, 지혜롭게, 무사히 보내는 방법을 온라인 세상을 통해 엿봤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개그맨 최효종씨(@hyojong)가 지난 12일 트위터로 인증샷을 찍어 올리면서 “개콘 회의 중입니다. 설에 뭐가 제일 애매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사용자들의 답변이 쏟아졌는데요. 그 속에 ‘설날의 모든 것’이 녹아 있네요.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세뱃돈이었습니다.

‘몇 살까지 세뱃돈을 받고 몇 살부터 세뱃돈을 받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거죠. 적정한 세뱃돈 액수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bo****는 “조카들 나이에 따른 용돈 액수가 궁금합니다. 딱! 정해주세요”라고 했고, @ji*****는 “24살인 저와 아기가 세뱃돈을 똑같이 만원 받아요. 나이별 세뱃돈 (액수가) 애매합니다”라고 했네요. 애정남이 어떤 기막힌 기준을 정해줄지 기대됩니다.

한 음료업체는 트위터로 ‘세뱃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를 묻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네요.
어떤 응모자는
“목적을 정확히 브리핑한다”며 “큰아빠에게 ‘이번 세뱃돈을 보태서 태블릿PC를 사야 하는데 얼마가 모자라요’라고 말한다”고 했네요. @Ch*****도 “세뱃돈보다 갖고 싶은 물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제안했네요.
@le*****는 “우리 집 꼬마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라고 시키면 인사받고 애들에게 주시더군요 ㅋㅋ”라고 재치있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세뱃돈을 줘야 하는 나이인데 돈을 주지 않고 덕담으로 흩뿌리는 방법을 없을까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모이고 인사를 다녀야 하다보니 챙겨야 할 ‘의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눈치가 보이는 것이 ‘시가냐, 처가냐’ 하는 문제입니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고민이죠.
“차례 지내고 언제 처가로 가는 게 적당할까요”(@Wo****), “시가에 먼저 가야 할까요, 처가를 먼저 가야 할까요”(da*****) 등의 질문이 ‘애정남’에게 쏟아졌습니다. “가까운 친척집에서 설날을 보낼 때 언제 집에 와야 할까요? 차례 지내고 바로 올 수도 없고, 할 것이라곤 식사 하고 TV 보고 얘기하고…. 집에 오고 싶은데 타이밍을 좀 잡아주세요”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정말 어렵고 미묘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Ho****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요리하느라 고생했으니까 이제 그만 쉬어라, 얼마 안 남았으니 내가 다 할게’라고 하면 정말 쉬어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고, “마누라가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하는데 어머니가 쳐다보고 있을 때…(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고민을 내놓은 사람도 있었네요.“시누이(시동생)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때 어느 정도까지 일을 시켜야 감정을 상하지 않고 들어줄까요”라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설날이면 매년 같은 질문공세를 받아야 하는 노총각, 노처녀들과 백수들의 곤혹스러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Hi*****는 “노처녀, 노총각들은 언제쯤 집에 가야 되나요?”라고, @To*****는 “취업·결혼 질문에 답해야 하나요, 안해야 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co*****는 “설날 친척모임을 미리 했는데 엄마가 ‘올해는 좋~은 소식’이라는 말 대신 대외적으로 ‘난 이제 ○○의 결혼은 포기했지만’이라고 천명하심”이라고 비애를 털어놨습니다.
@li*****는 “다음 주면 설날이다. ‘결혼은 언제 할 거니?’라는 질문에 창의적인 답을 준비할 때다. ‘오늘이라도 생기면 바로 하려구요’”라고 씩씩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설날이 다가오면 이것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물가죠. 설날 상차림의 질이 달린 문제입니다.
@ha*****는 “명절이 다가오면 아줌마들은 걱정의 더듬이가 머리에서 하나씩 생긴다”며 “지난 추석에는 곶감 한 팩을 1만2000원에 샀는데, 지금은 절반 가격이다. 설날 물가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놓아야 할 듯”이라고, @kb*****는 “오늘 제 아내가 설날 시장 보다가 돈이 없어 그냥 왔네요. 작년 생각하고 갔다가 물가가 너무 올라 반도 사기 전에 왔다고 하네요”라고 한숨을 쉽니다. @sm*****는 “명절이 코앞인데 물가가 천정이라 자식 노릇 하려니 돈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합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정부의 설 민생대책에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공급이 달린다고 설날에 과일과 돼지고기 선물하지 말라는 건 배추가 비싸면 양배추로 김치를 해먹으라는 말과 같다. 이런 게 대책이라면 저도 대통령 하겠습니다” “서민들이 사과, 배 빼면 무얼 선물하느냐. 명품이나 시계를 선물하나?” 등 독설이 적지 않습니다. 주간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는 트위터로 “소값 하락을 극복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형 대책을 함께 세워보자”며 “이번 설에는 유통마진을 뺀 직거래 한우를 선물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설 연휴에 내 마음과 걱정을 단속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정초부터 도둑맞는 일도 없어야겠죠.
16일 경찰청 공식블로그에는 설날 도둑 예방법을 ‘우리집 보호법, 우리 가게 보호법, 날치기 예방법’ 3가지로 나눠 친절히 안내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우유나 신문이 쌓여 있으면 “집에 아무도 없어요”라고, 현관에 ‘아기가 자고 있어요’라고 붙여놓으면 “귀금속이 많아요”라고 도둑에게 얘기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방범창과 이중창을 확인하고 현관이나 실내에 등을 켜놓거나 라디오를 타이머로 예약해놓을 것 등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돈 안 드는 예방법으로 창문열림경보기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가까운 지구대나 경찰서로 가서 “우리 집에 창문열림경보기를 설치해달라”고 하면 경찰이 무료로 설치해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