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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람들

[내맘대로 인터뷰] 경향신문 밴드 'K'를 만나다

1946년 경향신문 창사이래 지금까지 경향엔 없었던 것, 과연 무엇일까요?

정답은 ‘밴드’입니다.

이 당연하고도 당연하지 않은 사실을 자각한 어느 선각자가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내 게시판에 "밴드 같이 하시죠"라는 글을 올리며 이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전해집니다. 글을 보고 의기투합하여 "내가 하겠소"라며 회사건물 지하 맥주집에 모인 인원은 10여명. 술 한 잔씩 기울이며 밴드 역할 분배와 이름 및 선호곡과 공연계획 등이 난상토론으로 이루어지며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는데요, 제대로 한 번 연습해보지도 못한 채 밴드의 씨앗을 뿌린 선각자는 회사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러나 창립자가 회사를 떠났다 하여 밴드가 멈출 수는 없는 일. 남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하고 고난을 넘어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1막 1장에 드디어 경향밴드가 탄생합니다.


▲경향 밴드 탄생을 알린 2011년 3월 28일자 경향노보

하지만 초창기 멤버도 또 많이 바뀌고, 최후의 6명은 보이지 않는 각종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10월 6일 경향신문 65주년 창간기념일에 드디어 그 역사적인 데뷰를 합니다. 데뷰공연 한 달 만에야 겨우 뒷풀이로 모였다는, 65년만에 탄생한 경향밴드의 뒷풀이자리로 들어가 뒷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세상을 향해 24시간 덤비고 있는 기자들과 언론인들이 모여서, 그 중에서도 끼를 최고로 발산하는 ‘밴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인터뷰를 꺼려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제 홍대 클럽에서까지 연주할 기회가 생기려고 하고, 인터뷰까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점점 판이 커지고 있어."

판을 키운 김에 그럼 한 번 제대로 키워볼까요? 우선, 경향밴드의 그들을 만나봅니다.

꽃미남 리더. 기타에 김흥소 제작국 차장, 노조 부위원장입니다.

역시 기타를 맡고있는 강수진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여린 외모와는 달리 파워 넘치는 드럼사운드를 선보인 이지순 교열부 기자

키보드의 마술사. 사회부 정유진 기자


셔터 누르는 순간 단 한 개의 손으로 카메라를 과감히 가려주시네요. 보컬 편집부 임소정 기자. 대학 밴드 출신의 실력파 윤여경 아트디렉터는 이날 뒷풀이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자, 이들이 무대에 서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한 번 볼까요?

데뷰 무대



기타 김흥소


기타 강수진


키보드 정유진, 보컬 임소정


드럼 이지순


-밴드 이름이 ‘K’ 인데요?

  "그거 가칭이야.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밴드명 K로 데뷰했지만, 정식 이름은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이날 술자리에서도 여러가지 안이 나왔는데요, 밴드 결성 공지를 하고 그 뜻을 위해 모여든 첫 술자리에선 정말 많은 밴드명이 나왔다고 합니다. 몇 가지를 한 번 공개해볼까요?

  정동밴드
  옥상출입금지
  상여금
  대회의실은 회의중...

평범한 생각을 넘어 삶의 파고와 연습실 부족 및 소음에 대한 민원이 두루두루 느껴지는 이름들입니다. 김흥소 리더는 "상여금이 제일 좋은 밴드명"이라고 하시는군요.ㅋㅋ

-어떻게 밴드에 오게 된건가요

  임소정 "난 땜빵으로 왔다가 정식 보컬이 되어버렸어"
  강수진 "나도 악기조달이나 해주고 지원이나 조금 하러 왔던건데"
  김흥소 "난 그냥 한 번 와봤던건데"
  김유진 "나도 그냥 땜빵하러 온건데"

이런, 이건 완전히 땜빵밴드네요.ㅋㅋ
하지만 밴드를 해볼 정도라면 뭔가 한가닥은 해봤을텐데요?

  윤여경 "대학 밴드에서 그래도 드럼은 좀 쳤었고..."
  이지순 "직장인 밴드에서는 활동해봤어요. 그런데 백업 드럼 하려고 왔다가..."
  정유진 "난 초등학교때 피아노 쳐본게 다인데..."
  강수진 "난 이것저것... 사실 난 악기협찬이 주업무였는데..."
  임소정 "나도 초등때 피아노. 노래패 활동도 해봤고, 학교밴드는 들어갔다 하루만에..."
  김흥소 "나는 그냥 개털경력인데" (리더가 그런 말씀을?)

임소정 멤버는 대학 신입생 시절 2학기말에 밴드에 들어갔다 이미 인원도 차고 자리도 잡혀 백업5멤버 수준으로 배치돼 밴드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과거도 털어놨습니다.

K밴드가 어느정도 멤버별 자리를 잡아간다 생각했던 여름에 합류한 임소정 멤버가 처음 밴드 연습 상황을 봤을 때를 회상합니다.

  "한 음 정도의 차이가 나는 불협화음 상태에서 연주가 계속되고 있는거야. 이건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다..."

결국 밴드 ‘절대음감’으로 불리우는 임소정 멤버가 코드 조율에 들어갔는데요, 여기에 대해 강수진 멤버는 "미래가 안 보이던 밴드를 드디어 존속시킬 희망을 보았다"라고 회고합니다.

사실 임소정 기자는 소속부서인 편집부 회식에서 노래방에 갔을때 마이크를 잡는 순간 부서원 전체가 노래를 감상하기위해 조용~해질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죠.

  "항간에는 K가 ‘임소정 밴드’라는 말도 돌고 있는데요?"
  "난 절대 인정할 수 없어!!! 난 그냥 땜빵이라구!!!"
 
-밴드를 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요

 강수진 "사람 모으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김흥소 "맞아. 일단 모여야 연습을 하지."

이  뒷풀이 와중에도 급히 업무관련 전화를 받고 "회사로 들어갈게요"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뜨는 정유진 기자입니다. 왜이리 모이기 힘들었는지 조금 이해가 가는데요. 언론계에는 "기자 10명 모으기가 양떼 100마리보다 어렵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렇게 바쁘고, 서로 야근일정과 스케쥴이 달라 비는 시간이 일치하기 어려운 사람들끼리 연습을 하려니 시간 맞추기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텐데요.

  "리허설도 못하고, 한두 명씩 빈 채로 연습하다 공연때에 와서야 전 멤버가 한 자리에 모였어요."

연예계와 가수들에 누구보다 정통한 강수진 멤버는 이 상황을 이렇게 말합니다.

  "K밴드 모으는게 가수들 모으는것보다 힘들었다니까..."

무거운 악기들을 나르는 일도 컸다고 합니다. 자우림 매니저조차 일에서 가장 큰 고충이 ‘무거운 악기 드는 것’이라는 말을 했죠.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일은 연습이었는데요.

  "방음이 제대로 안되니까, 민폐를 끼치게 되는거야."
  "모 부장께서는 연습소리에 지쳤는지 ‘공연이 언제냐’라고 묻기도 했어요."

아마도 고전음악에 가장 정통한 모 부장께서 밴드 연습소리를 듣는 일은 꽤 고역이었을 것이라는게 밴드에서도 중론입니다.

 
"공연은 못봤지만 평소에 다 들었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어요."

  멤버들에게 방음 잘 되는 연습공간이 꼭 필요해보입니다.(중요!)
 
 강수진 멤버의 정리발언 "우린 남몰래 연습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빌보드를 넘나느는 대밴드들도 처음에는 창고에서 시작했고,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잡스와 워즈니악도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며 첫 발을 내딛었는데, 경향 K밴드에도 장대한 미래가 있겠죠?

  김흥소 "우선 좀 모이자. 최소한 월2회는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어?"
  정유진 "맞아. 나 베이스 치면서 생겼던 손가락 군살이 다 없어져버렸어."

네. 이 바람은 나름 이 바닥을 아는 사람에겐 ‘장대’합니다.

엄숙한 분위기서 어색하게 열정을 발산한 데뷰공연도 잘 마쳤고, 당분간 멤버들의 실력 축적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 연습에 몰두하며, 일단 제의가 들어온 클럽공연은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밴드내 여론에 따라 당분간 보류하고, 김흥소 리더는 새로 입사한 수습기자중 쓸만한 재목을 스카우트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데뷰공연 앞두고 연습하는 동안 간식으로 먹은 김밥이 질려 한동안 김밥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는 멤버들을 보니, 어쩐지 정말 밴드다운 모습이 보여지기도 하는데요.

경향밴드 2번째 공연은 이제 회사 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현장,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인터뷰를 한 저는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힘찬 첫 날갯짓을 마친 경향밴드, 많이 응원해주세요. 파이팅~!!!

- 이상, 편집부의 김명일 기자였습니다~!(^^v)