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 세상 엿보기

파란 나라를 보았니♪

옛 노래가 떠 오릅니다. 건전동요 순위 상위권에 충분히 랭크 될 만한 노래였습니다. 혜은이씨가 불렀던 ‘파란 나라’ 입니다. 가사는 이랬습니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희망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난, 찌르찌르의 파란 나라 알아요, 난, 안델센도 알고요…’

이후 가사를 기억하신다면, 1970년대생 인증입니다. ㅎㅎ 





그때 그 노래가 지금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최근 우리가 사는 세상이 ‘파란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기 때문입니다.

배추 파동으로 한바탕 뒤집어졌습니다. “배추가 비싸니 양배추 김치를 먹으라”는 말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어서 그다지 감동 조차 없었습니다. 그나마 “나도 한 때 양배추 김치 먹어봤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 네티즌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춧잎’으로 상징되던 만원짜리 한 장이, 정말 배춧잎과 바꿀 수 있게 됐다는 데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파란 나라’의 파란 배춧잎과 동격이 된 ‘배춧잎’ 만원 짜리 한 장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은 정말 ‘파란 나라’가 될 모양입니다.

한 네티즌은 새로운 만원짜리 지폐라며 아예 배추를 꺼내 놓았습니다. 하지만 저 배추, 한때 만원짜리 한 장 주고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배추값이 비싸 상에 올릴 김치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마음에서일지도 모릅니다. 서울 시내의 한 버스는 만원짜리 지폐 모양의 의자 시트를 깔아 돈방석을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배춧잎을 깔고 앉느니, 고춧가루 버무려서 ‘만원김치’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정부 여당을 상징하는 색깔도 파랑입니다. 

그래서일지 모르겠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사망에 ‘파란 나라’를 꿈꾸는 당과 언론들이 일제히 과도한 추모열기를 부추기고 나섰습니다. 사상가의 사망에, 인간적인 예의를 갖추는 일이야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붉은 옷에서 파란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추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부랴부랴 훈장을 추서해서 국립 현충원에 안장해야 하는 까닭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저 과문한 탓으로 돌리려 합니다.

하긴, 변절은 집권 여당의 최고 덕목 중 하나입니다. 아니 어쩌면 ‘파란 나라’의 최고 덕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권으로 평가되는 경기도지사도 비슷한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도 “나도 한 때 데모 해 봤다”라며 집회 자체를 폄훼하기도 했습니다.


이쯤해서 ‘트친소’ 한번 합니다. ‘파란 나라’를 본격적으로 지향하는 트위터입니다. 이름하여 ‘한나라당’, 트위터 계정은 @hannarardang 입니다. 한나라당 공식 트위터임을 자처하지만 교묘하게 ‘r’ 하나를 더 집어넣었습니다.

트위터 ‘한나라르당’“사회지배층으로서 국민을 선도하고 자본이 곧 민주가 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가진 것들을 지키고 더 가질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합니다. 광범위한 국토개발을 지지하며 대도시 중심의 광역개발을 찬성합니다”고 자기 소개에 적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을은 야구의 계절입니다. ‘한나라르당’은 집권여당답게 국민의 축제 야구에 대해서도 멘션을 잊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있는 날이군요.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만방에 알리는 무노조기업, 뼈 속까지 푸른 삼성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물론 대기업이 학생 개인을 특별관리함으로써, 국가가 개인을 특별관리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쯤이라고 생각하게 해 준 두산도 응원합니다.




점점 파란색 일변도로 변해가는 현실이 짜증난다면 ‘한나라르당’과 소통한번 하심이 어떨까요. 한나라르당은 ‘한나라당은 소통을 원합니다. 맞팔해드립니다’라고 멘션합니다.

그래서 야구 얘기 하나 더. 야구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기발한 재치는 무릎을 치게 합니다.

지난 독일 월드컵 때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문어 ‘파울’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한국 인터넷에 의해 다시 부활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만들어진 ‘뽀샵 파울’은 삼성의 우승을 점찍었네요. 삼성 팬이 만든 것이라 짐작됩니다.






롯데는 또 떨어졌지만, 2차전에서 터진 이대호의 홈런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대호의 홈런에 심하게 감동받은 한 인터넷 쇼핑몰 고객은 클레임 마저 포기했습니다.





 
잘 안 보이시는 분들을 위해 아래쪽 내용을 옮겨보면


"방금 10회초에 이대호가 쓰리런 치는 걸 보니 너무 기뻐서 환불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 정말 너무 사랑합니다. 롯데!!!
사이즈가 작게 왔으면 제가 살을 빼면 되는 것이죠!!!
정말 너무 환상적인 밤입니다. 롯데 사랑합니다!!!"

해당 쇼핑몰은 '롯데닷컴'이었습니다.

이래서 대한민국 대기업(오너)들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는 야구까지 꼴찌했으니 어쩌나.


PS.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경기 동안, 야구 관계자들이 식사를 하는 구내 식당에는 정말로, '양배추 김치'가 올라왔습니다.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니 야구가 아니라 '족구하는' 줄 알았습니다.


디지털뉴스팀 이용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